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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주 David Lee Jun 11. 2018

나카가와 마사시치 상점은 왜 늘 전시회의 초대를 받는가

협회/단체가 전시회를 활용하는 방법

우리나라에서 현재 활동 중인 협회는 얼마나 될까? 정확한 숫자를 찾을 길은 없지만, 포털에 등록된 협회의 웹사이트 숫자만 보더라도 1천 개는 훌쩍 뛰어넘는다. 여기에 조합이나 단체 등을 합치면 어림잡아도 3-4천 개는 될 것이다.


이렇게 파악조차 어려울 정도로 많은 협회와 단체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설립 목적이나 사업은 대동소이하다. 어느 협회 건 정관을 들춰보면 회원사의 발전 도모와 이익실현이 사업 목적이고, 정책 개발, 대정부 건의, 대외 홍보를 위한 전시회 개최 등이 주요 사업이다. 그래서 협회가 개최하거나 참여하는 전시회는 대개 비슷한 명분을 갖게 되는데, 대외 인식 제고와 회원사의 판로개척 등을 위한 활동이 바로 그것이다.      


이렇게 전시회가 중요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그 중요성만큼 전시회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조직은 그다지 많지 않다. 협회는 어떻게 전시회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대의는 활동의 폭을 결정한다 나카가와 마사시치 상점의 성공     


일본 나라현 나라시에 위치한 나카가와 마사시치 상점은 1716년에 창업, 2016년에 창립 300주년을 맞은 공예품 생산 회사다. 매출액이 41억 엔인 이 회사의 직원 수는 275명에 이른다. 

Nakagawa Masashichi Shoten

그런데 이 회사(상점)는 자신들의 성장에만 몰두하지 않고, ‘일본 공예를 부흥시키자!’라는 큰 뜻을 품고 자사의 공예 브랜드뿐 아니라 지방의 작은 공예 업체들을 컨설팅해 주었다. 업체들의 실적 수치를 점검하면서 판촉이나 미디어 대응에 관한 조언을 해 주었고, 컨설팅한 업체의 상품을 나카가와 마사시치 상점의 점포에서 판매하여 그 수익으로 컨설팅 수수료를 충당하도록 했다. 

다양한 공예업체의 제품들을 한 공간에서 전시, 판매한다.

사실 일본에는 지역별 전통 공예품이 많지만, 사업자 대부분은 영세하고 독자적인 판로가 없어 사업을 확대할 방안이 없다. 그나마 판로가 있다고 해도 주문받는 것을 공급하는 데 그칠 뿐, 스스로 제품을 기획하거나 영업망을 확대하려고 나서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에 따른 판매 부진에 더해 후계자 부족 문제까지 겹치면서 전통 공예품 제조업체의 폐업이 잇따르자, 나카가와 마사시치 상점은 공예산업을 활성화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업자들과 협업해 제품 개발부터 생산, 판매까지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카가와 마사시치는 이렇게 지방 공예업체들의 컨설팅을 지원해주면서,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일본 공예산업의 부흥’이라는 대의(大義)를 위해 업체들을 묶어서 브랜드로 출범시켰다. 그런 활동이 집대성된 것 중 하나가 ‘다이닛폰이치(大日本市)’라는 전시회이다.      


다이닛폰이치(大日本市) - 공예 브랜드를 살리기 위한 자체 전시회를 만들다     


나카가와 마사시치 상점은 원래 자사 브랜드만으로 소규모 전시회를 개최했지만 2011년부터 컨설팅한 제조업체의 상품도 같이 선보이며 일반 관람객이나 언론 등도 방문하는 열린 전시회로 만들어 ‘다이닛폰이치’라고 이름을 붙였다. 

다이닛폰이치(大日本市) 브랜드 로고
'다이닛폰이치' 브랜드로 전시회 참가한 모습 
다양한 공예업체들의 제품을 '다이닛폰이치' 브랜드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이것이 점차 커지고 유명해지자, 도쿄 빅사이트 전시장에서 매년 메세 프랑크푸르트가 개최하는 ‘인테리어 라이프 스타일’ 전시회를 시작으로 여러 행사에 ‘다이닛폰이치’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단체 특별부스 형태로 초대받아 참가하고 있다. 

도쿄 '인테리어 라이프스타일' 전시회 이미지
RENEW X DAINIPPONICH 콜라보레이션

이렇게 브랜드 관으로 참가하게 되면 무엇보다 작은 제조업체가 대형 전시회에 주목을 받으며 참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 만 명이 넘는 관람객과 바이어가 오는 전시회에 작은 제조업체가 단독으로 참가하면 주목을 못 받을 경우가 많지만, 나카가와 마사시치 상점은 작은 공예업체들을 한데 묶어 브랜드 관으로 구성함으로써 작은 기업들도 큰 기업 못지않은 홍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일본 공예를 부흥시키자’는 목적을 실현한 매우 탁월한 방법인 것이다. 

브랜드관으로 참가함으로써 작은 기업들이 대형 전시회에서 주목을 받게 되었다.

 

협회의 전시회 활용방법은 목적과 대의에서 시작된다.      


중소기업의 브랜드 마케팅이 취약한 것은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자체 브랜딩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기업들을 위해 협회나 재단 등 다양한 곳에서 지원하고 있지만, 참가비 등의 비용 지원이 대부분이다. 물론 재정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각각의 산업 특성이나 제품/서비스 특성에 따라 전시회 참가 형태는 달라져야 한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면 기존 전시회가 아니라 새로운 시장으로의 전시 참가가 이루어져야 하고, 농어민들처럼 자체 브랜드가 취약하다면 공동의 브랜드로 개척하는 것도 필요하다. 결국 협회의 존립 목적과, 회원사들의 상황에 따라 전시회를 활용하는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자체 전시회를 개최하건, 공동관으로 전시회에 참가하건 조직의 설립 목적과 기업들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를 먼저 고민해보자. 전시회라는 종합 마케팅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결국 협회가 왜 기업들을 지원해야 하는 지의 ‘대의’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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