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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Sep 24. 2024

922. 초심으로 돌아간 Round3

훌륭한 사부의 솔루션은 길지 않고 간단명료하다. 그리고 직선적이다.

 사부와 같이 여행 가는 날, 왕복 5시간, 그간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고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round1, round2 로스팅과정과 그간 좌충우돌했던 했던 내용들을 설명했다. 설명은 장황스럽게 길었지만 사부의 결론은 간단명료했다.

∎ 홈 로스터들은 기교를 부리지 말아야 한다. 

∎ 자기만의 생두를 자기만의 스타일로 볶아내는 것만 생각해라.

∎ 커핑노트의 모든 맛을 구현하려고 하지 마라.

∎ 가능하면 로스팅시간은 13분 이내로 해라. 

∎ 성능이 떨어지는 장비로 온도와 시간 프로파일을 만들려고 하니 실패한다. 홈 로스팅장비로 유튜브에서 이야기하는 커피 맛을 구현하기 어렵다. 

∎ 생두 품종에 맞는 적정 로스팅온도를 찾아야 한다.

 과연 사부다운 훌륭한 팁이다. 원래 훌륭한 사부의 솔루션은 길지 않고 간단명료하다. 그리고 직선적이다. 현재 당면하고 있고 고민하던 문제들에 대한 솔루션이다. 알고 있던 지식과 경험도 ‘이게 맞는 거야?’했지만 전문가의 조언은 의심을 확신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처음으로 로스팅하는 날, 흥분되고 기대됐지만 한편으로 걱정도 앞섰다. 더듬거리며 생두를 태우고 덜 익혀 풋내 나는 커피를 얼굴 찡그리며 맛봤다. 차분한 성격이지만 커피는 타고, 채프는 날리고, 엉망이 된 작업장을 보고 당황했었다.

 한편으로는 조그만 성공도 맛봤지만 Best Practice보다 Worst Practice가 많았다. 하지만 이 또한 넘어가야 할 경험으로 책에서만 보는 지식과 경험해 본 지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래도 10번의 실패에도 한 번의 성공으로 맛본 커피맛으로 인해 홈 로스팅을 하는 목적은 확고해졌다. 

 자기 입맛에 맞는 자기만의 생두를 구입해 자기만의 스타일로 볶아내는 것을 원하기에 홈 로스팅을 시작한다. 물론 뛰어난 감각을 갖고 있어 사업으로 연계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니다. 오로지 자기 입만 만족시키면 되는 취미인데 한두 번 성공을 맛보고는 바로 교만해졌다. 


 유튜브에서 전문가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현혹되어 로스팅환경이 다름에도 기술을 넣고 커핑노트의 모든 맛을 구현하려 했다. 사부의 말대로, 또한 실제 경험해 보니 어림없는 일이었다. 

 어찌 보면 커피로스팅은 인생사는 것과 비슷하다. 있는 그대로 단순하고 담담하게 살아야 하는데 복잡하고 화려하게 살려하니 부작용이 따른다. 원두의 색깔을 곱게 하려 저온로스팅이란 기술을 넣으니 원두 외관은 멋졌으나 오히려 커피맛이 이상해졌다. 기술을 넣은 round2보다 아무 생각 없이 popping소리에만 신경 썼던 round1 커피 맛이 좋았다.


 아직 작업장에는 4kg 정도 생두가 남아있으므로 로스팅연습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연습용으로 구입한 것이니 태워도 보고 덜 익혀도 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 한다. 모든 일이 그렇듯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할듯하다. 내가 원했던 것은 전문가가 내린 커피맛이 아니라 내 입맛에 맞는 갓 볶아낸 신선한 원두커피 맛이었다.

 round3는 총 로스팅시간과 원두 품종별 로스팅온도 설정에 신경 쓰며 무심하게 볶아내려 한다. 로스팅시간을 짧게 하기 위해 예열 후 바로 고온로스팅을 하고 고온로스팅 전후의 저온로스팅과정은 없애려 한다. 공정이 매우 단순해졌다. reset 하고 새로 시작하니만큼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맡으며 로스팅하려 한다.

 어찌하다 보니 다시 round1 로스팅 방식이 되었다. 그래도 사부의 조언과 경험이 쌓였으니 날리는 채프에도 당황하지 않고 조금은 능숙하게 로스팅할 수 있을듯하다. 


주의 및 경고 1: 커피에 대해 일자무식인 생초보가 좌충우돌하며 로스팅하는 이야기이므로 따라 하면 무조건 실패한다.  

주의 및 경고 2: 로스팅은 생각보다 번거롭고 시간이 소요된다. 취미를 붙이지 못할 때는 로스팅된 원두를 구입하는 것이 맛있고 저렴하다. 

주의 및 경고 3: 앞으로 계속되는 커피이야기는 전문적이지 못하므로 커피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전문서적 구입 또는 전문 학원을 다니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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