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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Nov 24. 2024

948. 법구경 마음공부(1)

(정운著, 유노 콘텐츠그룹刊)

 얼마 전 ‘법구경(법구역음. 홍익출판사刊)’을 읽었기에 경전 자체의 내용은 다를 수 없다. 하지만 역자나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의미는 다르게 전해진다. ‘법구경(법구역음. 홍익출판사刊)’이 직역에 가깝다면, 이 책은 의역본이다. 

 저자는 조계종스님으로 조계종단 교육아사리(승려 교육과 불교학 연구를 담당하는 스님)이며 동국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법구경은 삶의 가치관과 불교관을 정립해 준 경전으로 누구나 깨닫고 실천할 수 있는 부처님의 진리가 담겨 있다.


여는 말: 이 세상 모든 존재의 행복을 위하여

 세상이 혼란스럽고 마음이 불안할수록 부처님의 가르침은 삶에 큰 도움이 된다. 이런 이유로 불교에 대한 관심은 커지나 불교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불교가수행과 관련돼 있고 경전이 방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불교는 부처님이 살아계셨을 때부터 대승불교가 탄생하기 전까지의 불교를 초기불교라 한다.  기원전 1세기경 부처남 열반 후 제자들이 여러 갈래로 분열되었던 시대의 불교에 반발하면서 등장하게 된 것이 대승불교다.


오늘날 불교학은 부처님의 사상, 초기불교 및 대승불교를 거치면서 정립된 사상, 학자들에 의해 등장한 論(론)과 선사들의 語錄(어록)이 합쳐져 만들어진 학문체계를 말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법구경은 초기불교 사상을 담은 경전으로 석가모니 부처님의 말씀을 토대로 한다. 대부분의 경전이 교리와 계율적인 쟁점을 다루는 것과 달리 법구경은 삶의 진리를 깨닫고 실천할 수 있도록 짤막한 시를 통해 전한다. 법구경의 잠언들은 가슴에 와닿고 인생의 지침으로 삼아도 좋을 만큼 달콤하다.


고통에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이 세상 모든 존재는 영원한 것이 하나도 없다.(무상) 누가 죽었다고 해서 허무한 일이고, 꽃잎이 떨어지면 슬픈 일인가? 반대로 생명이 태어나면 기쁜 일이고, 꽃이 활짝 피면 좋은 일인가? 꽃잎이 떨어져도 슬프거나 기쁜 일은 아니다. 꽃잎이 지는 것만이 무상이 아니라 꽃잎이 예쁘게 피는 것도 무상이요. 사람이 죽는 것만이 무상이 아니라 예쁜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는 것도 무상이다.

 육신이 병들고 늙고 죽으며 꽃이 피고 지는 현상은 솔직한 무상이다. 그런데 육신보다 더 극명한 무상이 있다. 사람의 마음이다. 잠깐도 한결같지 못하고, 순간순간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남자가 여자에게 ‘너 없으면 못살아, 영원히 사랑한다.’해놓고, 세월이 흐르고 마음이 변해 ‘다시는 이 생애에 보지 말자.’라며 뒤돌아서는 그 배신도 무상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현재 삶에서 소유하고 있는 것들은 어떨까? 재물이나 명예 또한 주변 사람의 도움으로 얻어진 것이요, 잠깐 소유하고 있다가 놓고 떠날 것 들이다. 그러니 영원히 살 것처럼 착각해 욕심내고 함부로 행동하지 말라.


 “이 세상을 물거품 같이 여겨라. 또 이 세상을 아지랑이 같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세상을 관해야 한다.” - 世俗品(세속품) -


고통의 근원에서 벗어나려면

 세상을 사는 것은 고통스럽다. 그런데 왜 고통스러운지 원인을 살펴보니 욕심과 집착인 것을 알았다. 고통의 원인이 욕심과 집착인 줄 알았으니, 열심히 기도하고 수행을 통하면 행복(해탈과 열반)을 얻게 된다. 

 불교의 목적은 바로 이 원리를 기반으로 한 離苦得樂(이고득락: 고통을 없애고 행복을 얻음)이다.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우주 자연의 형이상학적 철학이나 이론을 강조하지 않으셨다. 불교가 ‘살면서 시시각각 발생하는 고통을 해결하고 인간으로서의 참된 길을 찾아 행복하게 살 것’을 제시하는 이유이다.


 불교는 신의 종교가 아니고 기적을 행하는 종교도 아니다. 우주 철학이나 죽음을 연구하는 종교는 더더욱 아니다. 자신의 죄업을 부처님이 대긴 받는 것도 아니요, 기도만 하면 부처님이 알아서 고통을 해결해 주는 것도 아니다. 

 고통을 해결하고자 노력한 만큼 번뇌와 고통이 해소될 수 있으며 자신이 수행한 만큼 행복을 얻을 수 있고, 깨달음의 길이 열리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불교다. 


‘나’를 망치는 건 언제나 ‘나’ 자신이었다

 쇠 스스로에서 생긴 녹이 쇠를 갉아먹듯이 자신이 만든 악행으로 자기 스스로를 망친다. - 塵垢品(진구품) -

 어느 누구도 자신을 망가뜨릴 수 없으나 자신이 만든 욕심과 그릇됨으로 자기 스스로를 망치는 법이다.

 이 세상은 신이 주는 능력과 의지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그대 인생을 책임지고 주도해 갈 사람은 신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다. 어느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나야 한다. ‘자신’이란 존재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천적도 되지만 동시에 가장 위대한 동반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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