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을 곁에 두고 싶다면 나부터 좋은 사람이 되면 된다
자칭 타칭 '관종'인 나는 어려서부터 관심에 목이 마른 아이였다. 그렇다고 그만큼 사교성이 뛰어나거나 활발한 성격은 아니었던지라 친구가 많은 아이들을 그저 동경할 뿐이었다. 매일같이 여러 친구들을 집에 데려오곤 했던 사교성 좋은 누나를 보며 적지 않은 질투를 느끼기도 했고, 급식시간이나 수련회, 운동회 같은 날, 알아서 삼삼오오 친한 무리를 지어 몰려다니는 아이들을 볼 때면 혼자인 제 스스로가 민망해 식은땀을 흘렸던 기억도 있다. 나에게 '친구'는 그 단어만으로도 가슴 한쪽이 따끔거리는 아픈 손가락 같았다.
혼자 있는 시간은 외로움이 아니라 고독이라고 스스로를 많이 타일렀던 것도 같다. 마치 혼자인 게 제 선택인 양, 양쪽 귀에 이어폰을 깊숙이 꽂아 넣곤 하염없이 창 밖을 바라보거나 책상에 얼굴을 파묻고 자는 척을 했다. 때론 노트를 펼쳐 정처 없는 글을 쓰거나 낙서를 하기도 했다.
글과 그림은 훌륭한 도망처였다. 책상에 코를 박고 노트 위의 펜이 흘러가는 곳에 집중하고 있으면 혼자 있는 나를 남들이 어떻게 보든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가끔 그런 나의 모습에 호기심을 품고 다가와주는 이들도 있었으니, 어쩌면 그때 힌트를 얻었는지도 모르겠다. 글과 그림이 관심을 위한 훌륭한 도구가 되어줄 수도 있겠다는.
만화를 그렸다. 만화에는 괴물을 물리치는 히어로가 등장하기도, 풋풋한 감정을 주고받는 교복 입은 학생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자 정말 아이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다음 화는 언제야? 이 캐릭터는 어떻게 돼? 나도 등장시켜줘!
기뻤다.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생긴 것만 같았다. 나는 더 열심히 그렸고, 주위엔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내게도 드디어 친구가 생기는 것 같았다.
이거다 싶었다. 남들에게 다가갈 용기가 없다면, 용기 내어 다가갔다가 거절당했을 때의 상처를 견딜 자신이 없다면, 나 스스로 사람을 모을 수 있는 힘을 가지면 되는 거였다. 관심에 목이 말랐던 나는 어떤 거대한 비밀을 발견한 양 그때부터 나 스스로를 개발시키는데 모든 힘을 쏟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내가 선택한 도구는 노래였다.
어느 날 학교에서 팝송 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평소 노래하는 걸 좋아했던 나는 아무도 몰래 팝송 대회에 신청서를 넣고 미친 듯이 연습을 했다. 대회 당일, 무대 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나를 아는 주변 사람들이 의아해하던 기억이 난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같은 반응이었달까.
열심히 연습한 노래를 불렀고 1등을 했다. 1등 상품은 문화상품권 10만 원과, 매년 열리는 학교 예술제의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였다. 관종인 나에겐 최고의 상품이 아닐 수 없었다.
예술제 당일, 떨리는 마음으로 무대에 섰다. 무대 아래에는 천 명은 족히 넘어 보이는 학생들이 넘실 거리고 있었다.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노래 한 곡을 완창 했다. 박수가 쏟아졌다. 내 인생 최초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날이었다.
예술제 이후 파장은 상상 이상으로 대단했다. 학교에서 존재감이 제로에 가까웠던 나를 사람들이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예상치 못한 인기를 실감하는 한편 스스로 확신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관심받고 싶다면 관심받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면 되는 거야.'
이후 내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은 거의 공식처럼 자리 잡았다. 내가 자신 있는 분야에 뛰어들어 그곳에서 눈에 띄는 업적을 남기는 것. 그럼 내게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알아서 다가오고, 내게 다가와 준 사람 중 내가 매력을 느끼는 사람을 선택할 수 있다.
딱히 의식을 했던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부터 나의 인맥은 이런식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뮤지컬을 했을 때도, 인스타툰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도 모두 같은 마음가짐으로 시작했고, 내가 기준으로 세워놓은 어느 궤도에 오른 순간 예상대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곁에 둘 수 있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최고의 인맥 관리는 인맥을 관리하지 않는 것이다. 나 자신이 매력 있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순간 인맥은 자동으로 관리된다. 다양한 사람들이 자연스레 나에게 붙게 되고, 그때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을 선택하면 되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는 매력이란 학벌이나 재능, 외모 따위를 뜻하는 것만은 아니다. 훌륭한 학벌이나 재능, 외모를 가지고도 무엇이 매력인지 전혀 모르겠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매력이란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그런 힘은 훌륭한 학벌, 재능, 외모 말고도 상대의 말에 잘 귀 기울일 줄 아는 태도, 끈기를 갖고 기다릴 줄 아는 참을성, 다양한 분야에 과감히 뛰어드는 용기 있는 행동력 따위로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 사람에게 다가가고 싶은 이유는 하나 뿐이다. 나에게 없는 부분을 채우고 싶어서, 그러니까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로 나 또한 누군가에게 매력 있는 사람이고 싶다면 그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면 된다. 그게 외모든, 성격이든, 태도든 어떤 것이든 말이다.
인맥을 위해 인간관계에 목매다는 사람에겐 매력을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다시 말해 스스로 빛날 줄 아는 매력적인 사람들은 서로를 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아마도 그게 서로의 인맥을 관리해주는, 최고의 인맥 관리가 아닐까?
내 곁에 좋은 사람을 두고 싶다면 나부터 좋은 사람이 되면 된다.
내 곁엔 좋은 사람이 많다. 그 이유를 내가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기엔 민망하지만, 마냥 부정하기도 어렵다. '내 곁에 좋은 사람을 두고 싶다면 나부터 좋은 사람이면 된다.'라는 문장이 성립되려면 내가 좋은 사람이어야만 내 곁의 사람들도 좋은 사람일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그러니 나는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겸손 떨지 않고 이야기하고 싶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만 내가 원하는 좋은 사람들도 내 곁에 둘 수 있을 테니 말이다.
contact : official.shuny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