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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Oct 27. 2024

936. 超譯(초역) 부처의 말(1)

코이케 류노스케著, 포레스트북스刊

 요즈음 방문했던 곳이 수종사, 낙산사, 금선사, 와우정사 등으로 사찰이며, 들춰보는 책도 불교 관련 서적이라 하늘에 계신 어머님께 죄송하기는 하다. 하지만 종교로서의 불교가 아닌 학문과 철학으로서의 불교를 가까이하는 것이니 어머님께서 그리 노여워하실 것 같지는 않다.

 불교 관련 서적을 읽다 보니 꼬리에 꼬리는 무는 독서습관으로 인해 연달아 불교서적을 읽었다. 향후 몇 주간은 철학으로서의 불교이야기만 할 것 같다.


 띠지에 “나는 부처에게서 인생의 해답을 찾았다 -쇼펜하우어-”라며 요즈음 잘 나가는 쇼펜하우어 선생 이름을 팔았지만 쇼펜하우어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없다. 행복이 곧 길이다.” 副題(부제)처럼 써놓은 이 문장이 마음에 들어 책을 집어 들었다.

 저자는 서양철학을 공부하다 출가해 승려가 되었으며,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지금은 승려를 그만두고 있는 그대로 살 것을 전파하는 道場主(도장주)다 

超譯(초역); 원문의 의미와 의도를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직역 대신 더 효과적으로 의역하는 작업을 뜻한다.


들어가는 말: 부처의 말을 따라, 신선한 바람이 분다.

 ‘이제 집어치울까?’ 또는 ‘어쩌지...’하며 좌절이 엄습해 포기하고 싶고, 불안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며, 좋지 않은 유혹에 넘어갈 것 같은 때가 있습니다. 이처럼 마음이 약해질 때 저는 ‘칠불통계게’, ‘정승경’, ‘자비경’을 읊조리며 극복해 왔습니다.  제법 간결하게 축약된 핵심만을 담은 부처의 메시지가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줍니다. 

 부처의 말이 간결하듯 이 책을 기획한 의도 역시 단순합니다. 이 책을 들고 어디를 펼치더라도 부처의 말이 스르륵 마음을 물들이고, 어느 순간 그 속에서 기분 좋은 바람이 일어나 더 좋은 방향으로 불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용기의 바람이 불고, 고요함이 자리하고, 번뜩이는 깨달음의 순간이나 집착이 사라진 평안한 마음을 마주하고, 분노의 불길이 사그라드는 효과가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학문적인 의의나 심오함, 공부에 목적을 두고 이 책을 읽는다면 실망할지도 모릅니다. 그보다는 우리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뒤흔드는, 깨달은 자 부처의 말에 마음을 열고 귀 기울여 보면 좋겠습니다.

 부처의 말은 가식이 없고 알기 쉬워서 복잡하고 까다로운 마음으로 읽으면 아무것도 얻는 게 없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여유롭게 순수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긴다면, 틀림없이 읽을 때마다 새로운 바람이 불어와 당신의 등을 좋은 곳으로 살며시 밀어줄 겁니다. 어쩌면 소리 내어 읊조리며 음미하는 것도 책을 읽는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내게 의존하지 말고 너 자신의 감각을 의지처로 삼아라’고 설법했던 부처의 뜻에 충실하려면, 그를 떠받드는 대신 그의 메시지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더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숭배나 의존의 대상도 아닌 그저 2500년 전에 태어나 생을 살다 간 한 스승으로서 말이지요.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임제선사가 한 말입니다. 부처를 숭배하고자 하는 자신의 약함을 죽이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당신 말고는 누구도 당신을 상처 입힐 수 없다.(법구경 42)

당신을 미워하는 경쟁자가 당신에게 하는 나쁜 행동, 그런 건 대단치 않습니다.

당신을 싫어하는 사람이 당신에게 가하는 집요한 괴롭힘, 그런 건 대단치 않습니다.

화로 일그러진 당신의 마음은, 그보다 더 훨씬 당신에게 해롭고 위험하기 때문에


쾌감과 불쾌감이라는 마약(경집 862-867)

 온갖 언쟁과 불화, 지긋지긋한 다툼... 그와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이유는, 당신의 뇌에서 만들어지는 쾌감과 불쾌감이라는 물질 때문입니다.

 언쟁에서 질 것 같거나 자신보다 뛰어난 상대를 보면 불쾌감이 용솟음치듯 분출되기에 무턱대고 상대를 비난하려 듭니다.

 반대로 이길 것 같거나 상대가 만만해 보이면 깔보거나 ‘훈쭐내 주겠다.’는 우월감과 쾌감에 빠져 막무가내로 자신의 주장을 밀어붙이려 합니다.

하지만 이 ‘쾌감’과 ‘불쾌감’의 신경경로를 억제하는 온화한 해독제를 분출시킬 수 있다면 당신은 모든 다툼에서 한 걸음 물러설 수 있습니다.


교만함을 순순히 내려놓는다 (법구경 221)

 화를 버리세요. ‘나는 대단한 사람이다.’, ‘나는 칭찬받을 가치가 있다.’, ‘나는 감각이 특출 나다.’, ‘나는 소중히 대접받아 마땅하다.’ 이 같은 교만함을 남몰래 가지고 있기에 생각과 다른 현실에 직면할 때마다 화가 당신을 지배합니다.

 교만함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순순히 내려놓으세요. 모든 정신적 굴레에서 벗어나 마음도 신체도 자유롭고 그 어떤 것에도 속박받는 게 없다면 이미 당신은 화를 낼 일도 고통받을 일도 없습니다.


칭찬도 비판도 같은 마음으로(경집 702)

 다른 사람에게 매도당하거나 버림받아도, 존경받거나 칭찬받아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있으세요. ‘어째서 이런 것도 못하는가’ 매도당해도 마음속에 피어나는 열등감을 재빨리 깨닫고 ‘괜찮다’며 받아넘깁니다. ‘역시 당신은 대단하다’ 칭찬 들어도 건방진 우월감이 마음을 지배하려는 걸 번뜩 알아차리고, ‘아무렴 어때’라며 흘려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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