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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Aug 06. 2024

901. 매사 쉽지 않은 인간형의 커피 취향

애매하게 light와 Medium roasting 중간 맛을 만들어내야

 round1에서는 roaster 온도를 조절하기도 했지만 결국 고온으로 고정시킨 후 roasting 했었다. 한 번은 over heating 되었고 다섯 번은 roasting이 덜 되었다, 첫 번째 볶은 생두가 over heating 된 탓에 나머지 다섯 번에 영향을 끼쳤다. 초보가 연습하는 과정이니 태우거나 덜 익는 것이 다반사일 텐데 너무 겁을 먹었나 보다.

 생두에 열을 가하면 건조 후 조직이 팽창하며 센터컷이라는 중앙부에 균열이 생긴다. 이때 발생되는 소리를 1차 Popping 이라 한다. 열을 조금 낮춰 가열하면 2차 Popping이 일어난다. 1차 Popping소리는 팝콘 튀기는 소리와 비슷하게 잘 들리나 2차 Popping소리는 작기에 잘 듣지 못해 over heating 시킨 원인도 있다.


 over heating 시킨 이후 round1에서는 1차 Popping이 완전히 일어나기도 전에 roasting을 끝냈다. 실제 2차 Popping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며 커피맛을 봐도 2차 Popping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화력조절에 익숙하지 못해 고온의 단일온도로 로스팅했더니 Medium roasting에서 Dark roasting으로 가는 시간이 매우 빨랐기에 조심스러웠다.

 사실 고민은 된다. 1차 Popping만 시키는 light roasting을 하면 산미와 원두 고유의 향을 맛볼 수 있으나 커피 맛이 가벼워진다. 2차 Popping이 되면 Medium roasting정도가 된다. Medium roasting은 커피 맛은 깊어지지만 산미와 향이 줄어든다. 조금 더 로스팅을 진행시키면 프렌치, 이탈리안 로스팅 즉 Dark roasting 되며 정신이 번쩍 들 정도의 매우 쓴맛이 된다.


 개인 취향은 애매하게도 light와 Medium roasting 중간이다. 매사가 쉽지 않은 인간형이라 그런지 커피 취향도 애매하다. roasting 단계를 크게 3단계로 구분하면 스테이크의 Rare, Medium, Well-done과 비슷하고 나름 장단점이 있다. 물론 스테이크도 애매한 인간형들을 위해 Medium-Rare, Medium-Well-done으로 구워내기도 한다. 커피취향과 마찬가지로 스테이크 취향도 애매하게 Medium-Rare다.

■ light roasting: 특정 생두의 독특한 맛을 낸다. 산미, 꽃향기가 진하나 커피 맛은 가볍다.

■ Medium roasting: 원두 본질과 로스팅 영향이 어우러져 깊고 풍성한 맛을 내며 많은 사람들이 선호한다. 산미와 향은 줄어든다.

■ Dark roasting: 깊고 풍부하며 스모키향을 동반한다. 산미, 꽃향기 등은 없어진다.


 로스팅 횟수로만 보면 round3를 끝냈고 이번이 round4다. 작은아이가 먹을 네덜란드 수출용 원두 2kg을 포함하면 round3를 끝낸 것이지만 실패한 round1 로스팅을 답습한 것이므로 round1의 연장이기에 진정한 round2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고온을 유지했던 round1에 반해 round2에서는 온도 변화를 줘서 roasting 하기로 했다. 150도 예열 2분 → (150도 저온 로스팅) 생두가 황색으로 변하기 시작하면 → (220도 고온로스팅) 1차 Popping시작하면 → 150도 저온 roasting → 냉각

 round1에서는 200g을 roasting부터 냉각까지 30분 정도 소요되었지만 round2에서는 시간이 조금 더 소요될 것이다. roasting 성패여부는 1차 Popping후 저온 roasting에 달려있다. 2차 Popping 직전까지만 roasting 되어 애매하게 익은 Medium-Rare수준의 원두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아무튼 저온 roasting시간을 길게 갖고 round1보다 조금 더 익힐 예정이다.


 연습기간이라 원두소비가 빨랐다. 실패했다는 이유로 원두를 아끼지 않고 커피를 내렸다.

네덜란드에 수출도 했지만 연습할 생두는 아직 반절이상 남았다. 연습하기 충분한 양으로 round1와 같은 원두 5종이다.

 맛 좋은 원두부터 소비하기에 Ethiopia yirgacheffe aricha G1 natural부터 로스팅하기로 했다. 불리한 순서다. aricha부터 맛을 보면 나머지 커피들은 잘 볶아내도 맛이 떨어지게 느끼게 된다. 

 그나저나 이번에는 애매하게 light와 Medium roasting 중간 맛을 만들어내야 할 텐데...


주의 및 경고 1: 커피에 대해 일자무식인 생초보가 좌충우돌하며 로스팅하는 이야기이므로 따라 하면 무조건 실패한다.  

주의 및 경고 2: 로스팅은 생각보다 번거롭고 시간이 소요된다. 취미를 붙이지 못할 때는 로스팅된 원두를 구입하는 것이 맛있고 저렴하다. 

주의 및 경고 3: 앞으로 계속되는 커피이야기는 전문적이지 못하므로 커피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전문서적 구입 또는 전문 학원을 다니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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