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이란 부제를 달고 있다. 국내 인문학자들도 동서양의 서로 다른 시선을 언급했었다. 서양인이 바라보는 시선으로 차이를 읽어보려 한다. 저자인 리처드 니스벳은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는 미시건대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 책은 연구결과를 논리적으로 구성한 책이기에 여느 책과 결이 다르다.
서론
동양사회의 집합주의적이고 상호의존적인 특성을 보다 넓게 종합적으로 보는 시각, 어떤 사건이든지 수없이 많은 요인들과 얽혀 있는 것으로 보는 견해와 일맥상통한다. 같은 논리로 서양 사회의 개인주의적이고 독립적인 특성은 개별 사물을 전체 맥락에서 떼어내어 분석하는 그들의 접근, 사물들을 다스리는 공통의 규칙을 발견할 수 있고 따라서 사물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는 그들의 신념과 통한다.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사고의 체계에서 정말로 다르다면, 태도, 신념, 가치, 선호와 같은 심리적 특성들에서 나타나는 문화 간의 차이는 단순한 차이가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데 사용하는 생각의 도구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불가피한 결과일 것이다.
동양과 서양의 ‘생각의 차이’는 어디에서 기원한 것이며, 이러한 차이들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이고, 두 문화 사이의 국제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포함하는 이론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 이론은 그동안 교육학자, 역사학자, 과학철학자, 심리학자들에게 수수께끼 같았던 아래와 의문점들에 답을 제시해 줄 수 있게 되었다.
과학과 수학: 고대 중국에서는 연산과 대수학이 발달했지만 기하학은 발달하지 못했을까? 고대 그리스는 기하학에서 눈부신 진보를 보였을까? 현대 동양인들이 서양인보다 수학과 과학을 잘하는데도 불구하고 최첨단 발전은 왜 서양에서 더 두드러질까?
주의과정과 지각과정: 동양인들은 사건들 간의 관련성을 잘 파악하는 걸까? 반대로 주변 환경에서 개별사물을 분리하는 과제를 서양인보다 어려워하는 걸까?
인과적 추리: 서양인들은 사람의 행동을 설명할 때 상황적인 요인은 무시하고 그 사람의 내부 특성만 강조할까? 왜 동양인들은 어떤 일이 발생하고 나면 ‘내가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지?’라는 후견 지명효과를 강하게 보일까?
지식의 조직화: 왜 서양의 유아들은 동사보다 명사를 더 빠른 속도로 배울까? 반대로 왜 동양의 아이들은 명사보다 동사를 더 빨리 배울까?
추론과정: 왜 서양인들은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할 때도 왜 형식논리를 자주 사용할까? 왜 동양인들은 명백하게 모순되어 보이는 두 주장들을 동시에 받아들일까? 동양인과 서양인들이 각각 특정적으로 범하는 추론의 실수는 무엇일까?
동서양이 여러 분야에서 나타내는 차이는 ‘항상성’을 갖고 있다. 즉 특정한 사회적 행위들은 특정한 세계관을 가져오고 그 세계관은 특정한 사고과정을 유발하며, 그 사고 과정은 역으로 원래의 사회적 행위들과 세계관을 다시 강화시킨다. 이런 항상성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 사고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또한 주어진 사회적 조건에서 어떻게 사고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또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게 어떤 사고방식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한지를 논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에필로그: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 충돌할 것인가, 통일될 것인가?
사회과학의 영역에서 많은 학자들이 문명의 미래에 대해 논쟁하고 있다. 정치학자 프랜시스후쿠야마는 ‘문명의 종말’이라는 책에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최종 승리를 거두었으며 이를 뒤집을 만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새뮤얼 헌팅턴교수는 ‘문명의 충돌’이 임박했다고 주장한다. 동양, 이슬람, 서양이라는 대표 문명들이 가치관과 세계관에서 좁혀질 수 없을 정도로 벌어져있기에 문화 간 차이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과연 어느 쪽이 맞을까?
동양이 서구화될 것이다?
후쿠야마교수 견해는 많은 서양인들, 특히 미국인들의 생각과 일치하는 것 같다. 세계 어디서나 나이키를 신고 코카콜라를 마시며 미국 음악을 듣는다. 세계는 서구화되어가고 있다.
동양 어린이들이 점차 서구식 사회화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증거들이 등장하고 있다. 80년대 중반 중국 초등학교 어머니들에게 자녀에게 제일 원하는 것이 무언지 물었을 때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이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뒤 똑같은 질문에 대한 중국 어머니들의 답은 미국 어머니들의 답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그들은 ‘독립성을 가지고 이 세상에서 앞서가는 것’을 원했다.
차이는 계속될 것이다?
세계가 서구문화로 통합될 것이라는 견해에 대해 헌팅턴교수는 자민족 우월주의에 근거한 환상에 불과하다고 통열하게 비판한다. 국가 간 사회, 경제적 차이는 여전히 엄청나며 미래 발생하게 될 국가 간 갈등은 경제, 사회적 문제보다는 문화적 문제에서 비롯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동양과 이슬람은 서구와 전혀 다른 문화적 전통을 갖고 있으며 동양의 지속적 경제발전과 인구증가로 서구 영향력은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본은 자본주의 도입 100년이 경과했기에 서구적 합리주의가 뿌리내렸을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 여전히 변치 않는 가치들을 갖고 있으며 자본주의는 일본문화에 맞게 변형되었다. 이러한 특성이 2차 대전 후 일본의 기적을 일으킨 원동력이 되었으며 얼마 전까지 서양은 일본식 경영을 배워야 한다고 믿었다. 물론 최근의 일본경제위기는 일본의 문화적 특성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일본의 고도 경제성장이나 침체가 일본의 전통가치를 그다지 크게 바꾸어놓지 못했다는 점이다.
동양과 서양의 차이는 수렴될 것이다?
문화 차의 미래에 대한 세 번째 견해는 문화적 차이가 수렵할 것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동양이 서구화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와 가치관에 있어 서양적인 것과 동양적인 것들이 서로 결합되는 상태에 도달할 것이라는 견해이다. 내가 지지하는 이 견해를 뒷받침해 주는 증거 또한 상당히 많다.
서양은 점점 동양적인 것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비록 세계 곳곳에서 코카콜라를 마시고 청바지를 입고 있지만 서양 요리는 이미 동양요리를 가미한 퓨전스타일을 지향하고 있다. 그리고 서구의 개인주의가 인간 소외를 초래한다고 믿게 된 많은 미국인들이 이제 동양적인 공동체를 통하여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일본 노사관계를 배우려고 노력하는데 반해 정작 일본에서는 교육에서 서구식 논쟁을 강조하고 있다. 서양은 또한 ‘이것 아니면 저것(either/or)의 논리적 구조가 아닌 새로운 논리를 시험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이중문화적이다. 우리 안에는 다른 사람들과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상호의존적인 특징과 다른 사람들로부터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가려는 독립성이 혼재한다. 이 중 어떤 특성이 강하게 부각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문화적 특성을 보일 수 있다.
동양과 서양은 서로 장점을 수용하여 두 문화의 특성이 함께 공존하는 문화형태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마치 요리의 재료들이 각각의 속성은 그대로 지니면서도 어우러져 새로운 요리를 만들 듯 두 문화는 새로운 통합을 맞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