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매미가 나타났다
5월의 날은 푸르고 청명한데 우리 회사 안은 어둡다. 이른 매미 소리가 회사 안에 울려 퍼진다. 인간의 매미 소리나 진짜 매미 소리나 듣기 싫은 것은 똑같지만, 인간의 매미 소리는 그 형태를 달리한다. 맴맴맴 대신 징징징. 내가 제일 힘들다고 징징징. 때아닌 매미의 침입이다. 매미는 7~8월에 잠깐, 아주 잠깐 마주쳐야 좋다. 여름이 왔다는 신호이자, 곧 간다는 신호니까. 게다가 매미는 스토리텔링이 확실하다. 일 년 내내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다는데, 곧 죽을 거라는데 그것조차 허용하지 않을 인간은 없을 거다. 맴맴맴! 울어도 당연한 마음으로 바라본다.
그런데 인간 매미는 이미 각자 한 30년, 40년, 50년을 살았고, 앞으로도 살 것들이다. 그런데 철 이른 5월부터 울어대다니, 인생 경력이 2N으로 끝나는 나는 그저 소리 죽여 울뿐이다. 분노로 주먹을 꼭 쥔 채. 막내라는 이름은 소리 내 매미가 될 수 없는 이름이기에 그렇다. "아이고 언론중재위원회 때문에 죽겠네~ 남편은 진짜 남의 편이에요~ 시어머니는 정말 싫고요 시댁이 어쩌고 저쩌고~" "아이고 나는 아들도 있는데 남편은 육아를 돕지를 않아~ 이 프로그램도 난 너무 오래 했어요 힘들어 죽겠네~" "내 심장 변이는 이상이 있나 봐 심장도 잘 안 뛰어""나는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우리 아내는 왜 그럴까. 그만 좀 울었으면 좋겠고, 이 나이 먹고 일하려니까 힘들어"
"작작 좀 해!"라고 외치고 싶지만 나는 그 대신 옅은 웃음을 띠고 앉아있다. 이런 매미 소리의 끝은 대부분 나이에 대한 한탄이다. "큐마 너는 아직 몰라. 지금까지의 경험은 아무것도 아니야!" 혹은 나도 조금이나마 매미 소리를 낼라치면 "야, 너는 아직 어려서 괜찮아. 네가 아픈 그 몸 상태가 내 매일매일이야." 매번 그렇게 막내의 입을 틀어막는다. 막내는 결국 슬픔이건 분노 건 억지로 삼킨다. 나이가 많아서 느끼는 고통도 있지만, 나이가 적어서 느끼는 고통도 있는데, 그런 건 고려하지 않는다. 서른 줄이든, 마흔 줄이든, 아직 젊다고 하면서도 곧 죽을 매미들처럼 징징댄다. 그들이 막내를 틀어막고 조금의 위안이라도 느끼면 다행인데,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결국 막내라는 존재는 종종거리며 결국 한 명씩 듣고 싶은 말을 해준다. "아이고 힘드시겠어요. 바빠 죽겠는데 XX까지 괴롭히니." XX 안에 가족, 건강, 심장, 육아 뭐든 넣어서 말해주면 된다. "당신 그 자체로 참 괜찮아요. 근데 상황이 도와주지 않니 힘들겠네요." 다들 듣고 싶은 말이다.
보통은 그러면 조금은 진정이 된다. "막내, 잘 뽑았네..."라고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한숨 죽는다. 근데 그게 얼마 안 가고 매미 소리가 변이를 일으킨다. 자신의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대한 분노가 가득 차서 막내를 저주한다. "야, 너도 가족들이 너 안 사랑할걸!!"이라고 외치는 것이다. "야!! 너도 결혼하면 다 똑같을걸!!" "야!! 너도 곧이다! 곧 나처럼 된다! 지금을 즐겨! 지금이 제일 좋다!" 이때쯤 막내는 분노로 두 손을 꼭 쥔다. '시발. 이미 내 현재를 매미 소리로 더럽혀놓고 미래까지 더럽히다니, 용서할 수 없군!' 나는 그러면서 마음속 깊이 지니를 찾아 외친다. 제발! 여기 정신과 선생님 한 명만 놓아주세요. 다들 매미 소리가 장난이 아니에요. 돈도 많이 벌면서 유료 정신과 상담을 받지, 돈 제일 못 버는 막내를 괴롭혀요. 오늘도 나는 두 손을 꼭 붙잡고 지니를 소원한다. 그 사이 테이블 모퉁이마다 고개를 숙이고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사람들의 곡소리가, 아니 매미 소리가 여전히 울려 퍼진다. 인간 매미의 수명이 너무 길다고 생각하는 막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