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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자까 Feb 23. 2020

불확실성과 충격을 성장으로 이끄는 힘

안티프래질,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드디어 <안티프래질>을 다 읽었다. 부록을 빼고도 600페이지가 훨씬 넘는 두께와 이 책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특유의 글 때문에 읽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 책을 작년부터 읽기 시작했으니, 최소한 다 읽는데 몇달은 걸린 셈이다. 


안티프래질(Antifragile)은 삶의 철학이다. 책을 읽기 전에도 안티프래질을 추구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안티프래질에 대해 정확한 개념이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안티프래질이 무엇이고, 과연 나는 안티프래질을 추구하고 있는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삶을 대하는 자세와 투자 가치관 형성이라는 관점에서도 생각을 해보았다.



안티프래질은 프래질(Fragile)이라는 단어에서 나왔다. 프래질이란 충격을 받으면 쉽게 깨지는 특성을 나타내는데, 유리잔이 프래질의 대표적인 예이다. 프래질의 반대되는 특성인 '강건함', '회복력이 있음' 등의 뜻을 나타내는 사전적인 단어가 없어서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안티프래질'이라는 단어를 새로이 만들었다. 안티프래질은 충격을 가할수록 단단해지고 강해지는 특성을 뜻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히드라를 예로 들었는데, 히드라는 머리를 하나 잘릴 때마다 두 개가 다시 생긴다.




프래질과 안티프래질은 각각 기계와 유기체와 비교할 수 있다. 어떤 기계를 구성하는 부품이 제기능을 못하면 그 기계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우리의 신체와 같은 유기체는 뼈가 부러졌다가 다시 붙으면 더욱 단단하게 붙듯이 외부의 스트레스로부터 더욱 강하게 성장한다. 따라서 안정적인 것보다는 불안정한 것을 추구하고 규칙적이기 보다는 불규칙적인 것, 즉 가변성이 안티프래질한 특성을 나타낸다.




가변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내가 잃을 것과 얻을 것에서 양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의미이다. 지수함수나 이차함수로 표현할 수 있다. 운동과 독서 같은 것이 가변성이 있는 활동이다. 운동을 하면 힘들지만 힘든 것보다 더 많은 건강을 얻는다. 독서를 하면 시간을 뺏기거나 머리가 아프지만 그보다 배우는 것이 더 많다. 투자와 저축의 경우도 예를 들 수 있다. 투자는 내가 투자한 돈만큼만 잃을 수 있지만, 이익이 날 경우에는 어마어마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저축은 거의 변화가 없어서 잃지도 않지만 얻지도 못한다. 가변성이 있는지 없는지, 즉 불확실성을 통해 시스템이 안티프래질한지 프래질한지 판단할 수 있다.




나심 탈레브는 시스템에 대한 개입이 시스템을 프래질하게 만든다고 한다. 의원성 질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의원성 질환이란 의사의 개입으로 인해 또다른 질환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 받을 때, 신체가 충분히 감기를 나을 수 있는 건강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항생제를 복용하며 약에 대한 내성을 기르고 몸이 병원균을 이겨낼 수 있을만큼 강해지지 못해 다음번엔 더 쉽게 감기가 걸리게 된다. 이것이 의원성 질환이다. 물론 꼭 필요한 사람에게는 약물치료가 필수적이지만 불필요한 사람에게도 약물처방을 함으로서 프래질해진다. 약물복용으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는 단시간에 드러나지 않으며 먼미래에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인위적인 '개입'이 시스템을 프래질하게 만든다. 요즘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을 보면 지속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개입하고, 규제정책을 발표함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치솟고 있는데, 이를 보며 시스템의 프래질한 점을 건드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입의 부정적인 특성으로부터 '비아 네거티바'로 이어진다. '비아 네거티바'란 제거를 통해 시스템을 안티프래질하게 만드는 것이다. 좋은 것을 추가하는 것보다 나쁜 것을 제거하는 것이 더욱 안티프래질하다. (설비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인터락을 거는 것보다 설비 자체를 없애는 게 더 안티프래질하다! 동종업계만 알아들을 수 있는 뻘소리다.) 어떤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특징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렇게 되면 나머지 사항들은 저절로 해결된다. 문제를 해결하고 의사결정에 필요한 최소한의 데이터는 필요하지만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안티프래질은 외상 후 성장이다. 내가 더욱 성장하고 발전하려면 스트레스와 고통의 영역으로 밀어 넣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의 삶은 편하고 안락한 것만 추구하고 있다.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를 보고 SNS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프래질한 행동이다. 반면에 새로운 환경에 노출시키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독서와 공부, 운동을 하는 것은 안티프래질한 행동이다. 직장인은 프래질하다. 매월 꾸준히 통장에 월급이 들어오지만 직장에서 해고 당하는 순간 수익이 제로가 된다. 반면 택시기사는 수익이 불규칙하지만 수익이 0이 되는 경우는 없다. 직장인으로서 안티프래질해지기 위해 직장을 다니면서 재테크를 해서 또 다른 수익원을 창출한다. 그것이 창업이나 전문성 확보라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그리고 재테크는 분산투자와 장기투자로 가변성을 충분히 활용한다. 


내 삶을 안티프래질하게 만들기 위해 비아 네거티바, 무엇을 제거할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 2월이 끝나가는 이 시점에 서평을 한 편 밖에 못 썼다는 점 또한 반성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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