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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Aug 08. 2024

902. 음양의 조화, 남양주 금선사

사주명리학은 모르지만 금선사 풍경이 그렇다.

 2024.04.13 벚꽃구경 막바지라 높은 곳을 찾기로 했다. 남양주 금선사, 명칭은 생소한 사찰이지만 예쁜 풍광을 갖고 있는 곳이다. 분당에서 하남을 넘어 45번 도로를 타고 팔당을 따라 올라가다 좌측으로 빠져 올라간다.

 집에서 늦게 출발했기에 점심은 팔당을 지나 ‘기와집순두부 조안본점’에서 먹었다. 순두부, 콩탕, 옛날두부, 두부수육 등 맛집답게 메뉴가 간단하다. 주차장도 크고 좌석도 많지만 역시 소문난 맛집답게 식사시간을 넘겼는데도 웨이팅이 있다. 두부전문점이니 본 음식은 담백하고 밑반찬은 깔끔하다. 


 금선사는 불친절하게도 이정표가 없어 내비게이터 없이는 찾기 어려운 곳이다. 게다가 비포장 길이라 먼지가 많이 나지만 다행스럽게 절 밑 주차장까지 1km 정도를 차량으로 접근할 수 있다. 주차장에서 대웅전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찻길을 따라가면 2~3백 미터 정도 되며 굽어진 人道(인도)로 가면 5백 미터 정도 된다. 인도로 가야 진귀한 풍경을 볼 수 있으며 가파르지 않아 힘들지 않게 올라갈 수 있다.

 주차장 바로 위가 天王門(천왕문)이다. 천왕문에서 바라보는 절의 풍광이 좋다. 하지만 四天王像(사천왕상)이 없는 것이 의아했다. 丹靑(단청)도 없어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구나 생각했으나 의외의 풍경과 마주쳤다. 조금 올라가니 현대적인 조형물이 등장한다. 인공연못의 징검다리를 건너니 현대적인 조형물 내에 사천왕상이 숨어 있었다. 그동안 사찰에서 봐왔던 풍경은 분명 아니다.


 기독교에서는 요단강을 건너면 죽음을 의미하지만 또 다른 의미로는 천국에 들어선 것이다. 불교에 대한 지식이 없지만 이곳은 불교사찰이니 불교와 관련된 느낌을 받았다. 天王門을 지나면 경내에 들어선 것인데 앞뒤좌우 멋진 풍경을 보고 감탄하느라 사찰에 들어선 것이 아니라 소풍 온 것으로 착각했다.

 의문의 현대적인 조형물로 가기 위해 징검다리를 건너가면 사천왕상을 만난다. 사천왕상을 지나 다시 징검다리를 건너니 드디어 사찰 경내로 들어선 기분이 든다. 징검다리를 건너며 미륵불이 산다는 兜率天(도솔천)으로 넘어간다고 생각했다. 징검다리를 건너 드디어 미륵보살이 사는 곳으로 들어섰다. 대웅전으로 올라가는 길은 구불거리는 스네이크로드이며 석탑을 여러 개 쌓아놓았다.

 石門(석문)을 지나 드디어 대웅전 앞마당에 도착했다. 대웅전 앞마당에서 북한강을 내려 보면 장관이 펼쳐지지만 특이한 풍경에 눈길을 뺏겼다. 황금빛 부처님 얼굴이 잔디밭에 누워계신다. 특이한 광경이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 검색결과 누워계신 부처님이 아닌 부처님의 어머니 준제보살이라 한다.


 금선사를 품고 있는 산세가 예사롭지 않다. 산은 높으나 사찰을 푸근하게 감싸고 있다. 앞으로 펼쳐지는 북한강과의 조화도 기막히다. 산 벚꽃을 비롯해 온갖 꽃과 신록으로 인해 仙界(선계)에 들어선 기분이다. 금선사에서 북한강을 내려다보면 여럿보이는 전원주택과 건물들은 人間界(인간계)이고 仙界에 와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陰陽(음양)의 調和(조화)가 이루어지면 모든 것이 편하고 아름답다. 해와 달, 땅과 하늘, 남과 여, 대립되고 상반되나 함께 있어야 안정되고 보기 좋다. 사주명리학은 모르지만 금선사 풍경이 그렇다. 편하고 아름답다.

 건물과 조경은 주위 산세와 잘 어울리게 부드럽고 조화롭다. 산을 등지고 멀리 북한강을 바라보고 있으니 전체적으로 배산임수의 형태를 지니나 각개 건물 앞에도 인공연못을 만들어 배산임수 풍수에 맞췄다. 산속에 위치해 있어 화재가 발생하면 소화수로도 사용할 수 있으니 여러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하다.


 땀을 식힐 겸 대웅전위에 위치한 현판 없는 건물 댓돌에 앉았다. 4월 중순답지 않게 29도까지 올라가는 더운 날이다. 인공으로 만든 얕은 연못에 꼼지락거리는 조그만 올챙이가 귀엽다. 작은아이가 물었다.

작은 아이 ‘올챙이가 커서 개구리가 되면 어디에서 살아요?’

아이 아빠 ‘여기는 서식환경이 좋지 않고 아마 산개구리 올챙이이니 부화하면 산속으로 뛰어가겠지. 네가 싫어하는 날벌레도 잡아먹으면서 살 거야.’

작은 아이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어 이리저리 뛰어다닌다고 생각하니 너무 징그러워.’

아이 엄마 ‘애 아가들 듣는데서 징그럽다고 하면 어떻게 해. 미안하다고 그래’

작은 아이 ‘아가야 미안해. 너희들은 귀여워. 그런데 개구리가 뛰어다닌다고 생각하면 너무 싫어’ 


 전체부지면적이 6만 평이라는 금선사는 여유롭게 넓다. 건물들은 자연 속에 파묻힌 듯 조화롭고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는다. 어디를 봐도 예뻐서인지 신도들보다 데이트하는 연인들이 많다. 그렇다고 붐비는 곳은 아니고 신도들이 보이지 않아 연인들이 많아 보일뿐이다.

 오래된 사찰은 아닌듯하다. 군데군데 조경공사를 하고 있으나 공사장 같지 않고 공사하는 모습도 평화롭다. 건물은 목재, 석재, 콘크리트를 이용했고 완공된 건물 같은데도 단청이 없다. 단청이 없는 것에도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주차장에서 굽이굽이 길을 따라 올라가는 길부터 예사롭지 않다. 조경 및 조형물도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문외한이 봐도 한편으로 현대적이지만 한편으로 불교사상을 가미하고 음양의 조화를 맞췄다 생각하니 고수가 디자인한 것 같다는 느낌이다. 

 쓸데없이 어떤 생각으로 누가 디자인했을까? 궁금해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전체 풍경만 감상해도 좋은 곳이다.

  .

 금산사를 내려와 두물머리에 가서 물 보며 차 한 잔 할까 생각했으나 북한강변에도 예쁜 카페가 많다. 오늘 날씨는 달달한 조각 케이크 하나와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이 제격이다. 카페 ‘DAENERYS’, 3층에 앉았다. 시원하게 펼쳐진 북한강만 보면 될 것을 또 쓸데없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영양가도 없고 병이다. 

 그런데 생소한 단어 DAENERYS는 뭐야? 조지 R. R. 마틴의 ‘얼음과 불의 노래’에 나오는 인물의 이름이란다. ‘왕자의 게임’이라는 유명 미드의 원작자가 ‘조지 R. R. 마틴’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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