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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앙 Oct 04. 2021

당신도 매일 줄다리기한다면

휴식이 제일 어려운 당신에게

2018년 우리 그때 바이브가 같은 사람들, 결이 같은 사람들이 모였. 5주간 영어 수업이 끝난 후 소모임을 몇 번 가졌고 우리는 그 이후로 만나지 못했다. 단톡방에서는 가끔가다 그리고 끊임없이 서로의 안부를 묻는 문자와 사진이 오갔지만 코로나가 겹친 뒤엔 더욱더 만나기 어려워졌다.


"엘리스, 이번 주 대체휴일 루시 만나러 갈 건데 같이 갈래요?"


캘리에게 제안이 왔다. 나야 휴일이라면 완전 오케이였다. 당시 70여만 원 영어 강의를 들으러 모인 같은 기수 10여 명이 있던 모임이었다. 사업가, 직장인, 프리랜서, 워킹맘, 직업군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언니, 오빠들이 있었다. 나보다 최소 여섯 살 이상 많은 일반인 모임에서 소모임을 할 때면 인생을 먼저 걸어간 언니, 오빠들이 나를 하염없이 귀엽게 봐주는 그 시선이 따뜻하고 사랑스러웠다. 또 그 자체로써 든든했다. 10여 명의 언니, 오빠들 조셉, 릴리, 에스더, 탐, 브리아, 루시, 소피아, 캘리... 뭘 말하든 초롱초롱한 눈으로 온 마음을 다해 바라봐주는 따뜻한 시선과 자신의 살아온 경험으로써 뭐든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전달됐다. 그 당시의 나도 뭐든 이것저것 하려는 열정이 돋보였던 당찼던 모습으로 기억된다고. 오늘의 내가 그렇듯이.


지금의 루시가 되기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듣는 와중에 여러 차례 전율과 소름이 돋을 만큼 감동을 받았다. 그녀의 인생을 통해 현재 내 삶을 조망할 수 있었다. 더 많이! 더 잘! 을 표방하며 매시간과 순간을 치열하게 달려온 나였다. 그러면서 순간마다 느끼는 외로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그녀의 삶이 보여주었다.


인생에서 모든 것을 다 잃은 상황에서 다시 시작해 사업을 일으킨 그녀는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게 오히려 마이너스 안 되면 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사람 만나고 다닐 필요 없다는 말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됐다는 말씀. 바닥에서부터 뚝심 있게 자신의 철학으로 탄탄하게 사업만들어낸 루시 삶이 곧 그에 대한 반증이었다.


돈을 벌면 그대로 사기를 당했고, 만나는 사람마다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던지라 괴로웠던 날들을 매일 눈물을 삼키면서 살아왔다. 직장에 다니 육아, 대학원까지 다니는 캘리도 마흔이 되는 나이가 되는 동안 느껴온 경험 때문에 루시의 말에 백배 공감했다.

 

캘리가 최근에 있었던 일을 들려줬다. 직장에서 어느 누구에게나 존경받는 사람 두 분이 이번에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단다. 두 분 다 직원들에게 완벽하리만큼 희생을 해던 임원들이었다고 한다. 또 다른 임원이 건강악화로 어쩔 수 없이 퇴사할 때 수많은 직원들이 그 자리로 하루 종일 인사를 올 때 바로 옆 부서였던 캘리 자리에서 그 광경을 보며 허망하고 씁쓸한 마음에 눈물을 훔쳤다고 한다. 덧붙여 요즘 인간관계도 다 정리하고 모임도 취소하고 오직 단순하게 살고 있다고 말을 했다. 


필자는 현재 "휴식"과 "더 열심히"사이에서 매일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무엇이 맞는 건지 스스로 확신도 안 서고 몰랐기 때문이다.

"엘리스는 그렇게 열정적이더니 지금도 그렇네.  출간을 2권이나 했잖아. 그것도 직장에 다니면서 한 거라고? 아이고..... 휴식, 건강을 돌보는 것도 마치 일을 하듯이 별도로 시간을 내어 신경을 써야 해. 한번 망가지면 회복하기 어렵거든."

'휴식을 일처럼 하라, 건강을 일처럼 돌봐라.'

이 말이 가장 와닿았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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