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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주 David Lee May 16. 2018

중소기업 CEO가 전시회를 대하는 자세에 대하여

전시회는 계약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요즘 전시장을 돌아다니는 것이 재밌다. 꽃들이 피고 지고,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계절엔 모든 것이 활기차고 기운이 넘치기 마련이다. 비즈니스의 세계라고 이와 다를까. 전시회마다 사람들로 넘쳐나고, 관람객을 맞이하는 참가업체들의 모습 역시 한껏 고무되어 있다. 


그러나, 전시회를 준비하고 참가하는 직원들의 마음도 이와 같을까? 필경 회사의 오너가 아닌 이상 직원이라면 다 비슷한 마음이다. 


할 일도 많은데 전시회까지 나가야 하고, 갔다 와서는 보나 마나 사장님이 '성과가 뭐야? 계약한 것 있어? 놀다 온 거 아니야?'라는 잔소리를 할 것도 뻔하다.

고백하건대, 나 역시도 직원일 때의 마음과 경영을 할 때의 마음이 어찌나 다르던지. 역시 사람은 입장 바꿔 생각해봐야 생각의 균형을 찾는다. 직원일 때야 부스 참가 잘해서 홍보 잘하고 오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회사의 경영을 하는 CEO입장일 때는 부스 신청서 하나 들고 일주일을 고민하다가 겨우 1 부스 신청한 적도 있었다. 전시회 참가는 CEO 입장에서 볼 때 가장 아까운 비용 중의 하나임에 분명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전시회 참가비는 100% 지출 예산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단지 1 부스를 참가하더라도 최소 3-400백만 원의 비용이 수반된다. 해외 전시회일 경우는 최소 그보다 2-3배는 잡아야 한다. 항공료에 숙박, 교통비까지, 거기다 가서 그냥 오나? 전시회 끝나고 그 주변이라도 돌아보고 올라치면 결제하는 순간 1천만 원 이상이 쏙 빠진다. 


전시회는 기업 경영 입장에서 볼 때 100% 지출예산이다. 전시회 참가한다고 당장 무슨 어마어마한 계약이나 투자 성과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물론 출장보고서에는 전시회 참가하여 상담액이 얼마, 계약 예상액이 얼마고 어떠어떠한 사업기회를 찾았다고 기록하지만, 그 출장보고서가 일주일만 지나면 어느 폴더에 있는지도 찾기 어려워지는 게 다반사이다. 


전시회 참가 비용이 아까운 이유


'전시회 무용론', '전시회는 돈만 쓰다가 오는 낭비성 사업'이라고 얘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유독 전시회 참가에 대한 성과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네이버에 배너 광고를 하거나 지하철 광고를 하거나 전시회를 참가하거나 모두 같은 마케팅 활동이다. 네이버나 지하철에 광고했다고 당장 계약하자고 오지도 않거니와, 어째서 전시회를 참가하면 당장 성과가 나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전시회는 대면 마케팅의 가장 극단에 있는 고객 접점 마케팅이기 때문이다. 고객이 내 물건을 만지고, 살피고, 맛보는 모든 행동과 반응을 알 수 있는 가장 역동적인 공간이 바로 전시공간이다. '견물생심'이라고, 그 수많은 바이어와 고객들을 만나 놓고도 물건 하나 팔지 못했다면 CEO로서는 얼마나 속이 상할까? 일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두 번째는, 전시회를 주최하는 측면에서도 책임이 있다. 정부기관이 주최하는 전시회에 참가하면 누구나 마지막 날 똑같은 경험을 한다. 부스 테이블 위에 난데없는 설문지 하나가 놓이고, 거기에는 전시 참가기간 동안 상담액, 계약액을 쓰라는 난이 적혀있다. 마치 계약이 없으면 우리 회사가 뒤쳐져 보이는 것 같고, 왠지 다음 전시회 참가시에 불이익을 받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설문지에 금액을 사실대로 적다가 슬그머니 뒷자리에 0을 두 개 정도 더 붙인다. 그걸 취합하면 주최자는 이 전시회에서 참가기업들이 상담액 몇천만 불, 계약액 몇백만 불을 달성했다고 자랑한다. 


미안하지만, 다 부질없는 숫자놀음에 불과한 것을 참가업체도 알고 주최자도 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시회는 서로 솔직하면 손해 본다고 생각하기에 그 누구도 브레이크를 걸지 않는다. 일면 이러한 관습이 CEO 머릿속에도 남아 전시회를 참가하면 당연히 계약을 달성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무거운 짐은 고스란히 전시회를 준비하는 직원에게 돌아간다. 


전시회는 계약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그러나 전시회는 계약을 달성하는 곳이 아니라, 바이어를 처음 만나는 자리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어느 바이어가 단지 3-4일 부스에서 제품을 보고 몇백만 불 어치를 계약하자고 하겠는가? 전시회 이후 해당 기업의 공장 실사를 할 수도 있고, CEO 미팅을 통해 기업 평판이나 재무상황을 검토할 수도 있다. 또는 다른 경쟁사와의 비교 검토를 통해 발주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전시회는 처음 만나는 바이어에게 어떻게 우리 기업의 이미지와 기술력을 어필할 수 있을지 보여주는 자리인 것이다. 이 지점을 놓치고 나면 전시 마케팅을 위한 사전 기획은 아무것도 없으면서 오로지 전시회 탓만 하는 나쁜 CEO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왜 내 옆에 부스는 'Sold out', '판매 완료' 이런 문구가 붙어 있는 것일까? 그것은 이미 지난 전시회 이후 바이어와의 계약 협상을 통해 '세리모니'만 남겨둔 기업들이 전시회 현장에 나와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전시회는 Show라는 것을, 그래서 전시장에서는 겸손할 필요가 없다. 우리 기업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브랜드 마케팅의 꽃이 바로 전시회 현장이기 때문에 그 쇼 마케팅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목적과 마케팅 계획이 없다면 당연히 그에 대한 성과는 기대할 수 없다. 


우리 회사가 전시회에 나가도 성과가 없다면 직원을 탓하지 말고 지금 네이버나 구글 검색창을 열어 우리 회사 이름을 검색해보라. 전시회에서 어떤 제품을 보여주고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에 대한 기사나 블로그 등 콘텐츠를 찾을 수 없다면, 바이어도 우리를 찾을 수 없다는 말이 된다.


바이어는 사전에 우리회사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고 찾아오기 마련이다. 제대로 된 사전 마케팅 없이 전시회를 참가하지 마라. 계획 있는 곳에 성과 있고, 성과 있는 곳에 계획이 있다.   


결국, CEO가 전시회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직원들은 전시 마케팅을 기꺼이 즐겨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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