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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자까 Nov 17. 2019

어쩐지 춥더라니 수능날이었네

수능 치루느라 고생했을 수험생들에게

포근하고 따뜻한 11월을 보내다가 며칠전 갑자기 매서운 추위가 찾아왔다. 알고봤더니 수능날이었다. 수능날에는 춥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닐 정도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는 날이면 유난히 추웠던 것 같다. 따뜻하던 날씨에 무방비로 당해서 더 추운건지, 추워질 때 쯤에 수능을 보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갓 수능을 치룬 수험생들에게는 마음이 추운 하루가 되었을 것 같아 안타깝다. 세월은 참 빨라서, 돌이켜보니 나도 수능을 본 지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간다. 내가 수능을 치루던 그 날도 어김없이 추웠다.


그 날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수능을 치루기 하루 전 날에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주었다. 다니던 고등학교의 전통으로 고3 학생들이 교문 밖으로 나갈 때, 후배들이 양 옆에서 길을 만들어 응원을 해주었다. 주변사람들에게 원하는 대학에 철썩 붙으라며 엿과 초콜렛을 선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고, 오히려 약간의 부담감도 느꼈다. 엿과 초콜릿을 먹으며 공부하려고 책상에 앉긴 했는데,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수능 전 날 밤에는 일찍 자려고 누웠지만, 긴장된 탓에 쉽사리 잠들지 못했다.


© aaronburden, 출처 Unsplash



그렇게 수능날 아침이 되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능날이었지만, 막상 그 날이 다가오니 조금 더 늦춰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험장에 북한이 쏜 미사일이 날아와서 수능이 미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엄마가 차려준 아침밥을 먹고 도시락을 챙겨 집을 나섰다. 아빠가 시험장까지 데려다 주셨다. 그 날도 그렇게 추울 수가 없었다. 시험 볼 때의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수리영역(아...아재여.. 요즘은 수리영역이라 안 하고 그냥 수학이라 하더라)이 어려워서 당황했었고, 점심에 먹었던 도시락은 맛있었다. 과학탐구까지 모두 치루고 제2외국어 시험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수능이 끝나고 시험을 봤던 학교를 나올 때에는 이미 날이 거의 저물었다.


시험 보느라 고생했다며, 엄마가 스테이크를 사주셨다. 엄마와 동생과 저녁을 먹고 집에 오자마자 가채점을 했고, 내 점수에 꽤나 실망했다. 그렇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 날은 친한 친구와 새벽까지 PC방에서 게임을 했고, 부모님은 그 걸로 뭐라고 하시지 않았다. 그 후 적당히 점수에 맞춰서 대학에 진학했고, 어느덧 취업도 했다. 지금 와서야 수능이 별 거 아니라고 말 할 수 있겠지만, 그 당시에는 모든 사람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라고 떠들어 대는 통에 수능이 인생의 시작이자 전부라고 느꼈다. 지금의 나는 고3의 나에게 무슨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1. 수능 하나 잘 보겠다고 야자도 하고, 학원도 다니고 놀고 싶은거 못 놀면서 고등학생 시절을 보내느라 정말 고생했다.

2.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수능이라는 목표를 위해 오랜시간 달려왔겠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을 통해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배웠으면 좋겠다.

3. 세상을 살다보니 수능보다 중요한 일이 더 많다. 그러니 수능 끝났다고, 인생 끝난 것처럼 행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4. 수능 점수로 다른 사람의 삶을 판단하려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수능 점수로 대학을 줄 세울 수는 있지만 사람을 줄 세울 수는 없다.


해주고 싶은 말은 더 많지만, 글도 이미 충분히 길어졌고, 이런 말 더 하면 꼰대 소리 듣기 때문에 이만 글을 마쳐야겠다. 어쨌는 수능이라는 큰 산을 넘느라 정말 고생 많았을 것이고, 수능 끝나고 맞이하는 달콤한 여유시간을 만끽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시간이 난다면 지난 날을 되돌아보고, 앞날을 위해 고민해보면 더더욱 좋을 것 같다.


대한민국 모든 수험생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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