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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정신 Aug 12. 2020

나의 엄마에 대하여

PART 3 삶은 계속된다

어제 엄마랑 치매안심센터에서 나온 인지 개선 책자를 함께 하는데 엄마가 이번 달 달력을 표시하는 부분부터 어떻게 하는지 몰라 당황하셨다. 지금까지나도 놀랄 만큼잘 해오셨는데. 엄마에대해 말하자면, 본인의 기억력이 부쩍 떨어지는 것 같다며 치매 검사도 스스로 받으러 가시고도리어 계산 능력이 우수한 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오셨던 분이시다. 외할머니의 치매로 장녀인 엄마가 많이 힘드셨고 그 고생을 나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기도 하셨던 엄마. 

오늘은 함께 산책을 하다 먼저 집으로 가시다가 얼마 후 도로 나를 찾으셨다. 현관 비번을 못 누르셔서 못 들어가셨다고 하셨다. 아, 좀 무서웠다. 이런 공포스러움은 지난 3월 입원 중 아직 내 의식이 몽롱한 가운데 엄마가 내 병상 옆에서 입지도 않을 겨울옷들을 잔뜩 가져오셔서 밤새도록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기기를 반복하실 때의 그 기분이다. 내 몸 상태가 회복되어 가고 있어 엄마의 컨디션도 덩달아 좋아지신다고 여겼는데, 나는 아직도 이 병을 모르는 것 같다.

일본 작가가 쓴 책을 보니 논픽션 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모친의 치매 경과와 일본의 노인 요양 제도를 대체로 이성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글을 썼던데, 거기에 비하면 나의 이런 나약함이란. 물론 저자도 고백하고 있다. 엄마를 돌보다 정신이 나갈 때도 있고 말이 통하지 않는 엄마가 밉다 못해 결국, 엄마를 때리기도 했다고. 나도 이미 겪어본 감정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새로운 증상을나타내실 때마다 어찌 당황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도 어쩌랴. 나의 투병도 엄마의 돌봄도 하루하루를 묵묵히 채워 나가야 하는 일. 인생처럼.

"양쪽 엄지손가락에 습진이 생기고 손가락들 지문도 많이 지워지셨어요..." 

우리 집 도어록이 지문을 등록할 수 있어 그 기능을 활용해 보려 했더니 그것마저 잘 되지 않았다.콜센터와 통화하며마음을가라앉히려 주문을 건다. 

'핸드폰 번호도 자꾸 훈련하시니 기억하셨는데, 비번은 더 오래 기억하시겠지...'

라고.

총명하시던 엄마가 이제 마스크도 답답하다 안 쓰시려 하신다. 엄마가 내 말을 안 들으실 땐 정말나만 스트레스받는다. 나도 계속 항암하고 있는데... 지금은 내가 질병 휴직으로 집에 있지만 언젠가나도 직장에 다녀야 할테고...이 글을 남기는 와중에 푸르르 소리가 나길래 실내등을 쳐다보니 웬 나방 한 마리가 이리저리 부딪치고 있다. 엄마가 내 방 창과통하고 있는 베란다 창문의 방충망을 열어 놓으셨다.휴, 오늘 새로운 이벤트 하나 더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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