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무서운 건 역시 사람이었다

by SHUN

"힘든 일을 겪어서 너무 고통스러운데 그래도 딱 하나 좋은 게 뭔지 알아?"

"진짜 내 편인 사람과 내 편인 척했던 사람을 구분할 수 있게 됐다는 거야."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자주 봤던 대사였다. 어릴 때는 드라마나 영화 속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어린 시절의 경험은 비교적 순한 맛이기 때문에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어려움을 겪어도 주변 사람들은 언제나 내 편일 거라고 믿었다. 순수하거나 혹은 순진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매운맛 경험들도 하게 되면서 꼭 드라마나 영화 속 일만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인생을 살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위기를 겪을 때도 있고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내가 직접 경험하기도 하고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의 경험을 옆에서 지켜보기도 했다. 어려움을 겪는 것 자체도 힘들기는 하지만 그 보다 더 아프게 느껴졌던 건 예상하지 못한 주위의 반응이었다.


위로해 주는 척 은근히 고소해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렇게 될 줄 알았다고 뒤에서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하지 않은 일까지 덧붙여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이야기하는 사람까지... 끝내 알고 싶지 않았던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끝까지 본 기분이었다.


그런 주변의 반응에 처음에는 분노가 치밀었다.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을까? 원래도 나를 싫어했었나? 만약에 그렇다면 왜 그렇게 나와 가깝게 지내려고 했을까?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어느새 그 분노의 감정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대신한 건 슬픔이라는 감정이었다.


슬픔의 감정까지 지나간 후에는 그래 차라리 잘되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건 내가 스스로에게 하는 위로이기도 했다. 힘든 일의 경험이 고통스럽기는 해도 진짜 내 편과 아닌 사람을 확실히 알게 된 건 정말 좋은 일이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의 대사가 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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