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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Jun 30. 2024

885. 우리, 행복합시다(2) (김형석著, 김영사刊)

사랑하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행복해지십시오

 자신의 인격 수준보다 무거운 행운은 복이 되지 못한다. 복권에 당첨되었다고 해서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관운이 좋아도 탐욕으로 정권을 차지한 사람은 국민들에게 고통을 남기고 자신도 불행해진다. 상을 차지하려고 노력해 수상하는 사람은상을 준 기관과 자신에게 불명예스러워지기도 한다.

 행복은 그 자체가 목적도 아니며 공짜로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행복하기 위해 산다고 행복이 찾아오지 않는다. ‘이렇게 살았더니 행복했다.’는 사후적 고백만이 가능하다. 행복은 값진 삶의 결과로 주어지는 것이다. 건강, 성공, 보람 있는 삶에서 주어지는 것이 행복이다. 성격에는 8복에 관한 교훈이 있다. 이렇게 사는 사람은 자신이 소원했던 것보다 더 큰 복을 받게 된다는 교훈이다.

 그 속에는 정신적 가치를 모르는 사람은 물질적 행복을 누릴 수 없으며, 이기주의자는 행복해지지 못한다는 가르침이 깔려있다. 다른 사람에게 불행과 고통을  주면서 나는 행복해진다는 사고는 용납될 수 없다. 다른 사람에게 선한 뜻을 베풀며 사랑을 나누는 사람은 더 큰 축복을 차지한다.

 진실하고 정직한 삶은 버림받지 않는다. 더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조략한 사람은 존경받는다. 그래서 훌륭한 인격이 최고의 행복이라는 윤리적 명제가 탄생한 것이다.


선하고 아름다운 인간관계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원한다. 행복이 인생의 목적으로 느껴지는 때도 있다. 그러나 행복은 선하고 아름다운 인간관계에서 주어진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이기주의자는 언제 어디서나 행복해지지 못한다. 오히려 자신을 절제하고 많이 베푸는 사람이 더 큰 행복을 누린다. 인간을 상하관계로 보는 사람, 경쟁에서 이기기만 하면 된다고 믿는 사람은 자신이 행복하지 못하고 사회에도 고통을 남긴다. 그래서 선의의 경쟁이란 이웃과 사회를 위하는, 사랑이 있는 경쟁인 것이다. 사랑이 있는 경쟁에서 패자가 없다.


인문학과 역사는 왜 필요한가

 교양학부장 직을 맡고 있을 때 자연과학 전공의 한 교수가, ‘저희들은 시험결과를 평가할 때 어느 교수가 하든지 같은 답안이어서 신뢰가 가는데, 문과대학에서는 교수에 따라 평가가 다르기에 불공평하지 않느냐’라는 걱정을 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설명한다. 수학이나 자연과학에서는 하나의 질문에 하나의 답을 얻어야 하지만 인문학에서는 하나의 질문에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기에 선택하게 된다. 선택의 객관성에 따라 평가를 내린다. 예를 들면 ‘행복이 어떤 것이냐'라는 질문에 여러 답이 가능하지만 많은 사람이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답을 택하게 된다. 다 같은 하나의 답밖에 없다면 그것이 곧 잘못이 된다. 철학에서는 강의 내용을 그대로 적어내면 B학점, 교수의 강의에 대한 비판이나 더 확실한 이론을 제시하면 A 학점을 준다. 인문학은 사상의 자유로운 창조성이 중요하므로 하나의 질문에 하나의 답이 나와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인문학 그 자체와 더불어 인문학적 이해와 사유가 필요해지며, 철학 자체의 학문성보다 철학적 사유와 이해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역사학의 문제도 그렇다. 역사는 왜 필요하며 무엇 때문에 연구하는가? 문헌에 따라 역사적 사실을 규명하는 동시에 역사적 사실을 시대에 비추어볼 때 미래를 위한 가치와 선택을 위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늙지 않는 세 가지 방법

 불가에서는 인생을 生老病死(생로병사)의 과정이라 한다. 생과 사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운명이고 병은 의학에 속한다. 남은 것은 불로의 문제다. ‘늙지 않는 삶이 행복이다’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친구 안병욱은 80이 되었을 때 늙지 않는 세 가지 방법을 권하곤 했다. 공부하라, 여행을 즐겨라. 열심히 연애하라는 것이다. 나는 10년이 더 지난 90부터 안 선생의 일상적인 가르침을 철학적인 관념으로 보충해보곤 했다.

 공부도 정신적인 일이다. 공부하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인생이다. 일을 사랑하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내 나이 100을 넘었지만 일이 없으면 사는 재미가 없을 것 같다.

 주변을 봐도 젊게 지내며 행복한 삶을 누린 사람들은 모두가 일을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으로 게으른 사람은 빨리 늙는다.

 여행은 새로운 삶을 위한 호기심과 도전이다. 

 돈이나 권력, 명예를 사랑하는 것은 쉬이 끝나나 예술이나 학문을 사랑하는 열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사랑도 죽을 때까지 계속되며, 가장 고귀하고 영원한 것을 사랑한 사람은 누구보다 값진 인생을 산다. ‘사랑하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는 진실을 깨닫는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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