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사랑을 구걸해서는 안 된다.
외할머니의 사랑에 대한 교육
외할머니는 국민학교를 졸업하셨다.
외할아버지는 대학교를 졸업하셨다.
내가 듣기로 외할아버지는 연애 상대가 있었지만 집안에서 정해준 사람(나의 외할머니)과 결혼을 하셨다.
문제는 결혼 이후에도 할아버지의 자유연애는 계속되었다.
(40대까지 그런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외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할아버지의 아내로 남으셨다.
외할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기 2년 전, 외삼촌이 숙모님과 이혼을 하셨다.
문제는 외삼촌의 경제적 무능이었다.
이때 곁에서 바라본 외할머니는 상당히 쿨하셨다.
오직 걱정하신 것은 이혼으로 상처 받을 외삼촌의 딸들에 대한 것들이었다.
손녀들이 외롭게 자라서 심성이 나빠지는 것에 대한 것 말이다.
'할머니, 제가 동생들 외롭지 않게 잘 지켜줄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너희들이 우애 좋게 지내면 참 좋겠다.
나도 요즘 세상이라면 너희 할아버지랑 벌써 이혼했을 거야.
옛날에는 호적에 이혼이라고 적히면 큰일 나는 줄 알았으니 말이야.
참... 요즘 애들은 자식들 걱정은 안 하고 사는지 원... '
'할아버지랑 힘드신 때가 많으셨지요?'
'하나 둘 셀 수가 없어. 내가 너희 할아버지 때문에 일기 쓰는 버릇을 버렸어.
다시 기억날까 봐 말이야.'
'할머니... 저희가 더 잘할게요.'
'다 팔자지.
참, 여자는 남자가 붙잡는다고 옆에 있는 게 아니야.
여자가 남자 곁에 있어주는 거야.
남자는 여자가 곁에 있는 이유를 보람되게 해줘야 하고 그래야 자식들도 바르게 크는 거란다.'
'네, 기억할게요.'
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 가장 슬프게 우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처음 봤다.
난 그 모습을 그냥 그저 오래 바라봤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많이 사랑하셨군요.
왜 그러셨어요...'
결혼을 해보니 할머니가 바라시던 이상적인 배우자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되었다.
지금 살아계신다면 이렇게 말씀드릴 것 같다.
'할머니, 아... 진짜 너무 힘들어요!
곁에 있는 이유도 점점 늘어나는 걸요.ㅜ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