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여행 준비하기

by 슈오

우린 매번 여행을 준비할 때 서로의 취향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타이트한 여행이 좋은지, 여유롭게 즐기는 게 좋은지와 같은 것부터 이번 여행에서 하고 싶은 것, 얻고 싶은 것과 같은 것들 말이다. 둘 다 온천 같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걸 좋아해 국내 여행은 대부분 온천을 겸한 펜션이었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수다를 떨고, 보드게임을 하고, 서로 좋아하는 요리를 해서 나눠 먹으며 보내는 것이 우리의 국내여행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평소와 다른, 외국이었고 보름짜리 여행이었다. 아직까지 언니와 싸워본 적은 없지만 여행에서 많이들 싸운다던데 하는 걱정 반, 해외여행에 대한 설렘 반의 감정으로 여행 준비를 했다.


이번 여행에서도 서로가 '이것만은 포기할 수 없다.'라는 것을 정했다. 나는 숙소였고, 언니는 해양스포츠를 꼭 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가 가진 돈으론 유럽 쪽은 무리니 가까운 동남아로 가기로 했는데, 우연히 인터넷에서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로 버스를 타고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태국은 말레이시아 위쪽에 있으니 이왕이면 3개국을 가자고 결정이 되었다. 나라가 결정되자마자 언니는 일주일 남은 내 생일을 배려하며, 생일 다음 날 출발의 비행기표를 끊었고, 나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여행 책을 샀다.



<포스트잇이 잔뜩 붙은 말레이시아 여행책>

평소의 나는 여행 계획 세우는 것을 좋아한다. 여행 관련 프로그램을 몇십 번씩 돌려보고, 여행책을 사모으는 것도 취미라 같은 나라 여행책이 2~3권씩 있는 경우도 있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여행 계획을 짜는 건 정말 스릴 넘쳤다. 이틀 동안 3권의 책을 3번씩 정독하며 꼭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에 대해 포스트잇을 붙이고 언니에게 넘겼다. 언니는 평소 무덤덤한 성격과 달리, 피드백이 항상 빠른 편이라 하루 만에 3권의 책에 대한 피드백이 왔다. 나와 똑같이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체크해 체크리스트 중 중복되는 것을 하고 먹고 즐기기로 했다. 돈 관리에 재능이 없는 나 대신 언니가 전적으로 맞기로 하고, 나는 세세한 스케줄과 함께 원데이 투어 예약,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로 가는 버스까지 완료했다.

우리에게 남은 건 숙소 예약뿐이었고 출발 하루 전이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언니와 나는 새벽까지 숙소를 찾았다. 다행히 싱가포르에서 머물 숙소는 버스 정류장 근처여야 했기에 빨리 결정되었다. 문제는 태국으로 넘어가 머물 숙소들이었는데 숙소를 결정하지 못했고, 파타야에서 할 해양스포츠는 확정이 되지 않아 라운지에서 바우처 때문에 발을 동동 굴렀고 조급한 우리 맘과 상관없다는 듯 비행시간은 다가왔다.





우리는 백수였기 때문에 저렴한 비행기 표를 구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렇게 얻게 된 표는 첫 번째 여행지로 향하는 경유 비행기였다. 31일 낮에 출발 해 밤 10시에 쿠알라룸푸르 도착, 아침 7시에 싱가포르로 출발하는 비행기였기에, 아침까지 9시간이라는 공백을 메꿔줄 곳과 경유에 대한 지식이 필요했다.

둘 다 경유 비행기는 처음이어서 더 긴장이 되었다. 밤인 데다가 어중간한 시간이어서, 긴장은 더해만 갔다. 대 여섯 시간만이라도 눈을 붙일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 공항 내 호텔이 있는지 책과 인터넷 블로그들을 열심히 찾아보았다. 다행스럽게도 공항 내에 2개의 호텔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만실일 경우도 있고, 우선 입국심사를 받아야 하는지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말았다.

뭐, 주사위는 이미 굴러갔으니 어떤 일이 일어나든 우린 즐기기로 했다. 그렇게 비행기는 출발하고, 그렇게 우리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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