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와 나는 회사의 동료로 만났다. 우리의 처음은 각자 다른 회사였지만 회사의 소유주가 같아, 사무실을 같이 공유하는 사이였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얼굴을 보는 사이였는데, 갑작스레 회사 사정으로 언니가 내가 다니는 회사의 대표이사 자리에 앉게 되었다. 대표이사와 일개 사원일 뿐인 내가, 언니와 친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성격이 제일 컸던 것 같다. 우선, 언니와 나는 성격이 비슷하면서 크게 달랐다. 공통점은 둘다 장녀라는 점과 내성적, 외향적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낯가림이 심한 우리는 처음 만난 날 서로를 서로가 챙겨야 한다는 의무감과 적막을 참지 못해 서로 각자의 TMI를 대방출했고, TMI 속 공통점 발견으로 언제 그랬냐는듯 친해지기 시작했다. 우리의 공통점은 여행과 음식이었다. 둘다 요리를 좋아하고 먹는 것을 너무 좋아했다. 한달에 5만원씩 꼬박꼬박 모아 분기별, 혹은 반기별로 가까운 근교 여행도 다니며 둘의 여행스타일도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국내가 아닌 다른 곳도 함께 돌아보고 싶어졌다.
그러던 중 나는 스트레스로 인해 다시 몸이 망가져 갔고, 결국 퇴사에 이르렀다. 언니도 대표이사 였지만, 얼마가지 않아 개인사정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우리는 그렇게 둘 다 백수가 되었다.
그렇게 백수가 되어버린 둘의 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취업준비?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2016년도 취업이 안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거기다 스트레스로 몸이 좋지 않았기때문에 바로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나에겐 심적부담이 컸고, 퇴직금도 있겠다 조금 놀아볼까 싶던 차 둘은 노는 김에 여행갈 때 필요한 외국어나 배우기로 했다. 영어는 둘 다 관심이 없었고, 그 다음 제일 많이 쓰는 언어가 뭘까 하다가 둘은 중국어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식품과학을 전공한 전문직이었고, 언니는 컴퓨터공학과 전공한 금융관련 전문직이었다. 중국어를 택한 건 여행의 목적이 가장 컸지만, 커져가는 중국시장에 조금이나마 발을 붙여볼까 였다.
중국어를 배운지 3개월 차가 되면 드디어 "버스정류장이 어디에 있습니까?" 와 같은 "~가 어디에 있습니까?"와 "얼마입니까?"를 말 할 수 있게 된다. 여행지에서 가장 필요한 단어는 '인사, 위치묻기, 가격묻기'인 우리였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감이 차올랐다. 중화권 나라 어디에서도 길을 잃지 않을 것 같았고, 굶거나 바가지 쓸 일이 없을 것 같은 그런 기분.
그런 기분을 누리고 있는 3개월차.
"우리 여행 갈래요?"
언니의 말 한마디에 우리의 여행은 급작스럽게 결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