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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자까 Jun 06. 2020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시간과 언어의 관점에서

철학카페에서 작가를 만나다 2, 김용규

살면서 가끔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때가 있다. 별다른 고민없이 대충 사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살다 보면 때로는 후회감이 밀려들 때가 있다. 아무 것도 남는 게 없는 느낌, 공허함으로 가득하다. 이런 감정이 들 때,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고 꽉 찬 삶을 살고 싶어진다. 의미있는 삶을 살고 싶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그럴 때 시간과 언어에 대해서 돌아보는 것이 필요할 듯 하다.




시간에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 하나는 시간은 그저 흘러가는 것이라는 관점의 물리적 시간, 크로노스(Chronos)이다. 또 하나는 과거와 미래가 현재에 존재하는 심리적 시간, 카이로스(Kairos)라는 관점이 있다.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크로노스의 시간 관점으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물론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크로노스의 시간 관점은 시간은 그저 흘러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생이 덧없음과 허무함으로 이어지게 된다. 시간은 그저 흘러가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과거는 그저 지나가 버린 것이 되고,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는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가 가장 중요하고, 현재의 쾌락을 가장 중시하게 된다.



심리적 시간인 카이로스 관점은 과거와 미래가 현재에 공존한다. 말이 굉장히 어렵지만, 과거의 기억을 상기함으로써 과거를 재구성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현재 또한 미래의 시점에서 상기가 될 과거가 된다. 




이렇게 보면, 인간의 삶 전체가 상기의 힘에 의해서 언젠가 그 진실한 모습이 드러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미완성체다. 과거는 현재의 어느 시점에서 드러날 진실을 기다리고 있는 미완성체이고, 현재는 또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완성될 미완성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상기를 통해 미완성으로 남아 있는 과거의 아름답고 서중한 것들을 발견해내야 하지 않을까? 잃어버린 시간과 공간을 되찾아 삶의 풍요한 오케스트라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동시에 미래의 어느 날에 완성될 진실을 위해 현재에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들을 심어놓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만 모든 것을 허무에 빠뜨리는 시간의 파괴성에서 해방되지 않을까? 또한 그래야만 삶이 품고 있는 숱한 절망에도 불구하고 결코 무릎 꿇지 않는 존재를 향한 용기도 생기지 않을까? 이것이 프루스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준 지혜이자 선물이다.

<철학카페에서 작가를 만나다 2>, p.101-p.102




즉, 과거를 통해 의미를 찾고 지금 현재가 미래의 시점에서 과거가 될 것을 깨닫고 현재에 좋은 기억, 디테일한 기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한층 의미있고 풍요로운 삶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형성한다."

- 폴 티보도, 레라 보로디츠키


우리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도 우리의 삶을 채우는 데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우리 인류, 호모사피엔스가 지구를 정복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언어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언어의 사용으로 수많은 사람들과 협력이 가능했기 때문에 지구의 정복자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호모사피엔스가 단순히 정보의 전달만을 위해 언어를 사용한 것이 아니고, 허구와 믿음을 위해 사용되었다.


언어를 크게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불의 언어'와 '물의 언어'이다. 불의 언어는 사물의 본질을 밝히는 사실의 언어, 판단의 언어이다. 물의 언어는 사람을 살게 하는 바탕을 밝히는 삶의 언어이고 사랑의 언어이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불의 언어와 물의 언어 모두 필요하다. 그런데 불의 언어인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말'이 악담처럼 들릴 때가 있다. 설령 사실을 그대로 말한다고 하더라도 듣는 사람이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그러나 물의 언어는 사람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가치를 꺼내줄 수 있다. 존재의 의미를 일깨워줄 수 있다. 그로써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줄 수 있다. 아름다운 말을 사용해야 할 이유이다.




시간과 언어의 관점에서 어떻게 살아야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을지 알아보았다. 심리적 시간을 살고 물의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우리는 삶을 한층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매 순간 풍요로운 삶을 살기란 어려울테지만 노력을 기울일 필요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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