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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Sep 10. 2024

916. Roasting사부의 조언

사부의 커피는 두세 차원 높은 맛이며 어쩌면 넘사벽이다.

 round1에서는 5종의 생두를 저온 로스팅 없이 바로 고온으로만 로스팅했다. 최초로 볶은 생두를 오버로스팅한 후 전반적으로 덜 볶기 시작했다. 덜 볶아 로스팅에 실패했어도 품종에 따라, 특히 yirgacheffe aricha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마셔보지 못했던 신기한 맛을 만들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실패한 로스팅이었으나 나름 배운 것은 있었다. yirgacheffe는 온도에 민감하고 오버로스팅보다 덜 볶는 것이 좋다. 또한 당연한 사항이지만 생두가격이 비쌀수록 커피맛은 뛰어나다.


 round2에서는 생두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Nicaragua san jose pacamara washed로 생두크기가 압도적이다. round2에서 중점을 둔 것은 저온로스팅 과정을 도입한 것이다.  round1 문제점은 원두 색상의 균질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round2에서는 고온로스팅 전후 저온로스팅과정을 도입했다. 시간은 더 소요되었다.

 원두 색상의 균질도는 좋아졌으나 정작 가장 중요한 풍미는 떨어져 round1의 커피맛을 따라가지 못하는 기술의 퇴보가 발생되었다. 원두 색상은 좋아졌지만 커피가 커피 맛을 내지 못했으니 round2 로스팅은 커다란 실패였으며, 기술적으로도 퇴보했다.

 그나마 배운 것은 로스팅이 덜 된 경우 숙성기간을 늘리면 풍미가 올라온다는 것이다.


 round1, 2의 로스팅 결과를 전반적으로 평가해 봤다. 

∎ 오버로스팅이 무서워 계속 덜 볶아내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 고온로스팅 후 저온로스팅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

∎ 오버로스팅돼도 좋으니 과감하게 볶아보자. 

∎ 로스팅 온도와 시간은 절대치가 아닌 참고치로 오감을 믿고 눈과 귀로만 볶아보자. 

 평가내용을 잊지 않기 위해 round2 번외로스팅을 하기로 했다. 번외로스팅에서는 고온로스팅 후 저온로스팅과정을 줄였다. 그간의 온도와 시간을 참조하되 눈으로는 색상변화, 귀로는 popping소리, 코로는 익어가고 타는 냄새를 감지하기로 했다. 

 다행스럽게 오버로스팅은 피했고 색상은 로스팅과정 통틀어 가장 좋았다. 볶아진 원두에서도 향긋한 냄새가 올라오니 적어도 실패는 아닌 것 같았다. 번외로스팅한 원두를 숙성시키는 동안 사부와 같이 여행을 가게 되었다.


 사부와 같이 여행 가는 날, 그간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고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round1 round2 로스팅과정과 그간 좌충우돌했던 했던 내용들을 설명했다. 설명은 장황스럽게 길었지만 사부의 결론은 간단명료했다.

∎ 홈로스터 들은 기교를 부리지 말아야 한다. 

∎ 자기만의 생두를 자기만의 스타일로 볶아내는 것만 생각해라.

∎ 커핑노트의 모든 맛을 구현하려고 하지 마라.

∎ 가능하면 로스팅시간은 13분 이내로 해라. 

∎ 성능이 떨어지는 장비로 온도와 시간 프로파일을 만들려고 하니 실패한다. 홈로스팅장비로 유튜브에서 이야기하는 커피 맛을 구현하기 어렵다. 

∎ 생두 품종에 맞는 적정 로스팅온도를 찾아야 한다.

 과연 사부다운 훌륭한 팁이다. 원래 훌륭한 사부의 솔루션은 길지 않고 간단명료하다. 그리고 원론적이며 직선적이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도 일부 있지만 당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사부의 처방과 조언은 새롭다. 6종의 생두로 로스팅연습을 하고 있고 round2를 끝낸 상태다. 어떻게 하면 좋은 맛을 낼 것인가에 몰두하다 보니 기본과 초심을 잃고 건방진 시도를 하는 부분도 있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데 뛰려 하니 비틀대며 자빠지고 하는 중이었다.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로스팅을 하고 있지만 헤매고 있었기에 사부의 조언은 혼란스러운 상황을 다시 리셋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여행을 오고 가는 5시간은 알토란 같은 시간이었으며, 사부의 조언과 일부 일치했던. 번외로스팅한 원두는 다행스럽게도 괜찮은 커피맛을 냈다. 사부의 조언은 프린트해서 작업장에 걸어놓아야 할 모양이다.


 로스팅사부는 이번 여행길에도 커피를 내려왔다. 무겁기만 한 바디감을 좋아하지 않으나 사부의 커피는 입안에 감도는 매끄러운 감촉 기분 좋은 바디감에 산미와 향이 곁들여졌으니 역시 고수의 맛이 느껴진다. 초보가 로스팅한 커피는 어딘가 모르게 울퉁불퉁하다. 덜 익히고 더 익히면 맛과 향이 부드럽지 못하고 밸런스가 깨진 맛이 난다. 두세 차원 높은 맛이며 어쩌면 넘사벽이다.


주의 및 경고 1: 커피에 대해 일자무식인 생초보가 좌충우돌하며 로스팅하는 이야기이므로 따라 하면 무조건 실패한다.  

주의 및 경고 2: 로스팅은 생각보다 번거롭고 시간이 소요된다. 취미를 붙이지 못할 때는 로스팅된 원두를 구입하는 것이 맛있고 저렴하다. 

주의 및 경고 3: 앞으로 계속되는 커피이야기는 전문적이지 못하므로 커피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전문서적 구입 또는 전문 학원을 다니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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