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이었다. 직장생활 일과 상사에게 지칠 때 꺼냈던 말이다. 남자친구는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있는 전망대에 가자고 제안했고 그렇게 전망대로 향했다. 야경을 쳐다보는 내내 설레었다. 지친 마음에 위로가 되는 전망이었다. 큰 꿈을 향해 나아가는 중에도 지칠 때가 있다. 아등바등 발버둥 치는 모습에서 벗어나 다시금 숨을 고르고 삶과 생활의 리듬을 조망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서울이 한눈에 들어와 지나가는 사람과 차는 마치 레고로 만들어놓은 장난감 같았다. 인생에서 작은 일들말고 큰 시각을 가지고 조망하고 싶을 때 위에서 아래로 내려보는 시선으로 대하면 크고 작은 문제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제주도를 한창 여행하고 서울로 올라와서 홍대, 명동, 강남을 여행한 싱가폴 친구에게 우리가 만나는 날 어디를 가고 싶은지 물었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망대를 가보고 싶다고 했다. 어느새 한국사람이 추천하기 전에 외국사람이 먼저 찾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야경을 보았던 필자는 서울 낮은 어떨까 궁금했다. 흔쾌히 가자고 해서 방문했던 그날은 눈이 부실 정도로 화창하고 쨍쨍한 날이었다. 미세먼지 하나 없는 그런 날이었다. ‘태평성대를 걷는 느낌’이었다.
싱가폴 친구가 찍은 화창한 서울 낮
태평: 나라가 안정되어 아무 걱정 없고 평안함 태평성대: 어진 임금이 잘 다스리어 태평한 세상이나 시대
당시 필자도 딱 그랬다. 작년 여름, 직장에서의 일도 상사도 도무지 정리가 되지 않아 어려움이 가득했었는데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상황과 환경이 바뀌어 정리가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서울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서울의 모습을 360도로 돌아보니 평화로운 어느 시대를 걷는 것만 같았다. 싱가폴 친구들과는 대학 동기였고 10년 전 우리 모습을 얘기하면서 쉴 새 없이 셔터를 찍으면서 우리의 예전 모습을 떠올리며 현재 모습을 사진 속에 간직하며 추억했다.
세번째 서울 스카이를 찾은 이유
#1.하늘 바라보기가 취미입니다만
7월 7일은 또 다른 모습으로 휴식이 필요한 날이었다. 퇴근한 뒤에도 할 일이 많은데 직장 업무도 쌓였고 야근까지 겹치니 통상하던 주말 데이트도 스킵할 정도였다. 일상생활에서 업무에 집중하고, 자기 계발도 잘하려면 무엇보다 휴식과 충전의 시간이 필수였다. 그걸 간과하고 대수롭지 않게 버티고 있던 어느 날, 커피 카페인이 듣지 않아 박카스로 버티던 어느 날 귀가하는 전철 안에서 뜻 모를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이 마음은 무슨 욕심이 그리도 많아 바쁜 일상 속에 시간을 쪼개어 써도 써도 충족되지 않을 까. 저녁 9시, 전철 안에 퇴근하는 사람들로 꽉 찬 2호선 안에서 눈물을 참지 못해 뚝뚝 흘리다가 중간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
피로 누적이었다. 오후 업무 시간엔 홍보 물품을 옮기려 여러 차례 앉았다 일어설 때마다 세상이 핑 핑 돌았다. 길게 가야 하는 호흡에서 너무 무리했기 때문에 오는 피로감은 손 쓸 수 없이 커지고 있었다. 체력이 무너지니 세상은 회색 빛이었다. 몇 년 전부터 힘들 때마다 전망대에서 조망하는 것을 좋아했다. 하늘 아래서 펼쳐진 서울의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큰 서울을 느껴보고 서울이 크면 전 세계 각지는 얼마나 클까. 현실에서 아등바등 거려 왔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그러한 자신이 한없이 작게 느껴지는 게 오히려, 위로가 되었다.
#2. 계절, 날씨, 시간에 따라 다르니까요
한강 근처에 살 때 8분만 걸으면 바로 한강이 펼쳐지는 곳으로 나가 정처 없이 걸었었다. 1년이 365일이면 각종 자연재해 수준의 날씨가 아니라면 거의 매일 같이 한강변을 걸었다. 한강과 나무 그리고 하늘을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풍경 옆에서 그 광경에 도취되어 걷노라면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잠실 서울 스카이 전망대를 세 번째 찾은 이유도 같았다. 계절과 날씨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하늘을 바라보고 싶어서였다. 오늘은 '여름 오후, 흐림'이었다.
#특별한 경험이 기다리고 있다
또 한 번 전망대에 그것도 낮에 다시 가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누구와 함께 하느냐’와 행복한 소비 중 ‘체험을 구매 하라’라는 대목이 컸다.(추천 책: 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낮에 갔던 경험은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갔지만, 남자 친구하고 함께 가보고 싶었다. ‘물건’ 구매가 아닌 ‘체험’을 위한 구매가보다 행복한 소비라는 이론에 좀 더 확신을 가지고 있던 차였다.
#가장 먼저 맞이한 스카이쇼
117층에 다다르자 영상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 롯데월드타워의 모습을 모티브로 마치 관람자가 독수리가(적어도 참새보단 훨씬 크고 멋있는 새여야 할 것 같다) 된 듯 타워 주위를이리저리 자유롭게 맴돌면서 그 주변을 탐험하는 느낌이었다. 창공을 마음껏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절로 “와~”, “와~”하는 감탄사를 뱉어 냈다.
그만큼 영상을 현실적이면서 환상적으로 만들었다. 상하이 세계박람회에서 디자인 강대국이었던 독일, 스위스 등 유럽 각국의 전시관에서도 이런 영상관이 있어 그 나라의 관광명소와 문화를 보다 직관적으로 체험하게 해 주었었다. 한국 잠실에서 내려다보는 서울 모습을 이렇게 멋지게 표현해낼 수 있다는 점이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이제 막 오픈한 영상관이라고 하던데 다음 외국 친구들이 서울에 놀러 온다면 꼭 데려가서 보여주고 경험하게 하고 싶은 체험이었다.
#여전히 눈이 부셨던 여름 낮, 흐린 어느 날의 서울
7월 7일 오후 4시 흐린 서울
흐린 날의 서울은 예상과는 달리 되려 시야가 선명했다. 도시는 회색 빛이었지만 눈앞의 건물들과 지형은 또렷이 보였다. 멀리 보이는 산들은 운장하여 마치 산만 봐도 '이정도면 됐다' 생각될정도로 운치 있었다. 여름날인데도 바람이 제법 불어 청량감까지 있는 날이었다. 그야말로 모든게 반전이었다.흐린날의 서울도 충분히 지친 일상을 달래줄 수 있는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우리는 수많은 점을 찍고 있다. 순간들은 계속해서 지나가고 시간은 흘러간다. 그리고 본인이 지치던 힘들던 피곤하던 아무 상관없이 세상은 굴러간다. 그래서 필자는 자주, 하늘을 바라보는 걸 좋아한다. 그 순간만큼은 다른 모든 일을 잊을 수 있다. 1초가 되었든, 1분이 되었든 그 순간은 정지한다. 하늘을 쳐다보며 긴 숨을 내쉬어 보는 것만으로도 충전이 된다. 매일을 박카스로 버티던 어느 날에 이 순간이 선사하는 뻥뚫리는 듯한 시야가 주는 시원함과 선선한 청량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다.
멀리 보이는 산들의 모습도 웅장했다
#123 라운지에서정점 찍기
이전 방문에서는 경험하지 않았던 123 라운지를 갔다. 117층부터 한 층마다 돌면서 서울을 360도로 조망했다면 마지막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 층 더 올라갈 차례다. 고급 라운지라 웨이터가의자를 빼주며 자리를 안내하고 오더를 받으신다.
123 Tea Set
각종 디저트가 진열된 트레이를 보며 무엇을 먼저 먹을까 고민하다 녹차 마카롱을 한 입 베어 물며 말했다.
“여기 정말 대박인 거 같아. 시각, 미각, 청각, 촉각을 풍요롭게 하는 곳이야”
“시각, 미각, 청각은 라운지에서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바깥 풍경을 보고, 차와 디저트를 먹으니 알 거 같은데 촉각은 뭐야?”
“아, 촉각은 지금 내가 들고 있는 마카롱이야, 표면이 까끌까끌하네”
시각과 미각이 충만한 상황에서 더할 나위 없음을 표현하려다 촉각이란 말까지 나온 참에 우스개 소리로 한 얘기였다. 주말 시간에 사람들에 붐벼도 그래도 볼 건 다 보고 악착같이 매 층마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겠다’며 셔터를 수 없이 누르면서(물론 셔터라기보다 스마트폰이다) 한 바퀴씩 돌다 보면 은근히 힘들다. 이제 앉아서 쉬어갈 타이밍이다. 그런 순간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 층만 더 올라오면 123층, 꼭대기에 있는 라운지에 와서 차와 디저트 세트를 마시니 세상 행복하고 평온했다. 콧노래가 저절로 나왔다. 마침 이 순간에 어울리는 노래였다.
A whole new world - Aladdin 中
I can show you the world
당신에게 보여줄 수 있어요
Shining shimmering splendid
반짝이고 아른거리는 눈부신 세상을
Tell me princess now when did you last let your heart dec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