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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Aug 22. 2024

908. 월성 김정희와 남한산성

추사의 호는 추사, 완당, 예당, 시암, 과노, 농장인, 천축고선생 등

  2024.04.14 일요일, 출국을 앞둔 작은아이를 위해 벚꽃 남아있는 남한산성으로 향했다. 동네에 위치해 있는 산성이니 식사하러 가고 마실 가듯 가볍게 간다. 회사에 근무할 때도 야유회 하러 자주 갔었다. 물론 야유회의 목적은 등산이 아니다. 건성으로 둘레길 한 바퀴 돌고 파전, 도토리묵,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친숙하고 유원지 같은 곳이 남한산성이었다.

 막바지 벚꽃 구경하러 인파가 몰렸다. 30분이면 가는 곳이지만 오늘은 1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연초에 왔을 때도 공사 중이었던 중앙광장 주차장은 마무리 공사 중이다. 주차장이 부족해 더욱 붐비는 듯하고 주차장도 만석이라 웨이팅차량이 꼬리를 물고 있다.

 중앙광장 주차장에서 300미터 정도 떨어진 남한산성 세계유산센터 인근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경기도 광주로 내려가는 곳곳에 주차장이 있으니 조금 걸으면 된다. 등산이나 산책하러 왔으니 먼 곳에 주차해도 된다. 주차장 공사 중이라 그런지 무료셔틀버스도 운행하니 참고할만하다.


 남한산성에 자주 왔어도 行宮(행궁)은 처음 돌아봤다. 임금이 서울 궁궐을 떠나 지방행차를 하는 경우 임시로 거처하는 곳을 행궁이라 한다. 가장 유명한 것이 수원화성행궁이며 남한산성에 행궁이 있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입장료는 2천 원으로 경기도민에게는 입장료가 없다. 신분증만 있으면 무료다.

 남한산성 행궁은 전쟁이나 내란에 대비해 인조 4년(1626년)에 건립되었다. 인조 14년(1636년) 병자호란이 발생하자 인조는 남한산성 행궁으로 대피하여 47일간 항전하였다. 이후 숙종, 영조, 정조가 여주와 이천 등의 능행길에 머물렀다고 한다.


 남한산성에 행궁이 있는지도 몰랐지만 솔직히 세계문화유산인지도 몰랐다. 남한산성은 백제시조 온조의 왕성이었다는 기록이 있고 신라 문무왕 때 쌓았다는 기록도 있다. 실제 행궁 내에 신라시대 유적 터가 유리로 된 건물 내에 보존되어 있다. 기와 한 장의 무게가 20kg이라 하니 상당한 규모였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인조 4년에 본성을 완성한 후 병자호란 이후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 증축하여 현재의 모습이 되었단다. 신라시대에 쌓았던 성돌을 기초로 쌓았기에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시기별 축성기법이 혼재되어 있다고 한다. 실제 성곽을 보면 돌의 연식도 다양하지만 하부와 상부의 축성방법이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행궁 후원에 以威亭(이위정)이란 정자가 있다. 왕이 행궁에 머물 때 왕이 쉬던 곳이다. 이위정에 앉아 땀을 식히고 있을 때 우연히 문화해설사가 다른 관광객들에게 설명하는 내용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以威亭의 威(위)는 危險(위험)할 때 ‘위’입니다” 아닌데, 威嚴(위엄)할 때 ’ 위‘인데 왜 그렇게 설명하지? 가만히 들어보니 틀리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해설사의 억양이 셌다.

 문화해설사 설명으로 남한산성이 세계문화유산이 된 배경은 ‘보존’이 아닌 ‘복원’이란 한다. 이것도 맞는 말이다. 기록의 나라 조선은 모든 사항을 儀軌(의궤)에 설명하고 그렸기에 원형복원이 가능했을 것이다. 남한산성축성의궤를 확인하지 못했으나 수원화성박물관에 가면 화성축성에 관한 의궤가 전시되어 있다. 우연하게 문화해설사로부터 귀동냥을 하게 되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땀을 식히려 앉아있는 정자 내에 걸려있는 以威亭記(이위정기) 扁額(편액: 글씨나 그림을 걸어놓는 액자)이 있다. 글씨는 秋史(추사) 金正喜(김정희)가 31살 때 썼다고 하나 호가 다르다. 추사의 호는 추사, 완당, 예당, 시암, 과노, 농장인, 천축고선생 등 백 개가 넘었다고 한다. 편액에는 月城(월성) 金正喜(김정희)로 표기되어 있고 낙관은 阮堂(완당)으로 표기된 낙관을 썼다. 


 오늘은 수십 번의 남한산성 방문 중 가장 건전한 방문이었다. 막걸리도 마시지 않았고 시끄럽지도 않았다. 역사공부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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