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앙 Mar 01. 2022

호화로운 방구석 생활

7일간의 드라마 여행 탑승기

 

직장에선 흔한 회의도, 미팅도 없었다. 주 3회 재택근무가 권장이었지만, 자가격리 7일을 지키려면 어쩔 수 없이 주 5일 재택근무를 해야 했다. 연구 보고서를 작성해야 해서 관련 국문 논문과 영문 논문을 하루 종일 읽고 요약했다. 필요한 내용만 짜깁기를 하니 PPT 8장이 채워졌다. 어려운 용어들 때문에 책도 구입해서 읽으면서 작업했다. 그렇게 8시간을 보내고 오후 6시가 되면 저녁을 먹으면서 겸사겸사 유튜브를 틀었다. 월요일은 열이 끓기 시작했던 날로 오후 반차를 내고 푹 쉬었는데, 화요일부터는 저녁 6시부터 드라마와 영화 보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굳이 넷플릭스를 구독하지 않았어도,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으로 마음껏 누렸다.

 

저녁 6시, 호화로운 방구석 생활이 열린다

집에서도 마스크와 두 손엔 비닐장갑을 끼고 생활했다. 나의 식기는 별도로 사용했다. 처음 관람을 시작했던 건 아이리스 1이었다. 정작 당시에는 안 보고 이제 와서 봐도 꽤 재미있었다. 아이리스라는 조직이 뭘 하는 덴 지 의문을 가지고 액션을 감상한다. 치고받고 부수는 걸 좋아하는 나한테 더없이 시원한 액션 갬성이었다. 5시간 반 정도의 러닝타임에서 딱히 지루한 장면이 거의 없었다. 해피 엔딩이면 좋았을 텐데 충격적인 결말을 맺고 끝낸다. 그다음 시리즈인 아이리스 2(이다해, 장혁)에 흥미 붙이려고 했는데 조금 보다 말았다. 아이리스 1이 스토리, 연기 몰입도가 훨씬 좋았다.

 

6가지 유튜브 드라마, 4가지 배달음식

드라마 초콜릿

그다음은 하지원, 윤계상 주연의 <초콜릿>이다. 아홉 살 때 완도에서 만난 첫사랑에 대한 추억이 유명한 셰프가 되어서도 그녀를 잊지 못하게 한다. 그녀의 첫사랑은 부잣집 손자로 의사가 되었지만 또 다른 의사와 경쟁구도 속에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두 사람의 운명은 서로를 계속 맴돌면서도 엇갈리게 한다.

 

낀대’는 유튜브 드라마다. 여자 주인공이 너무 예뻐서 계속 쳐다보게 되는 매력을 가졌다. 낀 세대로 아랫사람을 눈치 보고 윗사람에게는 핀잔 맞는, 이제 막 과장이 된 직원의 직장생활 에피소드를 그렸다. 주인공은 서른네 살인데 딱 내 생활과 오버 렙 되어서 계속 웃으면서 봤다. 공감이 되는데 꽤 유쾌한 내용이고 따뜻한 감성도 그렸다. 특히 요즘 신입사원의 생각과 태도가 어찌 이리 공감이 되는지! 격하게 꼰대가 되고 싶지 않은데 꼰대가 된 말과 행동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끔찍함이란!

 

유투브 드라마, <낀대>

휴먼 감성 스토리로 넘어가자. 이재훈 주연의 <무브 투 헤븐>이다. 죽은 사람들의 유품을 정리하는 유품 정리사의 직업을 그렸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후견인으로 내세운 복서와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동생 이야기를 그렸다. 죽은 사람들이 생전에 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유품을 정리하면서 읽게 된다. 그리고 그 메시지를 전해주는 이야기다. 다소 어두운 이야기를 담백하게 그렸다. 보고 있으면 따뜻해지는 갬성을 누릴 수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무브 투 헤븐

이 무슨 스토리지?’ 맨 처음엔 어리둥절하다가 계속 보는 유쾌한 재미가 있다. <이 구역의 미친 X>다. 분노 조절을 못하는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이다. 여자와 남자는 각자 가진 트라우마와 상처로 분노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같은 정신상담센터를 다닌다. 심지어 바로 옆집에 산다. 두 명의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사람이 만나 끊임없이 얽히게 되는 코믹 로맨스다.

 

<슬로비디오>는 차태현, 남상미 주연의 드라마다. 타인이 보지 못하는 찰나까지 슬로우 비디오처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CCTV 관제 센터에서 일하는 남자. 그리고 어린 시절 짝사랑하던 봉수미를 CCTV 화면 속에서 발견하게 되면서 둘이 좋아하게 되는 이야기다. 여자가 이사를 해서 동네를 떠나게 되고 5년 즈음 뒤 다시 찾아온 동네. 남자는 실명이 되지만, 예전에 보았던 여자의 모든 움직임은 슬로우 비디오로 남자의 마음에 간직되고 나중에 그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전시회를 연다. 전시회에서 조우한 둘, “꽃이 피어서 봄이 온 게 아니라, 네가 와서 봄이야”라는 말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격리 생활을 하기 전에는 마트에 가서 장을 봐와서 이것저것 요리를 해 먹었다. 그날 먹고 싶은 것들에 따라 고기, 야채를 사 오고 즉흥적으로 해 먹었는데 애석하게도 열이 계속 나는 바람에 완성품이 자꾸 떠올랐다. 시원한 해장국, 육개장 같은 것들이었다. 코로나로 집에 자주 있었지만 이렇게 배달을 많이 시킨 것도 참 호화로운 방구석 생활의 일환이었다. 육대장의 육개장은 언제 먹어도 얼큰하고 시원했다. ‘집밥 다음으로 맛있는’이라는 마케팅 용어를 쓰는 동네 해장국 집에서 해장국도 꽤 맛있게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도미노 포테이토 피자

주말을 맞아서(?) 고기가 먹고 싶어졌다. 집 근처 자주 갔던 부산 동승동에서 시작해서 성공해서 서울로 올라오셨다는 아주머니의 찜닭 오픈 가게인 찜닭 집에서 닭 한 마리로 업그레이드해서 얼큰한 맵기로 주말 점심을 먹었다. 마지막에는 느끼한 피자가 당겼다. 알볼로를 좋아했는데 그 전엔 도미노 브랜드가 나한테 피자 왕이었다. 마침 할인이 되어서 도미노 포테이토 피자 L에 테두리에 치즈를 트리플로 추가했다. 먹으면서 감탄했다. 앞으로 피자는 도미노다.     

 

3.1절 해방! 만만세!

발열 증상은 4일 만에 나아졌다. 금요일 처음으로 멀쩡한 정신으로 근무했다. 열이 내린 세상은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다. 끙끙 앓던 때가 언제였나 싶도록 멀쩡한 정신에 감사했다. 그렇게 주말이 되자 콧물이 멎고 이제는 목감기만 남았다. 아직 목이 좀 아픈 걸 제외하곤 말끔하다. 회사 정책에는 7일 격리 후에 자가검사 키트 음성 확인이 되어야 출근할 수 있다고 해서, 7일째에 자가검사 키트로 체크를 해보니 음성이다! 정말 완벽한 해방을 맞았다. 7일 만에 첫 외출, 어제 먹고 싶던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을 사 왔다. 저녁에 아이스크림 파티로 해방을 좀 더 기뻐해야겠다. 잊지 못할 3.1절이다.


1) 이병헌과 김태희의 액션, 사랑

아이리스1 https://youtu.be/3rhfasYQJM4

 

2) 하지원, 윤계상 주연의 첫사랑 이야기

초콜릿 https://youtu.be/2pnPhaqj7Fs

 

3) 위에서 까이고 아래에서 치이는 ‘끼인 세대’ 직장생활 이야기

낀대 https://youtu.be/QFAm8VpXL-A

 

4) 이재훈의 액션과 감성

무브 투 헤븐 https://youtu.be/4sLt7nbVMMQ

 

5) 색다른 요소들의 조합으로 완성한 로맨틱 코메디

이 구역의 미친X https://youtu.be/n6zFTks-n_o

 

6) 시간이 느리게 가는 듯한 착각, 그 착각 속에 행복한 감정

슬로우비디오 https://youtu.be/QiFyxnX0FEw

 

새해부터 머릿속에서만 구상하던 영어&중국어 가게도 오픈했다, 한번 확인해보시길 바란다.

*어썸프로의 따끈따끈하고 소소한 영어&중국어 가게 오픈 소식

-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p/CajPYubvxPO/?utm_medium=copy_link

매거진의 이전글 강릉 아르떼뮤지엄 강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