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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Aug 04. 2024

900. 김경일의 지혜로운 인간생활(2)

김경일著, 저녁달刊

어디서나 성공하는 사람의 비결

 일부 학자는 인간의 수명이 길어져 130살까지 살 수 있을 거라 말합니다. 반면 기업의 수명은 점점 짧아져 50년이 넘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곧 평생직장이 별로 없다는 뜻이기도 하며 한 곳에서 정년퇴직하기 어려워졌으니 이직이 흔하게 되었습니다. 

 인지학자들은 이직자가 새 직장에 들어가 어떻게 적응하고 자기 역할을 해서 더 좋은 커리어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단순히 ‘열심히 해라’, ‘노력해라’ 이런 말은 별로 의미 없죠.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나라잖아요.

 유럽에 관광 가서 새벽 4시 반에 일어나고, 렌터카를 반납할 때 마일리지를 보면 한국사람인지 안다고 합니다. 2주일 동안 3500km를 운전하는 사람은 한국사람이라는 거죠. 그 정도로 열심히 여행하고 한국에 와서 3주를 앓아누워요.


 접근동기는 좋아하는 걸 하는 욕구이고, 회피 동기는 나쁜 것을 피하려는 욕구죠. 인간이 ‘나’라는 존재를 떠 울릴 때는 접근 동기를 연결하고, 또 다른 자아인 ‘우리’를 떠올릴 때는 회피동기를 연결합니다. 무슨 얘기일까요?

 ‘지인아, 너는 어떤 삶을 살고 싶어?’ 물으면 대개 ‘나는 행복하고 멋지게 감동적으로 성공한 삶을 살고 싶어’라고 말합니다. 좋은 게 있으며 접근동기의 가치를 얘기해요. ‘지인아, 너를 포함해서 너희 가족이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어?’ 물으면 대답이 달라집니다. ‘우리 가족은 평화롭고 안전하고 무탈하고 행복하게 살면 좋겠어.’ 이건 좋은 게 있는 상태가 아니라 나쁜 것을 막아내고자 하는 상태입니다. 

 좋아하는 걸 하고 나쁜 것을 막는 것, 둘 다 중요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접근동기의 ‘나’ 그리고 회피동기의 ‘우리’가, 정보를 찾아내거나 생각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 다르다는 겁니다.


 ‘너 이거 잘하면 네가 좋아하는 걸 줄게’라고 하면 사람들은 이것저것 탐색합니다. 변화를 만들어내려고 하고요. 그런데 ‘너 이거 못하면 아까 줬던 것 뺏는다 이거 잘 못하면 처벌한다’ 이렇게 회피동기를 건드리면 사람들은 실패하지 않는 것에 집중합니다.

 변화를 만들어내고 탐색하는 것은 접근동기이며 꼼꼼하고 실수 없이 집중해서 일하는 동기는 회피동기입니다. 일의 종류와 생각의 종류에 따라 접근동기와 회피동기를 다르게 쓴다는 겁니다.


 이직을 결심하는 순간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자 새로운 곳을 찾으려는 순간입니다. 이직할 때는 ‘회사를 떠나 더 큰 날갯짓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하며 좋은 걸 가지고 싶어서 떠나려 합니다. 의외로 ‘지금 이곳에서 더 이상 못살겠어’라는 생각으로 떠나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외국통계를 보면 재직기념일에 이직을 결심한다고 하는데 ‘아, 이제 내가 다 이루었구나. 새로운 에너지를 찾아야지’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두 번째로 많이 이직하는 날은 자기 생일로 ‘또 한 사이클을 돌았구나 새로 태어나고 싶다’라고 생각하며 뭔가 마무리를 지은 것 같은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나 아직 나쁜 것을 못 막았다고 생각하면 이직하지 않습니다. 이직은 새로운 결심이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힘이잖아요. 


 그런데 문제는 이직 후 발생합니다. 새로운 회사에 들어가면 ‘나’가 아니라 ‘우리’로 바뀌죠. ‘나’의 새로운 걸 찾기 위해 이직했으나 새로운 회사에 들어가면 ‘우리’가 돼요. 그러니까 회피동기가 되며 싫은 것과 약점을 더 많이 발견합니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서 접근동기를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입니다.

 새로 들어온 경력입사자가 제일 많이 미움받는 경우는 어떤 걸까요? 저는 군에서 연대를 옮긴 적이 있습니다. 연대를 옮긴 후 열심히 일했으나 이렇게 얘기해서 오해와 미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1 연대에는 00이 있는데 여기는 없어서 아쉽습니다’

‘1 연대에는 이런 복지시설이 있었는데 여기도 그런 시설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우리’가 됐다고 생각하니까 회피동기가 강해졌고 새로운 조직의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새로 들어온 사람이 기존조직의 약점을 찾기 시작한다면 이전직장과 비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미움받기 쉬워지고 오해받기 쉬워지죠. ‘그러려면 여기 왜 왔냐?’


 그렇게 미움받고 지내다가 마음을 바꿔서 말을 이렇게 했습니다. ‘1 연대에는 이게 없었는데 , 여기오니 이런 게 있어서 좋습니다’ 그러자 2 연대 간부들이 저랑 같이 밥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2 연대 간부들도 몰랐던 사실, ‘1 연대에는 있는데 여기는 없어?’ 라며 조직의 약점을 찾아내고 보완하려 하니 내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었어요. 2 연대에는 그 시설도 없고 그 기능도 없으니 간부들도 저한테 맞는 일을 찾지 못했던 겁니다. 그런데 ’ 우와 이런 게 있어서 놀랐습니다 ‘하니 ’ 그래? 다른 데도 있는 거 아니야?‘ 원래부터 있었던 사람들도 몰랐던 그 조직의 장점을 발견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랬더니 조직이 그 일을 바로 저한테 맡깁니다.


 처음에는 접근동기로 이직하지만, 막상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면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겁나잖아요. 자연스레 ‘우리’의 일원이 돼야 한다는 회피동기가 생기고 조직의 숨은 장점보다 약점을 보완하려 듭니다. ‘이곳에 이런 숨은 장점이 있네요’라고 얘기하면 ‘이 친구에게 이 일을 맡기면 되겠다’라고 결정하게 됩니다.

 수많은 이직자들이 나에게 장기적인 일을 맡기지 않는다고 불안해하다가, 단기적인 관점에서 생긴 회피동기가 버무려져 스스로 악순환을 만들어냅니다. 조직이 내게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맡길 수 있도록 조직의 구성원도 모르고 있었던 그들만의 장점을 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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