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도 계절이 있다면
해가 바뀌고 순식간에 1월이 지나갔다. 매 번 느끼는 것이지만 달력의 첫 장을 넘기는 일은 뒷장보다 가볍게 느껴진다. 새로운 마음으로 많은 신년다짐을 가슴에 안고 어느 때보다 열정적이고, 자신감 충만한 태도로 도전하는 진취적인 첫 달은 매년 빠르게 지나간다.
보통 입춘은 양력 2월 4일이다. 나름 따뜻한 경상도 지역에 거주하고 있지만 꽃도 피지 않은 날씨에 봄이 시작이라고 하는 게 우습기만 하다. 제법 햇볕은 따사로워졌지만 바람은 여전히 차게만 느껴진다.
'인생에도 계절이 있다는 것' 어머니의 메신저 상태명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인생에도 4계절이 있다면 나는 지금 어느 계절을 보내고 있는가'
제일 편하게는 나이대로 추측할 수 있다. 100세시대니까 나의 입춘은 25살에 맞이했으니 서른 살이면 새싹이 돋아 꽃을 피우는 중인 계절이라고 볼 수 있을까?
간단하게 나이로 재지 않아도 지금 완연한 봄에 있다는 걸 나는 알 수 있다. 의원면직을 하기까지 지독 시리도 추운 겨울을 보냈기 때문이다. 여름같이 뜨거운 태양 같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은 상상과는 달랐고 바짝 말라가는 가을을 거쳐 순식간에 모든 걸 얼려버린 겨울이 찾아왔다. 자괴감이 밀려들어왔다. 하루하루 일하기 싫다, 재미없다는 말을 달고 살면서,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 다시 꽃을 피우기 위해 나는 의원면직을 선택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따뜻한 봄바람에 만개한 꽃으로 가득한 시절도 보내봤고, 작열하는 태양아래 매미울음으로 가득한 시절도 보내봤고, 맑고 청명한 하늘과 알록달록 단풍 피는 외로운 계절도 보내봤고, 차디차고 메서 운 바람에 웅크렸던 시절도 보내봤다.
지독하게 추웠던 겨울을 보내고 내 인생에 다시 또 봄이 찾아왔다.
이번 해는 입춘대길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