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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썸프로 Nov 15. 2021

매 순간을 소중히 여겨라

걱정은 하지 마라, 시간 낭비니까

다 내려놓고 싶은 어느 날이었다. 연말까지 남은 연차의 개수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나는 도대체 언제쯤 쉴 수 있을까.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메시지가 울렸다.

"00님, 테스트에 응시해보시겠습니까?"

그렇게 테스트 서류를 써 내려갔고, 1차가 통과해서 인터뷰도 생겼다. 서류부터 인터뷰가 있는 날까지 도합 한 달가량이 되는 날동안 마음 놓고 쉬지도, 놀지도 못했다. 더 달릴 힘과 에너지가 없는 상태에서 다시 힘을 내어 있는 에너지를 쥐어짜서 도전해보라고 하는 순간부터 인생은 참 얄궂다 생각했다. 에너지가 없던 상태에서 달려온 한 달여간 준비해온 인터뷰가 끝났다. 끝나는 그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란 사람, 무대를 즐기는 편인가 싶을 정도로 신났고 재미있었다.


인터뷰 당일에는 카페인 5샷에 박카스까지 마신 터라 잠을 한숨도 못 잤고, 그날은 평소에 좋아하던 액션 영화를 결제해 봤다. 그 뒤로 며칠간 '이렇게 말했더라면 딱 이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답안지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마음에 수차례 이불 킥을 했다. 그리고 결과가 나오기까진 아직 대기 상태라 다음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는 마음에 마음껏 쉬지도 못했다. 목요일 저녁 결과를 받았다. 두 가지 마음이 들었다.

"휴. 이제야 제대로 쉴 수 있겠다."

"아쉽네. 다음 인터뷰도 달려볼 수 있었는데"


운명이려니 했다. 그동안 못 쉬고 달려온 것을 보상하려 1박 할 호텔을 2박으로 하루 더 늘렸다. 조식이 맛있는 곳과 반신욕을 즐길 수 있는 욕조가 있는 곳으로 잡았다. 그래, 금요일부터 2박 3일이다! 사실 돌아오는 금요일이 생일날이었다. 호텔이 있는 곳이 직장에서 가까워서 재택 근무일 정도 바꿔 금요일 출근으로 바꿨다. 목요일 저녁에 2박 할 짐을 싸는 동안 설렘의 수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와, 그토록 바라던 휴식!"

여행은 출발하기 전까지가 가장 설렌다고 했던가.

 

금요일 아침부터 단톡방에서 십여 명의 지인들의 축하 문자가 울리기 시작했다. 2호선 출근길에 여러 차례 열차가 쉬었다가 출발했다. 평소와 같이 출발했는데 직장에 9시 정각에 도착했다. 매일 있는 아침 9시 회의 때문에 뛰어서 사무실에 들어가는 순간, 메시지가 울렸다. 상사의 메시지와 함께 선물이었다. "생일 축하합니다, 늘 열심히 일하고, 잘 성장해줘서 고마워요. 행복한 생일 되세요."  보상받지 못하면서 일만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동안 내 눈빛에서 태도에서 느껴졌나 보다. 그날 회의 처음과 마지막에 축하를 받고, 끊임없이 개인 카카오톡으로 축하와 선물을 받았다. 카카오톡에 있던 위시리스트 중 단 하나만 받아도 정말 행복하겠다 생각했었는데, 하나둘씩 위시리스트에서 없어지더니 생각지도 못한 지인들로부터 계속 축하를 받았다.


사무실 근무하던 오후 4시쯤 여느 때처럼 나른해져서 동료와 근처 카페에 다녀오는 길에 우리 팀 막내 사원과 마주쳤다. 그의 손에는 케이크가 들려있었다.

"눈치채셨었나요? 몰래 준비했었는데"

전혀 몰랐다. 그야말로 서프라이즈 파티였다. 그날 사무실 출근했던 팀원들과 다 같이 8명이서 제일 좋아하는 생크림 케이크를 앞에 두고 소원을 빌고 촛불에 불을 껐다.

하루 종일 꿈만 같았다. 6시 퇴근. 호기롭게 호캉스를 즐길 호텔로 향했다. 생각보다 짐이 무거웠다. 1호선 라인을 탔는데 남쪽으로 내려가야 하는 전철이 왼편으로 가는걸 뒤늦게 알아차렸던 터라, 다시 되돌아가는 동안 예상시간보다 삼십여분에서 한 시간을 초과했다. 2박 3일인데 짐을 너무 과하게 쌌나. 싶을 정도로 무겁던 가방 2개와 케이크를 들고 이동하며 후회가 몰려오는 사이 두 시간이 지나 결국 호텔 앞에 도착했다. 8시에 가까운 시간이어서 미리 배달을 통해 주문해둔 음식을 호텔 도착과 동시에 받았다. 호텔에 짐을 내려두고 저녁을 맛있게 먹은 후에서야 한숨 놓았다.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이어지는 선물 세례에 하루 종일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최선을 다하며 살면서 가끔 외로움을 느낄 때면 더 많이 교류할 수 있던 지인들한테 소홀한건 아닐까 염려하기도 했었는데. 여전히 그 자리에서 모두가 응원해주고 있었다.


그날 저녁에 미국 선생님과 마지막 화상 수업이 있었다. 60대이신 선생님께 30대 초중반에게 해줄 조언이 있냐고 여쭤보았더니 잠시 고민을 하시다 입을 땐 말씀이 화룡점정과 같은 선물이었다.


Just enjoy every minute of it. Have fun.
Have fun as much as you can. Whatever you do it, enjoy it.
If it isn’t bring any joy, don’t do it.

Do not worry, worrying is waste of time.
Everything you worried about never happen. Have more fun.

Cherish what you have rather than longing for what you w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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