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의 전설

꼭대기층의 악마들 - 3화

by 이서하

※ 본 작품 『꼭대기층의 악마들』은 실제 직장 생활에서 모티브를 얻은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등장인물, 조직, 회사, 장소명 등은 모두 창작이며 실제와 무관합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땅값 비싼 동네, 삼정역 앞 17층 빌딩.

그 꼭대기층에는 악마들이 산다.


그리고 오늘, 이손은 그 악마들의 장기판에 올라가기 직전이었다.


오늘의 악마 도감

본 에피소드의 중심이 되는 인물입니다.

강영훈 과장 (38세)

악마별칭 : 기생충

자기 돈은 절대 안 쓰는 생존 본능.

남의 이름을 빌려 생존 자원을 빨아먹는다.

살아남는 방식은 단순하다—빨 수 있으면 무조건 빤다.


제아상사의 식대 시스템

첫 주 점심시간.
오진혁(오갈량)이 이손의 자리에 와서 웃으며 설명했다.

“주임님, 우리 회사 식대 시스템 말씀드릴게요. 점심은 한 달에 한 번 식권으로 나눠줍니다. 1인당 한 끼 6천 원, 제아상사랑 계약한 식당에서만 쓸 수 있어요. 야근 때는 조금 다릅니다.”

“야근은요?”

“야근 식대도 똑같이 6천 원인데, 식권은 없어요. 그냥 계약된 식당에서 밥 먹고, 계산할 때 직원 이름을 장부에 적는 방식이에요. 그러니까, 카드도, 현금도 필요 없습니다. 이름 석 자가 곧 화폐인 거죠.”

이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단순함이 이상하게 불안했다.

“이름이 곧 돈이라… 이 구조, 누군가 악용하겠는데.”

전화를 받다

며칠 뒤, 총무팀에서 이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이손 주임님, 어제 야근하시고 두 군데 식당에서 식사하신 걸로 되어 있는데요. 이번 한 번은 넘어가지만 다음부턴 조심해 주세요.”

이손은 멍해졌다.
“네? 저는 어제 한 군데밖에 안 갔는데요.”

수화기를 내려놓자, 옆자리 오진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주임님… 강 과장한테 당하신 겁니다.”


기생충의 방식

“어제 강 과장이 저녁 먹고 하라고 물어봤죠?”
“네.”
“그게 걱정한 게 아닙니다. 확인 절차예요. 주임님이 먹을지 안 먹을지 체크한 거죠. 그리고 주임님 이름은 이미 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겁니다.”

오진혁은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강 과장은 자기 사람들 불러다 술 먹고 고기 구운 다음, 식당 장부에 다른 직원 이름을 수십 개 써넣습니다. 팀별로 누가 야근 자주 하는지 다 파악해 놨고요.”

이손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밥 한 끼로 사람을 기생충 네트워크에 묶어버리다니. 이름 석 자 값어치가 겨우 6천 원이라니. 회사가 아니라 싸구려 실험실 같다.”

우연한 목격

며칠 뒤, 야근 도중.
이손은 속이 허해져 근처 식당 문을 열었다.
그 순간, 낯익은 웃음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강영훈이었다.
친구들과 술잔을 부딪치며 고기를 굽고 있었다.
“야, 오늘도 내가 쏜다! 편하게 먹어!”

이손은 문가에 멈춰 섰다.
눈은 마주치지 않았다.
불판 위 기름 연기와 술잔 웃음소리에 파묻혀, 강영훈은 이손의 존재조차 몰랐다.

잠시 뒤, 그는 장부를 펼쳐 볼펜을 휘갈겼다.
굵은 글씨로 적힌 이름.
‘이손.’


'순간'을 놓치지 않고 찰칵.
사진 한 장.


이손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순간'만큼은 확실히 내 것이다.”


이손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곧장 식당 주인에게 다가갔다.
“사장님, 저 사람이 방금 여기에 이름 적고 간 거 맞습니까?”


주인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까 그렇게 쓰시던데요.”


증거와 고민

식당 앞, 이손은 한참을 서 있었다.

손에 쥔 건 사진 한 장.

그러나 그 한 장이 강영훈을 끝장낼 수 있는 칼이 될 수 있었다.

“이걸로 강 과장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건가?
나까지 똑같은 악마가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손끝이 싸늘해졌다.

웃기게도, 이손은 그 순간 깨달았다.

이손은 아직 인간이었지만, 동시에 언제든 악마로 변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품고 있었다.


“한 번의 기회는 주자. 다만, 경고는 필요하다.”


경고의 반격

다음 날 점심, 이손은 일부러 식당 줄에서 오진혁과 큰소리로 대화했다.


“진혁 씨, 야근 식대 장부에 이름은 본인만 적을 수 있는 거죠?”

“그럼요. 남이 적으면 부정사용이죠.”


주변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다.

강영훈도 줄 뒤편에 서 있었다.

그 표정,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이손은 일부러 이어서 말했다.

“하긴, 요즘은 장부에 남 이름 쓰는 사람도 있다던데. 들키면 완전 빼박 아닙니까?”


사람들이 킥킥거렸다.

강영훈은 억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의 어깨가 눈에 띄게 뻣뻣해졌다.

내 이름을 훔쳐 밥을 먹는 건 쉽지.
하지만 공개 조명 아래선 숟가락이 목에 걸린다.
오늘은 내가 불을 켠 거다.”

독자에게


여러분이라면 어땠을까요?

손에 쥔 사진 한 장으로 바로 응징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이손처럼, 아직은 인간으로 남아 경고 선에서 멈추시겠습니까?


“악마들의 장기판은, 영상으로도 이어집니다.”


3화의 쿠키영상은 YouTube Shorts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영상 댓글에는 쿠키영상에 대한 설명이 있으니, 꼭 확인해주세요.

https://youtube.com/shorts/6PeiqBoRtOg

쿠키영상 — 기생충의 전설

오진혁이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주임님, 강 과장 전설 하나 들어보셨어요? 이 회사에선 농담이 아니라 100% 리얼 썰로 내려오는 얘깁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장난기보단 체념에 가까웠다.

“결혼 전에 상견례를 했는데요, 회사 점심 식권으로 계산했다잖아요. 당시 한 장에 오천 원. 세 달치 모아서 일식집에서 상견례를 했다죠. 그런데 테이블에선 ‘오늘은 제가 모십니다’ 하고 생색까지 냈답니다.”

둘은 동시에 웃었다. 하지만 웃음 끝은 씁쓸했다.

오진혁은 젓가락을 돌리며 덧붙였다.
“그리고 주임님 혹시 눈치채셨을지 모르지만, 점심시간마다 밥만 먹고 바쁘다며 먼저 자리를 뜨잖아요. 사실 이유가 있어요. 선임이고 과장이니까 커피는 본인이 사야 하는데, 그 돈 쓰기 싫어서 그냥 도망친 거래요.”

이손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절약이 아니라… 기생충학 교재에 실려야 할 사례지.”

오진혁이 맞장구치듯 킥킥 웃었다.
“주임님, 이 정도면 전설이 아니라 교과서죠.”

그리고 씁쓸한 웃음 속에서, 이손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역시… 리얼이 괴담보다 무섭다.”


#꼭대기층의악마들
#기생충
#식권
#남의돈
#블랙코미디
#직장시트콤
#샐러리맨일기
#직장생활공감
#제아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