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좀 트이는가 했다. 최악의 상사를 피했고 원하는 일을 하는가 싶었다. 그런데 변수가 있었다. 필자와 같은 직무인 팀원이 일을 못 한다. A 국적의 그는 겉으로는 항상 알아들은 '척'했다. 해당 업무의 진행상황을 체크할 때면 화가 났다. 2시간 만에 할 일을 하루 종일 붙잡고 있었다. 메일 하나 보내는 일을 퇴근 전까지 미루다가 리마인드 해줄 때 겨우 보냈다. 기본적으로 하나의 업무를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려 데드라인을 지켜본 적이 없었다. 이 친구가 1시까지 된다고 하면 넉넉히 2시에는 주겠지 하고 생각하는 게 다반사였다. 아예 제출을 하지 않는 날도 많았으니 한두 시간 차이는 양반이었다. 하겠다는 약속을 못 지키고, 데드라인 엄수를 못 하고, 한국어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고, 근거가 빈약한 주장과 고집이 세고, 이미 수정해놓은 계약서 문구를 틀리게 써두고, 일의 마무리를 못 했고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이 한 업무를 진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몰랐다.
모든 게 마음에 안 들고 엉망진창이었다
기본과 태도가 안 됐다. 내 회사도 아니고 내가 뽑은 사람도 아닌 사람과 일하는 게 곤욕이었다. 한 번은 계약서 문구가 이상하게 되어있는 걸 지적하자 '그래서 당신이 있다 So you have to check too, is that serious?' 뻔뻔한 태도로 얘기할 때 기가 막혀서 한동안 충격에 휩 싸였고 어떤 말도 대응하지 못했다. 이미 서로 크로스 체크를 몇 번이나 했는데, 그가 마지막으로 본 서류를 다시 처음부터 하나씩 다 보는 게 내 업무라는 것이었다. 일을 중복해서 몇 번을 하는 것인지. 여기는 그렇게 한가한 곳이 아니다. 차라리 그가 없다고 생각하는 게 속편 해서 차라리 그와 일이 얽히지 않는 것이 좋았다.
직장은 그렇게 한가한 곳이 아니다
그를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초중고, 대학과정을 모두 본인의 모국인 A 국가에서 홈스쿨링으로 했다고 했다. 그는 A 국가 특유의 개인주의가 짙은 국민성에 홈스쿨링이라는 환경 때문인지 사회성이 약했다. 다른 팀원들과 어울리지 못했고, 어울릴 생각도 없어 보였다. 개인행동을 했다. 다 좋다, 성격이 더러워도 직장에선 일을 잘하면 다 용서가 된다. 적어도 필자는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상사에게 고충을 토로하는 건 하수라고 생각했다. 최대한 내 선에서 해결하고 싶었고 그게 맞았다. 개선할 여지가 있을까 싶어서 팀원을 가르치는 교육시간을 마련했다. 그를 위해 업무의 프로세스를 잡았는데, 타 팀원 모두에게 강의를 하라는 팀장님 지시에 교육은 대중을 대상으로 필자 애초의 목적에서 산으로 갔다. A 국적의 그는 또 알아들은 척 넘어갔다. 질문은 한국인 팀원들이 다 했다. 직장상사도, 일도, 함께하는 동료도 멋진 그런 아름다운 세계는 없었다.
일단 감정을 폭파시키자
모두 필자가 선택하지 않은 피할 수 없는 환경에서 필자가 할 수 있던 것은 일단 치밀어 오르는 화와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우선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코노(코인 노래방)'을 금기시해서 두 달가량 못 갔지만 오늘은 도저히 안 되겠다. 새로운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줄곧 많이 불러왔던 노래들을 불렀다. 목청이 터저라, Shallow/ Always remember us this way/ Bohemian Repsody/ Hello (이건 새로 도전했는데 다신 안 불러야겠다)/ When we were young을 불렀다. 30분가량 부르니 목이 쉬었다. 스트레스가 풀렸다. 두 번째 할 수 있는 건 컨디션 관리였다.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족욕을 했다. 피로가 가셨다. 평소보다 일찍 많이 자야겠다.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길이다. 포기하지 말고 개선점을 찾고 노력하는 게 최선이다. 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해나가는 거다. 어제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항상 그랬다. 마지막은 어제보다 더 능력 있고 멋있는 내가 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인 걸로귀결된다. 누가 어떻게 행동하든 이쯤이야 애교 수준이라고 여길 때까지. 사실 화가 나는 지금은 아직 하수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