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여 년 전의 일이다.
남대문이 화재로 소실되었다.
범인은 재개발 사업에 따른 보상금액에 대한 불만으로 불을 질렀다고 했다.
뉴타운 등 재개발 사업으로 대통령이 된 그분의 취임식 즈음에 발생된 일이라 참 신기했다.
그 범인의 인터뷰 중에 잊을 수 없는 말이 있었다.
국보 1호가 소실된 것에 대한 소회를 묻는 기자에 대한 답변이었다.
"건물이야 돈 들여서 또 지으면 되는 거 아니요?"
박물관에서 근무하던 내게 너무 가슴 아픈 말이었다.
내가 옆에 있었다면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
"아저씨, 흥선대원군 시절의 금강송 나무와 장인들을 어디서 사 올 수 있나요?"
세상 유일한 것은 아날로그이다.
생명도 마찬가지이다.
쓸모 있고 없고를 떠나 유일한 존재이기에 소중한 것이다.
그런 존재를 토막 내고 바닷가에 버리고...
박물관에서 아날로그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이벤트가 있었으면 좋겠다.
가족, 연인, 동료가 함께하는 행사 말이다.
끝으로 4살 아들을 그리워할 망자의 명복을 빌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