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글을 잘 쓰는 것은 ‘쉽지 않다.’가 아니라 어렵다.
내 글의 한계성을 알고 있기에 글을 올리고 편지를 보낸 후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끄적거리는 것은 취미이기도 하지만 ‘목적 중 하나인 공부하기 위함도 있고, 이런 이야기가 있으니 관심 있는 사람은 책을 구입해 봐라.’ 하는 것으로 내 목적을 달성한 것이니 손을 떠난 글에는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좋다. 하지만 정확한 뜻을 전달하기 위해 몇 번을 고쳐 쓰곤 한다.
인천에서 근무할 때 한 달에 한 번 전 직원들이 강당에 모였다. 공지사항 전달, 교육, 포상, 전월까지의 경영상황 설명이 끝나면 짧게 Talk Concert를 했다. 언변이 부족해 Concert 자료를 만들어 진행하고 자료는 게시판에 공지했었다. 주된 내용은 ‘행복하고 인간답게 사는 법’으로 몇 달이 흐르자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직원이 내게 말했다.
‘상무님, 그렇게 말씀하셔도 알아듣는 직원들 많지 않아요, 반도 안 됩니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속으로 웃었다.
‘강압적이기 보다 Soft 하게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 Talk Concert를 시작했는데, 알아듣는 사람이 반도 안 되지만 있긴 있구나.’
사실 글을 잘 쓰는 것은 ‘쉽지 않다.’가 아니라 어렵다. 글 쓰는 사람 모두가 박경리 선생 수준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본인 생각을 완벽하게 글로 전달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박경리 선생은 글의 한계성을 뛰어넘은 분으로 시대상, 마을 모습, 개개인의 성격과 표정까지도 글로 담아내고 표현한다. 사실 그 정도 경지에 오른 작가를 꼽는다면 세계적으로도 열 손가락이 모자라지 않 다고 본다. *개인적 취향이기는 하지만 소설 분야에서는 박경리 작가가 세계 제일이라고 생각한다.
말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한번 내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으며,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가고 三人成虎(삼인성호)처럼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낸다. 험한 말은 사람을 죽음에 빠트릴 수도 있기에 조심스럽고도 어렵게 대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말실수를 할 바에는 언변이 없는 나처럼 ‘침묵은 금이다.’라고 생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사람이 딱딱해 보인다.
뉴스와 시사 토론 프로그램을 자주 본다. 케이블TV ‘판도라’라는 프로그램에는 진보와 보수 논객 중 대한민국에서 손꼽는 언변을 가진 사람들인 故정두언, 정청래, 탁석산, 김갑수, 박지원…. 등이 출현한다. 이중 탁석산(철학박사) 씨는 중도파로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답게 큰 흐름을 이야기한다. 김갑수(시인이자 문예평론가) 씨는 진보주의자로 소위 ‘문빠’이므로 현 정권 실정도 과거 보수 정권의 영향이자 잔재로 해석한다. 하지만, 탁석산과 김갑수는 소신껏 발언하고 상대방의 반론이 맞으면 잘못을 인정한다.
나머지 사람들 발언은 위 두 사람과는 결이 다르다. 여야를 떠나 전, 현직정치인이기에 이들의 발언을 들어보면 위험수위를 교묘하게 넘나든다. 증거를 갖고 있어도 확언하지 않고 여지를 남겨두며, 증거가 없어도 정황증거가 뚜렷한 경우에는 증거를 확보한 것처럼 포장하기도 하지만 뭔가 여지를 남긴다. 또한, 대부분 이런 전제가 붙는다. ‘정부 관계자 말을 들어보니’, ‘시중에 이런 이야기가 돌고 있는데….’, 말을 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빠져있는 소위 ‘유체이탈 화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이들은 유능한 정치인이며 ‘말의 고수’이기 때문이다. 윈스턴 처칠이 이들을 간략하게 대변했다. ‘유능한 정치인은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때 적절히 둘러댈 말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판도라’에 출연하는 전, 현직정치인들이 처음부터 말을 잘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말 하다 보니 기술이 늘었고, 공부했으며, 고발당하고 조사받고 유치장을 들락거리다 보니 말과 글의 한계성과 위험성을 깨달은 고수의 경지에 다다른 것이 아닌가 한다.
정치인들이 말의 고수인 것은 분명하지만 고수들을 한방에 잠재운 진정한 무림고수 일화를 소개하려 한다. 글의 한계성을 뛰어넘은 분이 박경리 선생이라 했는데, 말의 한계성을 뛰어넘은 분이었던 마크 트웨인 일화다. 작가이자 비평가인 마크 트웨인의 출판기념회에 저명인사와 기자가 몰렸다. 어느 기자가 마크 트웨인에게 질문했다.
‘미국의 현 국회의원들을 어떤 사람이라 평가하시나요?’
마크 트웨인이 뜸 들이지 않고 대답했다.
‘미국 국회의원 중 어떤 국회의원은 개자식이다.’
다음날 마크 트웨인의 독설은 대서특필 되었고 미국 정계가 발끈했다.
‘사과해라, 당신을 가만두지 않겠다.’
마크 트웨인이 기다렸다는 듯 말을 다시 했다.
‘미국 국회의원 중 어떤 국회의원은 개자식이 아니다.’
같은 말 같지만 다른 말이다. ‘일부가 개자식’이라고 말하자 정계가 발끈하자, ‘대다수가 개자식이지만 간혹 사람 자식도 있더라.’ 말했다. 후자가 더 독한 이야기였다고 판단되나 이후 미국 정계가 조용해졌다. 진정한 무림고수의 말솜씨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객관식 문제를 풀면서 한계성 많은 글을 끝내기로 한다.
문제) 미국 정계가 조용해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① 국회의원 모두가 ‘나는 개자식이 아니다.’라고 생각할 수 있게끔 말로 현혹했기에?
② 정계가 재차 발끈하면 마크 트웨인이 ‘겁먹은 개는 자주 짖는다.’라고 독설을 날릴까 봐?
③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속담이 무서워서
④ 실상은 개자식이 맞았기에
※ 상기 문제는 미국과 관련된 이야기이며, 절대로 한국의 국회의원과는 무관하다.
※ 註釋(주석)을 달았을 때와 달지 않았을 때의 해석은 독자에게 맡긴다. 이래서 말도 잘 해야 하지만 글도 잘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