解脫門(해탈문)을 지난 탓인지 대오각성을 한듯하다.
이번에는 아내가 맛있다고 이야기한 Costa rica tarrazu pastora SHB EP와 Ethiopia yirgacheffe G2 washed를 같은 날 로스팅했다.
Round2에서는 오븐 예열, 생두 수분을 건조하는 저온로스팅, 고온로스팅, 뜸 들이는 저온로스팅 순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최선인지 모르겠으나 아내가 맛있다고 평가한 품종을 선택하고 레시피를 준용하되, 고온로스팅 시간은 조금 줄이고 저온로스팅 시간을 늘리기로 한 것이 Round1 로스팅방식과 다른 점이다.
Costa rica tarrazu pastora SHB EP는 첫 번째 로스팅부터 흉한 맛이 아니었고 아내도 맛있다 하여 전과 같은 방법으로 로스팅했다. 210도로 예열 후 200g을 투입하고 수분 날리기 3분 후 220도로 가열했다. 총시간은 13분이 소요되었다.
Ethiopia yirgacheffe G2 washed는 180도 예열 후 200g을 투입하고 수분 날리기 후 220도로 가열했다. popping이 충분히 일어나지 않았으나 180도로 낮추고 저온로스팅을 했다. 원두중량/생두중량 85%가 되었다. 조금 더 볶아지고 건조도도 높아진듯하다.
고온로스팅 후 저온로스팅시간을 길게 했더니 원두의 외관상 균질도는 올라갔다. Round1에서는 각개 원두의 색상이 제각각이었으나 이번에는 저온로스팅으로 인해 색상은 좋아졌다. 색상은 갈색으로 균질도는 높아졌지만 3일 숙성 후 맛본 커피 모두 맛이 덜 올라왔다.
뜸 들이는 것은 표면 색상을 보기 좋게 만들었지만 원두 속까지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 같았다. 원두를 상온에서 5일 숙성하니 맛이 조금씩 올라왔다. Round2에서 변화를 줬던 고온로스팅전후 저온로스팅 방법은 실패했다.
Round2 결과를 보면 yirgacheffe aricha는 한 번은 적정하게 로스팅했지만 또 한 번은 오버로스팅되어 고유의 풍미가 줄어들었다. yirgacheffe G2 washed는 그런대로 맛이 올라왔으나 pacamara washed는 덜 익어 풋내가 났다. 두 번째 볶은 yirgacheffe G2 washed는 먹을만했지만 풍미가 덜 올라왔다. tarrazu만 뜸 들이기 없이 성공사례를 따라 해 맛은 변하지 않고 먹을만했다.
남양주 수종사에서 두물머리를 내려다보며 아직까지 해왔던 로스팅 결과를 전반적으로 평가해 봤다. 오버로스팅이 무서워 계속 덜 볶아내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버로스팅돼도 좋으니 과감하게 볶아보자. 로스팅 온도와 시간은 절대치가 아닌 참고치로 오감을 믿고 눈과 귀로만 볶아보자. 고온로스팅 후 저온로스팅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 남양주 수종사 解脫門(해탈문)을 지난 탓인지 대오각성을 한듯하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Round2의 번외경기를 바로 시작했다. 가장 덜 볶아졌던 Nicaragua san jose pacamara washed와 Round1보다 맛이 떨어졌던 Ethiopia yirgacheffe aricha G1 natural을 볶기로 했다..
pacamara는 180도에서 5분 로스팅 후 230도로 승온 하여 16분에 중간갈색으로 변했다. 저온로스팅은 1분만 진행해 총 17분이 소요되었다.
생두 크기가 작은 yirgacheffe aricha는 160도에서 6분 저온로스팅 후 220도로 승온 했다. 22분이 되자 중간갈색으로 변했다. 저온로스팅은 1분만 진행해 총시간 23분이 소요되었다. 두 가지 생두 모두 로스팅시간에 의존하기보다 육안으로 이 정도면 되겠다 싶은 정도로 로스팅했다.
다행스럽게 가장 우려했던 오버로스팅은 되지 않았다. 직전보다 진하게 로스팅되어 3일 후 시음하기로 했다.
사실 오늘은 개인적으로 중요한 날이다. 그동안 덜 볶아왔기에 한 단계 높여 볶았고 시간과 온도에 의존하기보다 오감을 믿고 볶아봤다. 유튜브에서 봤던 내용들은 일부 도움이 되었지만 장비와 환경 등 여건이 다른 데도 따라 하려니 혼란만 가중되기도 했다.
번외 경기로 로스팅한 pacamara washed는 3일 차에 숙성된 향이 올라왔다. 커피를 내리니 처음 볶았을 때보다 확실히 풍미가 좋아졌다. 산미도 있으며 부드러운 커피맛이 난다. 아마도 커핑노트의 꿀과 밀크초콜릿 맛으로 인해 부드러움을 느끼는 것 같다. 생두 크기가 커서인지 온도를 조금 높여 로스팅하면 더 좋은 맛을 낼듯하다.
yirgacheffe aricha G1 natural도 산미가 좋고 특유의 향이 올라왔다. 가볍지 않고 적당한 바디감에 중후하면서도 과일향과 꽃향이 어우러졌다.
pacamara washed의 첫 번째 내린 커피맛은 괜찮았으나 두 번째 내린 커피는 쓴맛과 잡미가 따라왔다. 반면 yirgacheffe aricha는 첫 번째 내린 커피맛도 좋았으며 두 번째 내린 커피도 쓴맛과 잡미가 적고 먹을만하다. 같은 날 로스팅했지만 yirgacheffe aricha가 상대적으로 잘 볶아졌다.
* 우리 집은 원두 30g을 그라인딩 하여 85˚C 물로 1차 커피 120cc 정도를 추출해 희석해 마신다. 연이어 2차 커피 150cc 정도를 내린다. 만약 커피 물 온도를 100˚C로 높인다면 1차에서 커피성분 대부분이 빠지므로 다른 방법으로 커피를 내려야 한다.
Round2가 끝났으니 새로 로스팅한 커피를 마시며 기록한 내용을 토대로 복기해보고자 한다. 실패 원인은 무엇이고 어떤 레시피가 그나마 괜찮은 맛을 선사했는가? 아직도 작업실에는 실패를 기다리는 생두가 많이 남아있다.
주의 및 경고 1: 커피에 대해 일자무식인 생초보가 좌충우돌하며 로스팅하는 이야기이므로 따라 하면 무조건 실패한다.
주의 및 경고 2: 로스팅은 생각보다 번거롭고 시간이 소요된다. 취미를 붙이지 못할 때는 로스팅된 원두를 구입하는 것이 맛있고 저렴하다.
주의 및 경고 3: 앞으로 계속되는 커피이야기는 전문적이지 못하므로 커피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전문서적 구입 또는 전문 학원을 다니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