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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Aug 29. 2024

911. 수원 화성행궁과 혜경궁 홍 씨

 손녀 돌보는 날에는 반나절만 시간이 난다. 광교도서관을 가거나 산책 또는 근교 볼거리를 찾아 나선다. 지난번에는 화성 역사박물관만 관람하고 수원화성은 보지 못했다. 2024.04.19 오랜만에 모든 가족이 광교에 모인 날 수원화성을 구경하기로 했다. 

 수원은 재미있는 도시다. 광교호수공원 주변은 신도시라 모든 것이 현대적이다. 고층아파트, 백화점, 호텔, 컨벤션센터, 관공서가 몰려 있으며 도로도 시원시원하게 뚫려 있다. 광교에서 경기남부경찰청 4거리를 지나면 구도심 풍경이 펼쳐진다. 간판, 건물, 업종 등이 신도시와 차이가 있어 2~30년 전으로 되돌아온 것 같다. 

 남부경찰청 정문은 기와집식으로 되어있어 이채롭다. 관공서나 박물관을 보면 전통을 살리기 위해 건축양식과 자재를 선택한 흔적이 보인다. 경찰청 정문을 지나 창룡문 4거리에 접어들면 타임머신을 타고 수백 년을 거슬러 올라 조선시대로 들어온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특히 우측으로 보이는 기와지붕의 유적들이 인상적이다.


 수원 화성주차장이 있지만 붐빌 것을 우려해 근처 공용주차장을 이용했다. 화성행궁 관람요금은 1500원이며, 수원박물관, 화성박물관, 행궁을 관람할 수 있는 통합권은 3500원이다. 행궁은 넓지 않아 한 바퀴 도는데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 경복궁처럼 크고 웅장하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매력을 갖고 있다.

 유적지를 관람할 때는 역사를 조금 알고 관람하는 것이 더욱 재미있다. 왕이 지방행차할 때 머무는 곳을 행궁이라 칭하며 전국에 여러 곳이 있지만 화성행궁은 특별하다. 조선의 실학정신을 바탕으로 건설한 수원 華城의 우수성뿐 아니라 조선 후기 부흥기를 이끌었던 정조, 정조의 아버지 思悼世子(사도세자), 어머니 혜경궁 홍 씨로 인해 더욱 유명하다.


 思悼世子는 삼복 더운 날씨에 뒤주에 갇혀 8일 만에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사도세자의 무덤은 평민의 墓(묘)였으나 정조가 세자의 묘인 園(원)으로 격상하고 양주에서 수원으로 이장했다. 수원華城이 완공되자 창덕궁을 떠나 1박 2일만에 수원에 도착한 정조는 어머니를 모시고 아버지가 누워 계시는 현륭원으로 향했다.

 을묘년(1795년) 수원행차는 수원華城 완공이 계기였으며 화성 완공에 힘쓴 주민들 위로, 문무과 별시 시행 등 여러 행사가 있었지만 어머니 혜경궁 홍 씨를 위한 행차였다고 볼 수 있다. 혜경궁 홍 씨가 남편을 보낸 지 33년만으로 顯隆園(현륭원)을 참배한 혜경궁 홍 씨는 설움에 통곡하였다.


 참배가 끝나고 화성행궁에서는 환갑을 맞은 혜경궁 홍 씨의 進饌宴(진찬연)이 행해졌다. 행궁 내에 진찬연 상차림이 모형으로 전시되어 있다. 진찬연의 음식은 과부, 고아 등 불우이웃에게 나눠주었다 하니 정조는 聖君(성군)으로 불릴만했다. (혜경궁 홍 씨는 1735년 7월 26일생, 1795년 윤 2월 10일부터 15일까지 행궁에 머물렀으며 윤 2월 13일 진찬연이 거행되었으니 실제로는 환갑 전에 진찬연이 행해졌다.)

 대장금을 촬영했다는 주방도 보인다. TV드라마로 볼 때는 매우 넓어 보였으나 실제로는 3칸 정도 되는 작은 부엌이다. 촬영기술이 엄청났음을 알 수 있다. 실학자인 정약용이 화성 설계와 건축을 해서인지 세종 때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해시계 仰釜日晷(앙부일구)가 전시되어 있다. 60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시간을 맞춰보니 대충 맞는다.

 * 세종 때 제작된 앙부일구는 남아있지 않고 앙부일구의 제작자도 장영실(?)인지 아닌지도 확실치 않다. 조선의 실학은 세종 이후 17세기부터 기원을 찾는다. 장영실이 실학자로 분류되지 않지만 조선후기 실학자들이 과학적인 기구와 장치를 많이 발명하고 제작했기에 대표적인 과학발명품을 화성에 전시해 놓은 것이 아닌가 짐작해 본다. 현존하는 앙구일부는 대부분은 조선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점심은 ‘수원 가보정 갈비 정식’, 큰 아이가 사기로 했다. ‘수지 가보정’도 250석으로 커다란 음식점이나 수원 가보정은 1, 2, 3관과 주차건물이 몰려 있어 가보정 타운을 이루고 있었다. 1, 2, 3관을 합치면 1400명을 수용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수원은 갈비로 유명한 곳이니 어느 음식점을 가도 갈비는 맛있을 듯하다. 가보정은 밑반찬이 짜지 않고 맛나다. 꽃게무침, 잡채, 가오리찜, 가지튀김, 김치와 나물류 등 한식집 반찬만큼 제공되며 리필도 가능하다. 제복 입은 종업원이 매우 친절해 접대받는 기분이 제대로 난다. 4명이 식사한 자리는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듯 밑반찬이 남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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