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진심

PART 2 슬기로운 환자 생활

by 작가정신

지역 치매안심센터에서 간호사나 사회복지사가 집으로 나와 엄마의 인지 기능 향상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오늘은 첫날이었는데 젊은 간호사분이 상냥하고 조곤조곤 설명하는 모습에 역시 또 감탄. 나는 환자에게 어떤 의료진이었을까? 부끄럽네...


입원을 몇 번 하고 중환자실에도 있어보니, 간호사란 직업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되었다. 직장 동료일 때는 간호부장을 정점으로 일사불란한 여군 같은 조직, 원내 정세 변화에 민감하며 역시 기민하게 반응하는 모습들로, 비슷하게 여초인 약사들과도 뚜렷이 구분되던 간호사들.


그러나 막상 내가 아프고 보니 의사들보다 간호사 선생님들에 대한 의존도가 훨씬 높은 데다, 실제로 간호사들의 환자에 대한 헌신과 친절은 '백의의 천사'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했다. 그간 주변에 입원했다가 간호사랑 결혼한 케이스, 간호사와 결혼한 의사 케이스 모두 한 번에 이해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엄마도 그런 느낌이 드셨던 걸까? 조용조용 간호사와 엄마가 나누는 대화가 들려왔다.


"가장 행복하실 때는 언제세요?"


"어떨 때 화내셨어요?"


"가장 힘들 때는 언제세요?"


엄마의 일상이나 우울감을 측정하기 위한 질문들이 이어지는데, 엄마가 차분하게 말씀하셨다.


"쟤(나)가 저렇게 아픈데 내가 짐이 되는 것 같아 힘들어요. 저희 어머니도 치매셨는데 제가 모시느라 정말 힘들었거든요. 딸이 나 때문에 힘들까 봐, 요즘은 그 생각들 때문에 제일 힘들어요."



아, 내 방 책상에서 논문은 읽지 않고 얌전히 듣고 있던 나는, 이 대목부터 눈물이 흘러 마스크를 벗었다. 그 후로도 한동안 엄마의 내 걱정이 계속되었다.



언젠가 진영이가 남편하고 자식에 대한 사랑은 달라서 자식은 그 똥마저 예뻐 보인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결혼이 아니라 출산이 여자 인생을 바꾼다고도.


나는 아이를 낳아 보지 못해 어머니의 모정이 얼마나 강하고 위대한 지 모르겠다. 다만 이제 그동안 집착으로 여기기도 했던 엄마의 나를 향한 사랑은 앞으로도 그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겠다는 것만 오늘 확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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