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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주 David Lee Aug 23. 2018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은 시대의 전시 마케팅

다채널 시대에 전시회는 왜 필요한가?

소유보다 향유하는 삶을 살길!

5년 전인가, 누군가 나에게 위의 짧은 메시지를 먼 타국에서 전한 사람이 있었다. 오래도록 알고 지낸, 잠시 긴 여행을 떠난 사람에게서 온 반가운 문자였다. '소유보다 향유하는 삶'이라.. 좋은 뜻 같았지만 그때는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깊이 와 닿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 다시 그 문구를 떠올려보면, 그것은 이미 모든 것이 풍족한 시대에 물질을 소유하여 소비하기보다 주어진 것들을 기꺼이 즐기며 살라는 뜻이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소유에서 향유로 - 아무것도 필요 없는 시대의 소비 패턴


역설적이지만 지금 우리는 아무것도 필요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웬만한 제품은 대부분 갖추고 있고, 또 언제든 무언가 필요하면 쉽게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곳을 탐색하여 구입한다. 굳이 자동차를 살 필요도 없고, 언제든 카쉐어링을 통해 차를 공유할 수 있다. 그야말로 제품을 소유하기보다 공유하고 향유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맥락을 팔아라'의 저자 정지원은 현대는 '무엇'을 사느냐보다 '왜', 그리고 '어떻게' 사느냐(Buying)가 더 중요한 시대라고도 하였다.


전시회가 변화해온 순간들


전시회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그 역사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대게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시작된 런던 국제 박람회를 오늘날의 전시회의 시초라고 부르는데, 이때부터 전시회는 사는 사람(Buyer)과 파는 사람(Seller)을 연결해주는 전통적인 판매와 거래의 공간으로 발전해 왔다.

The State Opening of The Great Exhibition, England in 1851


그런데 이렇게 판매 촉진의 공간으로 전시회가 150년 이상 존속해 왔지만, 어느 순간부터 전시회 참가가 꼭 필요한 것이 아님을 기업들은 느끼기 시작했다. TV와 라디오가 발명된 이후 시작된 매스 마케팅은 광고라는 강력한 매체를 활용하여 소비자에게 다가갔다. 그 후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명은, 매스 마케팅의 파급력을 넘어선 '제3의 물결'이란 이름으로 아마존을 위시한 온라인 유통업체의 성장을 통해 수많은 전통적인 유통업체들을 무너뜨렸다. 주지하다시피, 지금은 소위 Industry 4.0이라는 또 한 번의 도약의 순간으로서 사람들의 소비 행태를 '소유'에서 '공유'와 '구독' 등의 형태로 다시 한번 바꾸려는 찰나이다.


판매에서 교류와 협력의 장으로 - 진화하는 전시 마케팅


이렇게 소비와 판매의 형태가 변화하다 보니, 자연히 전시회를 판매와 거래의 기회로 판단하고 참가하던 기업들의 생각 역시 바뀌고 있다. 단순히 판매 촉진의 수단으로 전시회를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기업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파트너들과의 교류와 협력의 장으로서 전시회를 활용하는 것이다.


전시회 참가 목적이 판매가 아니라 교류와 협력으로 바뀌게 되면 자연스레 기업들의 전시회 마케팅 방법 역시 달라지게 된다. 단순히 부스 안에서의 제품 홍보뿐 아니라, 콘퍼런스에서 기업의 비전과 가치를 발표하고, 고객들과의 협력을 위한 별도 행사를 개최하며, 또한 파트너와의 협약 등을 위한 ceremony를 사무실이 아니라 전시회 현장에서 개최한다. 이러한 것들은 다 무엇 때문일까? 판매 목적으로는 전시회가 쓸모없는 수단이지만 협력과 교류를 위한 장으로는 전시회만 한 것이 없음을 의미한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시간과 돈을 들여 행사장소를 빌리고 많은 고객들과 협력사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다면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야 하지만, 전시회 현장은 일 년에 한 번 업계가 모두 모이는 자리이니 만큼 기업의 존재를 알리고, 고객과의 네트워크 장으로 활용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인 것이다.


아웃보딩(Outboarding) - 부스를 벗어나 기업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려라.


이러한 연유로, 전시회를 개최하는 전시 주최자들은 구태의연한 바이어 수출상담회만을 주선할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스스로 전시회라는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들을 열어놓아야 한다. 콘퍼런스 무대를 기업들에게 열어주고, 컨벤션 센터의 공간들을 마케팅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오픈해야 한다. 도시 마케팅을 하는 컨벤션 뷰로들 역시 MICE 참가자의 지출 효과만 따질게 아니라, 기업들이 도시를 마케팅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와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CES를 참가하는 한국 기업들은 전시회 그 자체보다도 라스베가스라는 도시의 아우라를 잊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전시회에 참가하고자 하는 기업들-특히 중소기업이라면 무엇보다 부스를 벗어나야 한다. 부스 크기로는 절대로 삼성이나 LG를 이길 수는 없겠지만 콘퍼런스 무대는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똑같이 한 명만이 무대에 선다. 당당히 기술력으로 경쟁할 수 있는 경기장을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다. 사무실 어두컴컴한 회의실에서 계약을 체결하지 말고, 전시장 곳곳의 화려한 공간에서 파트너와 협약식을 체결하라. 경쟁자와 협력사, 기자, 정부 등 업계가 모두 우리 기업의 건재함을 부러워하고 만나고 싶어 하게 될 것이다.


전시회에 참가하는 것은 결국 판매 때문만이 아니다. '아웃보딩'의 전시 마케팅을 통해 협력과 교류의 장에서 새로운 브랜딩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전시회를 활용해야만 한다.


이것이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은 시대에 전시 마케팅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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