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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앙 Nov 10. 2021

네가 괜찮아질 거란 걸 알아

#그냥 그렇게 됐어야 했던 거야

한 달 여간 감정을 억눌러오면서 살았다. 복잡한 건 생각할 수 없었다. 생각할 시간이 진작 있었더라면 애매한 관계를 더 빨리 끝낼 수도 있었을 거다.

좋은 것들만 생각하고 살고 싶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어쩌면 있는 그대로의 그를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아 내가 좋아하는 부분들만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이제야 조금 생각의 틈이 생겨서 생각해보니,

그 사람과 관계에 충실해서 온전히 생각하고 감정을 느꼈더라면 아주 진작에 그만두었을 관계였을 거다.

그런데 그건 그냥 타이밍이라고 해두자,

만나야 했을 타이밍에 만났고

헤어졌어야 했을 타이밍에 헤어졌다고.


그럴 겨를이 없었다는 건 당신을 조금만 더 알아갔어야 했던 것임을 그리고 그 후에 진짜 아니었다는 걸 온몸으로 느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당신 곁에 있을 때 불안했다는 사실과 당신 곁에 있을 때 나 자신이 온전히 되는 것이 힘들었다는 사실이었다. 

당신과 만나려면 감추어야 했다. 용기를 내어 진실을 말할 그게 얼마 큼이든 두려웠다. 그래서 애써 당신으로부터 느끼는 불안함과 긴장과 곧 일어날 것만 같은 갈등들을 꽁꽁 감춰야 했다.


그래서 나답게 힘차게 부딪쳐 보지 못했다,

당신을 만나면서 여러 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내가 아닌데."

"이렇게 하는 건 내가 아닌데."

이런 일들은 너무 사적이어서 아무에게나 털어놓을 수 없을 때 차라리 브런치처럼 아예 모르는 제삼자가 제일 편하다. 내 속에는 온갖 일을 다 일러바치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그게 무엇이든 다 털어놓고 싶었다.


미국 텍사스의 영어 선생님과 밤 11시에 화상으로 만났다. 며칠 전 일부터 이야기했다.

"비가 주룩주룩 오는 갑자기 추워진 오후에 집을 나섰다고. 손 주머니 핫팩을 넣고 떨리고 두려운 마음으로 시험을 보러 나갔다고. 그날은 긴장한 탓에 카페인 5 샷에 박카스라는 에너지 드링크로 버텼다고. 그런데 너무 신기하게도 딱 7년 전에 첫 번째 직장 인터뷰를 보러 갔던 그곳에 시험장이 있었다고. 합격해서 매일 출퇴근하던 7년 전 그 자리에."


"시험이 끝나고 나오는 길, 첫 직장 상사였던 대리님한테 전화를 걸어 저녁은 드셨는지

퇴근시간이 맞으면 밥 먹자고 했는데, 하필 그날 재택근무셨다고. 대신 베스트 프랜드와 전화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 했다고 집에 돌아와서는 그날은 한숨도 못 잤다고. 밤을 지새웠다고."


미국 텍사스 그는 이렇게 말했다.

"I knew how hard you prepare for the test, You did great." 사실 아직은 아무도 이런 얘길 해준 적이 없었다. 그 말을 듣길 원한 것도 아니었는데 괜스레 울컥했다.

"자꾸 그가 생각나.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그리고 밤에 자기 전까지 시시콜콜 이야기하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지니까  lonely 하기도 해."

라고 말했다.

 

"It's just a little bit lonely.

It's not because of him"

문득 생각났다. 첫 직장에 외국 동료가 쪽지 하나를 내 자리에 살며시 두고 퇴근했다. 접어진 쪽지 안에는 이런 문구가 있었다.

"Time heals all wounds."

그게 얼마나 걸리든 어찌 됐든, 시간이 지나가면

  괜찮아질 거야. 어느 시점엔 말끔히 다 괜찮아질 거야.


당신이 가슴에 품고 사는 인생 명언이라던 말처럼 이런 일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정말 멋진 말이야.

It's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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