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면서 독서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626. 인문학,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할까?
인문학하면 文, 史, 哲이란 단어로 표현하듯 철학, 역사, 문학 등을 공부해야하므로 범위가 매우 넓다. 이것도 동양과 서양의 문사철로 분류하면 공부할 엄두가 나지 않고 죽을 때까지 해도 불가능할듯하여 지레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에서도 국문학, 영문학, 심리학, 철학 등 전공을 세부적으로 나누는데 인문학을 “인간의 문제를 다루는 학문”이라고 정의한다면 공학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인문학과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은 文史哲은 이성훈련을 위해, 詩書畵는 감성훈련을 위해 공부를 병행했다. 인문학이란 살아가면서 부딪치고 겪게 되는 모든 것을 취급하는 학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원래 공부는 하면 할수록 어렵고 필요한 지식보다는 쓸데없는 지식이 더 많아진다고 한다. 양계를 하는 사람이 조금 더 알고 싶어 대학 생물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에서 닭에 대해 배우긴 배웠지만 양계에 대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과정을 밟으니 교수님이 “조류와 닭발의 대한 구조적 특성”을 연구하라고 한다. “매운 닭발집”을 창업할 것이 아니고 양계를 하고 있으므로 이것도 도움 되지 않아 다시 박사과정에 진학하니 “닭 발톱과 익룡 발톱간 유전학적 형질과 유사성”에 대해 연구하라고 한다. 고생 끝에 박사학위를 취득한 날 할머니께 박사학위 취득소감을 말씀드렸다. “할머니께서 가르쳐주신 병아리 키우는 법이 박사학위보다 유용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문학은 석, 박사학위를 취득하기 위함이 아니고 조금 더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함이니 굳이 형식과 프로그램에 따라 공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동원그룹 김재철회장은 본인의 인생관과 신념을 확립하고 문제해결능력을 배양하며 커뮤니케이션능력을 갖추려면 문학책 300권, 역사책 200권, 철학책100권 등 文史哲 600권을 읽으라고 권했다. 물론 대학의 평생교육원이나 구청에서 개설한 강좌에 인문학과 관련된 것이 있다면 강의를 듣는 것이 체계적으로 공부하는데 유용하다. 시간 내기 어렵다면 “흥미 있는 분야의 책을 닥치는 대로 읽는 것”을 권해본다. 닥치는 대로 읽다보면 자신이 흥미를 갖는 분야가 생기는데 그 즈음해서 방향을 정하면 된다. 이순신의 리더십을 읽다가 “청백리”라는 단어가 흥미 있다면 “이항복”을 읽으면 될듯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끈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읽다보면 얻어지는 것도 없고 괜한 짓을 하고 있다는 회의가 들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읽던 책을 접어두고 수필집을 읽어도 되고 소설을 읽어도 무방하다. 왜? 학위를 따기 위해 하는 공부가 아니니까.
가끔 후배들로부터 읽을 책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데 성의 없다고 비난 받을 가능성도 있지만 같은 이야기를 한다. ‘읽으면서 독서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단, 독서와 더불어 읽은 내용 중에서 기억할 만한 내용을 서머리 해두는 것이 좋다.’
인문학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인성을 곧게 만들고, 인간관계를 확장시킬 수 있으며, 사고의 영역도 무한정 넓혀 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활용하지 않고 눈으로만 보고 지난다면 공부 효과가 반감되기에 서머리를 해서 체화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오래 기억할 수 있다.
우리 삶의 질을 높이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인의 한사람으로서 인문학을 알아야 한다고 하지만 수많은 고사성어 중 ‘권선징악’ 한 가지만 알아도 사회에 적응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인간 역사 중 불멸의 생명을 갖고 있는 것은 기록과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다. 문자로서 구전으로서 몇 천 년간 이어져 내려온 것들은 생명을 갖고 있다. 고사 성어를 모아 놓은 책만 읽고 실천해도 웬만한 인문학을 섭렵한 것이나 마찬가지일 정도다. 또한, 할머니의 할머니 때부터 내려오는 옛날이야기도 인간의 도리를 가르쳐주는 훌륭한 인문학이다.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할까?
개인적인 생각에서는 의역본‘논어’를 추천한다. 본문에 충실하여 본문과 직역문이 있는 책은 독서의 재미를 반감시키고 인문학공부가 ‘논어’에서 끝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