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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Aug 25. 2024

909. 만일 나에게 단 한 번의 아침이 남아있다면 1

존 릴런드著, 북포인트刊

 저자는 언론인으로 뉴욕타임즈에 연재한 6부작 기사 “85&up" 에서부터 이 책을 시작하게 되었다. 1년 동안 서로 다른 삶의 경험과 배경을 가진 6명의 노인을 인터뷰하면서 저자는 자신의 삶이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음을 직감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현명한 태도와 지혜, 삶의 가치에 대해 수없이 물으며 깨달아간다. 행복해야 할 이유에 대해 분명하고도 멍청하게 일깨워주는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언론과 독자의 주목을 받았다.


내 삶에는 어떤 내일이 올까? 

 6명의 노인은 모두 무언가를 잃은 후였다. 의지대로 움직여주는 몸, 또렷한 눈, 밝은 귀, 배우자, 자녀, 친구, 기억 같은 것을 말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은 없었다. 또한 그들 모두에게는 저마다의 이야깃거리가 있었다. 대공황, 2차 대전 중의 생활, 인권운동의 경험, 부모님께 대학에 들어갈 인물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던 일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정작 나는 그들이 아침에 눈을 떠서 다시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오늘은 어떻게 보냈을까? 내일이 오기를 기다릴까? 자녀들과의 사이는 좋을까? 하루가 다르게 나이 들어가는 몸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더 이상 살 가치가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을까?


 내가 만난 6명의 노인은 정이 많고 괴팍했으며 까다로웠고 자주 깜빡깜빡 잊어버리곤 했다. 또 유쾌하고 현명했으며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가끔은 말 섞기가 힘들 정도로 피곤하게 굴기도 했다. 한편 그들을 보며 나는 자주 감탄하기도 했다. 그들은 서운한 일들을 마음에 담아뒀으며 잊지 않고 약을 챙겨 먹기 위한 복잡한 장치도 고안해 내기도 했다.  

 그동안 인생을 안다고 자부했던 나는 그들을 만나면서 그 생각이 절로 사라졌다. 겸손해잘 수밖에 없었지만 동시에 많은 자극도 받았다. 굳이 전문가나 비평가 입장에서 그들을 관찰한 것이 아니라 그저 그들을 따라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았을 뿐이다. 나는 아흔 살의 내가 어떤 모습일지 본능적으로 알 것만 같았지만 그것은 어림없는 소리였다. 그렇게 내 인생수업은 한결 수월해졌다.


 고령자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인생의 여러 가지 선택지 중에서 어떻게 하면 행복을 고를 수 있을까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대답이 지금까지 내 모든 예상과 벗어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나이 든 사람들처럼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나이 들어 좋은 점도 있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젊은이들에 비해 더 행복하다고 느끼고 부정적인 감정은 덜 느낀다고 말한다. 행복감은 70대 즈음까지 높아지다가 서서히 줄어들지만 90대가 되어도 20대에 비하면 여전히 높다. 우리는 청소년기나 청년기가 가장 좋을 때라고 느끼지만 고령자들은 청년들에 비해 훨씬 더 현실에 만족하고 덜 불안해했다. 또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적었고 무슨 일이든 좋은 면을 보려고 하고 나쁜 면을 받아들였다. 


 고령자들은 살면서 경험을 통해 기대치를 낮추게 됐고 바라던 일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게 됐다. 젊은이들과 달리 나쁜 일을 겪더라도 그 문제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않는다. 전성기는 이미 과거 속으로 사라지고 몸과 마음이 쇠약해지는 노인들이 어떻게 젊은이들보다 더 즐겁게 살 수 있지? 인생이 다 끝났다는 것을 모르는 걸까? 그게 아니라면 혹시 우리가 모르는 뭔가를 알고 있는 걸까?

 여섯 명의 노인들은 모두 자신만의 일과가 정해져 있었지만 자세히 보면 원칙은 모두 같았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과 에너지를 자신이 좋아하고 할 수 있는 무언가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한때는 할 수 있었지만 할 수 없는 것들을 아쉬워하면서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그럼 행복하게 살기 위해 어떻게 하면 될지 차근차근 살펴보자. 만약 85세가 되었을 때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서로 기댈 수 있는 끈끈한 사이이길 바란다면 그렇게 되기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그때부터 현재까지 시간을 쭉 거슬러 살펴보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아끼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목표가 있는 인생을 원한다면 당장 지금부터 목표를 찾아 나서야 한다. 더 오래 일하고 야근을 밥먹듯이 하며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홀히 한다면 바라는 삶을 얻지 못할지 모른다. 업을 바꾸거나 아이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해야 할 수도 있다. 서로의 인생을 갉아먹기만 하는 결혼 생활은 일찌감치 정리해 버리는 게 해답일 수도 있다. 85세에 어떻게 살아야 즐거울까 열심히 그리다 보면 노년 시기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 수 있다.


 우리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남겨진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 선택할 수 있다. 이미 잃어버린 것에 연연할 수 있지만 현재 주어진 삶에 집중할 수도 있다. 하늘이 무너진 것 같다고 하기엔 아직 인생에는 더 많은 것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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