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샐리 티스데일
죽음에 관해서는 이야기를 나누는 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죽음은 무겁고 어려운 주제다. 막연하게 두렵다. 주변사람들에게 죽음에 관해 이야기를 하자고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할 것이 뻔하다. 어르신들 앞에서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면 아마 부정 탄다며 한 소리 듣겠지.
하지만 누구에게나 죽음에 대한 경험이 있다.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군대 전역하기 얼마 전, 그러니까 스물 네살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재작년에는 키우던 애완동물이 죽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장례식장에 가게 된다. 그렇다. 죽음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누구나 죽음을 면치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점을 애써 무시하고 산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샐리 티스데일, p.18
나도 언젠간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머리로 아는 것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은 다르다. 나는 언젠간 죽을 것이지만,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나는 평생 살아있을 것 같다. (인피니티워도 끝은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좋은 죽음을 나이에 결부시켜 말한다. 그런데 사람마다 규정하는 나이가 다 다르다. 과연 몇 살을 죽기 적당한 때라고 말할 수 있을까? 흔히 장수하면 좋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불행한 상태로 오래 산 사람도 봤고 상당히 짧지만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산 사람도 알고 있다. 삶의 질은 삶의 기간에 달려 있지 않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샐리 티스데일, p.70
그래서 죽음에 대해 한 번 쯤은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인생은 유한하기 때문에 정말 잘 살아야 한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의 저자 샐리 티스데일의 말처럼 삶의 질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와는 관계가 없다. 그러니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 가급적 매 순간 노력해야 한다.
내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나의 죽음 이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내가 죽으면 어떻게 장례를 치르면 좋을지, 내가 죽어가는 과정에서 아프고 고통스러울 때 고통에 맞설 것인지 고통을 피할 것인지. 그런 것들을 가족과 친한 친구들과 이야기 해야 죽음이 닥쳤을 때, 주변 사람들의 혼란을 덜어줄 수 있다.
주변에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은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사람을 옆에 두고 죽어가는 사람이 아닌, 자신들의 생각을 강요한다. 죽음이 가까워 오면 식욕이 사라진다고 한다. 하지만 지켜보는 사람은 한 숟갈이라도 먹어야 더 오래 살지 않겠냐며 식사를 강요한다. 죽어가는 사람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해야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죽어가는 사람은 먹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먹는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장례식장에 가게 되는 상황이 많아진다. 장례식에 가서 슬퍼하는 사람에게 어떤 말을 해주면 좋을까? 애도하는 사람에게 해서는 안 될 말과 하면 좋은 말이 있다.
"그래도 너희 어머니와 아버지가 다시 함께 있게 됐잖아."
"그는 더 좋은 곳으로 갔어."
"넌 좋은 사람을 만나 다시 결혼하게 될 거야."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샐리 티스데일, p. 273
이런 말은 애도하는 사람에게 하면 안 되는 말들이다.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대신에 이렇게 말해보자.
"널 사랑해."
"정말 안타까워."
그중에서 가장 좋은 말은 바로 이거다.
"혹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니? 무슨 이야기든 괜찮아."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샐리 티스데일, p. 282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의 부제는 '죽음과 죽어감에 관한 실질적 조언'이다. 죽음에 대해 철학적으로 다루는게 아니라 죽음을 앞둔 사람과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게 뭔 지 알려준다. 그래서 이 책은 정말 깊고 무겁다. 주변 사람들에게 권하기가 쉽게 권할만한 책은 아니지만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자 한다면,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계시는 분이 주변에 있으시다면 한 번 쯤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여담으로 이 책 안 읽어보고 지인에게 선물했는데, 깊고 무거운 내용이라 조금 당황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