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앞부분은 인류가 생겨나 현재까지 남은 유전자의 형질에 대해 다룬다. 특히 현재 남은 유전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살인을 일삼던 조상들의 유전자라는 이론은 가히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선한 본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람이라 믿었는데, 죽이지 않으면 죽임을 당하는 두려움의 상황에서 현대에서는 그 유전 형질이 강하게 드러나면 각종 정신병을 앓게 되고 (ex. 공황장애), 실제 살인을 하지 않아도 인간이라면 누군가를 증오해 죽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순간들이 우연이 아님을, 본능이 깨워진 순간이었음을 이야기할 땐 소름이 돋기까지 한다.
어떤 면에서 우리는 전사의 후예다
인류가 탄생하면서부터 수많은 유전자 중에 끊임없이 자연선택되어 지구 상에 살아남은 유전자 중에서는, 한때는 조상들의 생존에 중요했던 형질이었으나 현재에는 말썽을 일으키는 형질이 있다. 자연선택의 과정에서 여러 형질 중에 ‘그 당시 당장’ 유익한 것이 선택된다. 그 당시 살아남은 형질의 유익함은 새로운 도전이나 위험에 대처하는 데에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매번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
다이어트를 말하자면 세상에서 제일 높은 히말라야를 오르는 것과 같은 힘듦과 고통이 동반되는 것 같다. 도대체 왜, 다이어트는 이토록 어렵고 실패를 거듭하는 것일까? 새로운 목표보다 과거의 행동이 미래의 행동에 네 배나 강한 영향을 끼친다. 즉 유전자와 그때까지 살면서 얻은 경험이 합쳐져 굳어진 행동 방식이 더 강하다는 이야기이다.
의지가 행동을 바꿀 수 있을까?
우리가 실패하는 이유는 굶주림에 대처했던 조상의 유전자 때문이다. 언제 식량이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먹어야 했고 이는 식량이 부족할 때 버티는 열량으로 쓰였다. 한마디로 현대인의 인체는 음식이 넘쳐나는 상황을 모르는 유전자로 태어났다는 것이다. 수 세기에 걸쳐 불안정한 식량 공급 환경에 적응하느라 어떤 유전자보다 열량을 덜 소비하는 체질이 되었고 이에 따라 식량이 풍족한 상황에서도 계속 먹고, 또 쉽게 비만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제 그만 죄책감을 내려놓고
필자는 유난히 식탐이 많은 사람이다. 점심때 구내식당을 가면 '누가 봐도' 많은 음식들을 옮겨 닮다가 결국엔 다 못 먹고 남긴다. 배부름을 인지하고서도 계속해서 먹는 경우가 허다한데, 단지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자주 반복한다. 최근에는 퇴근하고 집에 와서 김밥, 떡볶이, 치킨, 라면, 만두와 같은 일체의 분식을 한꺼번에 한 끼로 먹은 적도 있다. 배불러서 소화가 안 되는 지경까지 갔다가 소화제를 사 먹기라도 한 날에는 스스로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조상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그 당시' 유리했던 형질
그런데 이 책에는 현대인의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행동들이 인체에 프로그래밍된 유전자로부터 나온 본능이란 점을 밝히고 있다. 조상으로부터 대대로 특정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행해졌던 유전 형질이 발현되는 점이다. 그래서 책 제목이 <진화의 배신>이다. 어떻게 보면 무심코, 무의식 중에 행했던 우리 행동들이 너무나도 본능에 충실했던 자연스러운 행동들이었다는 점에서 이제 그만 죄책감을 내려놓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었다.
진화의 배신이라고 해서 현대는 유리하지 않은 이러한 형질들을 가지고 태어났음에도, 어떻게 현대인의 질병을 피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다이어트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본능이 일어나는 기제들을 영리하게 피해 가면 된다.
1. 적게 먹기를 위한 환경 설정
현대에는 다양한 종류의 먹거리 환경이 있다. 조상들은 최대한 많은 먹는 양을 확보하고 타인이 빼앗아 먹기 전에 모두 먹어 치우는 것이 현명했다. 그러나 현대인은 아니다. 더 큰 용기의 팝콘을 받은 사람들은 중간 용기 팝콘을 받은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이 먹는다. 음식을 담는 용기 크기를 두 배로 늘리면 몇십 퍼센트씩 많이 먹게 된다. 이러한 유전 형질을 이해하고, 이제는 작은 공기와 접시, 더 적은 1회분 양, 더 작은 과자 포장, 더 작은 숟가락, 더 작은 아이스크림 통, 더 적은 뷔페 방문 횟수를 실천하자.
섭취량과 운동량을 객관적인 수치로 남길 필요가 있다
2. 객관적인 측정 시행
우리는 실제로 얼마나 먹고 체중이 얼마나 나가는지 자신도, 남에게도 의도이던 의도가 없던 거짓말을 한다. 운동량과 열량 섭취량에 대해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기록하자. 미래에는 이런 상품이 나올 수 있다.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많이 먹으면 경고음을 주고, 건강한 음식은 상을 주는 장치를 몸에 삽입할 수 있는 것이다. 현대에는 불리해진 유전 형질을 보완해줄 장치를 인류가 창조함으로써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3. 무심결에 먹는 습관을 피하기
다이어트는 본능이 아니다. 우리는 먹는 본능을 타고났다. 포만감이 들 때까지, 혹은 불편할 정도로 포만감을 느낄 때까지 먹곤 하는 것이다. 시간이 조금 흐르면 더 먹게끔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그래서 음식이 얼마나 가까이 있고 얼마나 잘 보이는 지에 따라먹는 양이 달라진다. 음식을 최대한 멀리 안 보이도록 배치하고 갖가지 음식을 둘러싼 환경들을 의식적으로 변경하자. 더 세심하게 무심결에 먹는 습관을 피하려면 접시 모양, 포장 용량, 조명, 음식이 차려진 형태에 민감해져야 한다. 이러한 형태들이 우리가 실제 먹은 음식량을 인지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멋지고 예쁜 언니들을 곁에 두자
4. 예쁘고 멋진 사람들을 곁에 두기
아는 사람 중 과체중과 비만이 많다면, 주변 사람들을 모방하려는 경향 때문에 똑같이 그렇게 되기 쉽다. 예쁘고 멋있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자. 그들을 닮고 싶어 지고 모방하고 싶어 지는 것은 본능이다. 우리의 본능을 이용하자.
두 가지 물음을 자아내는 책 – 조상이 남긴 좋은 유전자 형질은 무엇일까
현대에는 불리해진 유전형질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요리조리 잘 피해 간다면, 본능을 이기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진화의 배신>이란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저자 의도로 유전자 형질 중 가장 나쁜 질병을 일으키는 형질들만 골라서 서술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도대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에 대한 물음을 지속적으로 가지며 책을 읽었다. 나쁜 질병들이 흔해진 이유(비만과 당뇨병, 고혈압 등)를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죄책감을 덜어내고, 어떻게 해야 멀리 돌아가지 않고 효율적으로 건강하게 잘 살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책의 도입부부터 끝까지 남았던 질문 - 현대인이 살아가기에 유리한 착한 유전자 형질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