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다큐멘터리가 좋았을까’를 생각해봤다. 평소에 오페라에 관심 있거나 좋아하는 것도,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다. ‘파바로티’라는 사람의 이름만 알았고 나머지는 문외한이었다. 그런데 필자와 같은 사람도 다음 5가지 중에 한 가지라도 만족하는 조건이 있다면 반드시 이 다큐를 시청하시길 추천드린다.
l 누구든지 무대에 오르는 사람 ex. 연극배우, 영화배우, 가수, 댄서, 모델,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직장인 등
l 무대에 오르지 않지만 무대 뒷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l 무슨 음악이든 좋아하는 사람
l 예술 작품 이면의 다른 업적도 이룬 사람을 보고 감동받는 사람
l 귀 호강을 좋아하는 사람
필자에게 크게 와 닿았던 순서로 이 다큐멘터리를 소개한다.
Scene 1. 세계 3대 테너도 인간이었다
세계 3대 테너 가수였던 그는 무대 전에 긴장하고 떨었다. 지금까지 무수한 무대에 올랐다. 직장에서 프리젠터나 발표자로서, 댄스홀에서 발레나 재즈댄스를 배운 후 필자의 차례가 올 때, 학교 교실 앞에서 반장으로서, 인턴을 하던 시절엔 인턴 팀장으로서 등이다. 떨리지 않은 적이 없었다. 직장에서는 무대 체질이란 말을 자주 들었다. 발표를 하기 전까지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무대 앞에선 그러지 않은 척 발표를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아무도 모르는 무수한 노력을 통해 가능했다. 세계적인 테너도 긴장하고 떠는 현실 앞에서, 필자와 같은 평범한 사람은 당연히 떨 수밖에 없었다.
Luciano Pavarotti sings "Nessun dorma" from Turandot
Scene 2. 직업을 통해 자선 활동을 했다
그는 당시 사람들을 위해 기여할 부분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고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2차 세계대전 때, 전쟁 지역에서도 아이들을 위한 자선 콘서트를 열었다. 그는 이라크, 보스니아 등지에서 콘서트를 열고 재단도 만들었다. 파바로티는 필자가 고등학교 시절 꿈꿨던거창한 꿈을 이뤄낸 거장이었다. 필자의 고등학교 때 꿈은 전 세계적으로 각국 대통령들이 자국의 이익만 내세우지 않고 전 세계를 하나로 통합해서 다 같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지도자를 통솔하는 지도자'가 되는 것이 있다. 그런 직업은 아는 지식에 의하면 세계적인 종교 지도자가 아니면 UN 사무총장이 되어야 했다. 꿈이 컸다.
자신의 삶으로서 타인에게 희망과 용기가 된다면 그 보다 멋진 일이 또 있을까
현실 속을 살면서 알게 모르게 무슨 일을 하든지 그 꿈은 현재 하는 일에 녹아들었다. 자격시험을 준비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크고 작은 어려움을 마주했을 때면 이를 마주하여 적극적으로 헤쳐나갈 동기는 역설적으로 ‘타인’으로부터 왔다. 누군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위해, 같은 종류의 공부를 하는 사람을 위해, 크고 작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면, 필자와 같은 평범한 사람도 해냈다는 사실을 통해 충분히 용기가 되리라.
꼭 전 세계 지도자에게 통찰력을 주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지 않아도, 그런 거창한 꿈을 통해서만 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아님을 나이가 들면서 깨달았다. 바로 옆에 가족들에게 조차도 기쁨과 행복을 선사하는 일이 늘 쉬운 것만은 아니듯이. 지금 마주한 현실과 직업 안에서 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필자가 지향하는 삶이다.
Scene 3.클래식(오페라)의 장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타 장르의 대가들을 섭외했다
예술가의 삶은 그 개인사도 예술적이다. 그가 협상을 하는 방식은 독특했다. 상대로 하여금 생각지도 못한, 거절할 수 없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의 카리스마에 어떨 결에 그 시절 팝스타들이 그와 함께 콜라보를 했다. 클래식은 이렇게 대중들에게 친숙해졌고, 그는 무료 공연이나 무료 티칭으로 전 세계를 돌면서 공연했다. 사실 클래식 등 전통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그 전통이 깊어 타 장르와 협업하는 것이 상상만으로도 이질적이고 힘들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 특히 오페라는 장벽이 높아서 대중들에게 ‘너무 머나먼 당신’이었지만 그의 타 장르와의 협업 공연으로 오페라 장르가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게 하는데 일조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그 시대 팝스타들의 얼굴과 파바로티와 만남을 인터뷰한 장면들이 나온다. 또 하나의 재미다. 특히 파바로티 특유의 친화력에 혀를 내두르는 팝 스타들의 인터뷰 말이다.
Scene 4. 귀 호강을 원하시는가, 당장 다큐멘터리를 틀어라
그의 아리아가 다큐멘터리 중간중간 흘러나왔고 그때마다 온몸에 전율이 돋았다. 그의 묵직한 울림 있는 고음은 ‘어떻게 사람이 악기도 아니고 저런 소리를 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 당시 현장에서 파바로티의 음악을 그대로 듣는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이 발동했다. 자동차 안에서 깨끗한 음질로 들어도 이렇게나 온몸의 전율이 돋는데 말이다. 그리고 결심했다. 살아있는 동안 세상에서 가장 멋진 소리를 내는 음악가들의 소리를 현장에서 들어보자. 살아있는 동안 더없이 좋은 귀 호강을 누리고 싶다. 버킷 리스트에 추가됐다.
내한공연이 아니어도 좋으니 세계를 돌아다닐 때 음악가의 공연을 들으러 가야겠다. 다큐멘터리의 마지막 장면은 플라시도 도밍고와 호세 카레라스가 함께 결성한 3대 테너의 음악 콘서트에서 파바로티의 부분으로 끝난다. 바로 투란도트에 나오는 유명한 아리아다. 어디서 들어본 거 같더라니 학창 시절 음악시간에 음악 선생님이 틀어 주셨던 공연 영상 ‘투란도트’ 안에 나왔던 아리아였다. 투란도트의 수수께끼를 모두 맞춘 칼라프 왕자가 승리를 확신하며 부르는 아리아인데 마지막 고음이 보통 멋있는 게 아니다. alla'alba vincero 새벽이 되면 나는 이기리 vincero vincero 이기리 이기리”.
ma il mio mistero e chiuso in m/ 하지만 나의 비밀은 내게 있으니
il nome mio nessun sapar/ 아무도 나의 이름을 모르네
no no sulla tua bocca lo dir/ 아니 아니 내입으로 당신에게 말하게 되리
quando la luce spelendera/ 빛으로 환해질 때에
ed il mio bacio sciogliera il silenzi/ 내 키스는 고요함을 깨뜨리고
che ti fe mi/ 당신을 내 것으로 만들리
dilegua o nott/ 사라져라 밤이야
tramontate stele/희미해져라 별이여
alla'alba vincero/새벽이 되면 나는 이기리
vincero vincero/이기리 이기리
자동차 안에서 바라본 마지막 장면
평소라면 절대 고르지 않을 그런 장르도 도전해봐야 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심지어 별로 관심 없는 오페라, 다큐멘터리, 모르는 사람 이야기라는 3종 콤보라도 말이다. 예기치 않게 상상 이상으로 당신을 뒤흔들 수 있다. 필자는 거장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실제 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삶을 멀리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지금 어디쯤 왔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꿈이 환기되어 미래의 삶을 그릴 수 있게 영감을 주었다. 맞다, 버킷 리스트도 하나 추가했다. 즐겁게 인생을 사는 것이 삶의 모토인 필자에겐 더없이 좋은 일이다. 마지막으로 이 멋진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게 어레인지를 해준 분께 감사를 드린다.
*다큐멘터리 : 론 하워드 감독/ '파바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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