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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앙 Dec 12. 2021

라이언의 간식

내가 고팠던 건 무엇이었을까

12월 5일 토요일 오후 2시 예술의 전당 공연이 시작되었다. 'Dear me(친애하는 나에게)'라는 주제였다.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의 춤, 연극배우의 연극, 기타 리스트, 피아니스트와 함께 구성된 하나의 콜라보 공연이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연극배우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공연 인트로에서 연극배우가 솔직하게 풀어놓는 고백 중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연'이라는 말이 들리는 순간, 예상치 못했던 순간에 '괜찮니'하고 물어보는 듯해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 뒤 피아노와 기타 연주, 연극과 발레가 어우러져 여러 서사가 그려졌다. 고독, 외로움, 절망, 열망, 소망 이런 추상의 단어들이 구체적으로 와닿았다. 자주 듣던 음악을 생 라이브로 들었을 때 오는 감격은 잊지 못하겠다.

겨우 두 자리 남았던 티켓팅에 성공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다 내려놓고 싶을 때가 있다. 올해 12월을 맞을 때 필자가 그랬다. 11월 초 만남을 이어가던 사람과 완전히 헤어졌고, 11월 중순 도전했던 한 개 프로젝트는 실패했다. 지인들이 서둘러 이어줬던 몇 번의 만남은 실망으로 돌아갔다. 안 그래도 감정 에너지 잔고가 많이 남지 않았던 탓인지 그 한 번의 만남들이 단 몇 시간이라 할지라도 모두 바닥나게 했다.

주변에선 고작 몇 번 만남으로 지치냐고, 좋은 인연을 만나기 위해 수십 번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대꾸할 힘도 없었다. 그냥 다 내려놓고 쉬고 싶었다. 그 사이 주간 일은 너무 바빠서 밤 10시 반까지 야근하다 택시 타고 집으로 돌아왔던 적도 있다. 12월 소중하게 아껴둔 며칠 남지 않은 휴가를 당장 냈다. 오랜만에 상해에서 돌아온 동생과 이야기하던 중에 "휴가를 아주 길게 쓰고 싶어. 한 달 정도면 될 것 같아."라고 뱉었다.

한 달 휴가를 낼 수 없는 상황이니 점심시간, 퇴근 후, 주말이라는 자유시간에라도 온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를 주었다. 먹고 싶은 음식을 참지 않았다. 모든 통제할만한 의식들을 모두 내려놓았다. 자기 전엔 먹지 말기, 과식하지 말기, 기름진 음식 먹지 않기, 너무 단 간식은 먹지 않기 이런 것들에서 모두 해방했다. 한 달여간 이렇게 지내니 이제는 다시 시작할 에너지가 조금씩 쌓여서 작고 느리지만 확실한 길로 가보려고 한다. 모든 것의 가장 기본이 될 탄탄한 체력을 키우는 것이다. 느리지만 하나씩 결과가 확실한 길로 가는 것이다. 충분히 할 수 있고 충분히 이겨볼 만한 게임이다. 조금씩 하나씩 실천하는 일상을 도화지에 그려나갈 생각이다.

'네 안의 잠든 거인을 깨워라'라는 토니 로빈슨의 책이 있다. 내 안에 잠든 사자가 고팠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반드시 열정이 차야, 도전의 에너지가 차야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아니고, 열정과 도전이 충만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게 아니란 걸 보여주려 한다. 마음의 확신이 조금이라도 있고 그게 분명하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그런 성공 방정식이다. 느리지만 확실한 성공 방정식의 길이다.


* 블로그에 남긴 디저트 일상 보기 :  한 달 이상 누린 디저트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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