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은 어떻게 탁월한 마이스 도시로 성장하는가?

체류시간을 늘리는 도시 마케팅에 집중하라.

by 이형주 David Lee

유난히도 올해는 업무상 경부고속도로를 자주 올라타게 된다. 출퇴근 시간 서울톨게이트를 빽빽이 통과하는 자동차들 틈에서 지루하게 내 차례를 기다리다 보면, 하릴없이 도로 옆으로 병풍처럼 늘어선 빌딩들을 쳐다본다. 그렇게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그곳은, 지금 와 생각해보니, 우리나라 최고의 지식 서비스 기업들이 모여 있는 성남시였다.


성남은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과 콘텐츠가 집적된 지식기반 서비스업 분야에서 전국 기초 도시 중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사업체수와 종사자수, 그리고 매출액 부분에서 전국 기초도시 중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하며 지역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성남시가 이제는 마이스(MICE) 도시로서 또 다른 성장을 꿈꾸고 있다. 성남은 어떻게 탁월한 마이스 도시로 성장할 수 있을까?


도시가 마이스(MICE)를 끌어안는 2가지 방법


성남이 마이스 도시로 성장하려는 이유는 다른 도시들의 사례를 통해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도시가 마이스를 통해 성장한 모델은 크게 2가지인데, 첫 번째가 라스베이거스 모델이고, 두 번째가 시카고 모델이다.


1) 라스베이거스 - From Leisure capital to MICE leader (레저 도시에서 마이스 리더로)

주지하다시피 라스베이거스는 미국 최고의 마이스 도시이다. 어쩌면 전 세계적으로도 라스베이거스만큼 마이스 도시로 각광받는 곳은 없을 것이다. 이 도시의 마이스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카지노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하나의 유인성 관광 상품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90년대 후반 LVCC(Las Vegas Convention Center)와 MGM, Sands Expo 등의 호텔, 카지노에서도 회의 및 전시시설들이 들어서며 도시 전체가 거대한 마이스 복합단지 형태를 띠게 된다. 도시의 시설들이 서로 경쟁과 협력을 반복하면서 라스베이거스는 한해 수천 개의 국제적인 마이스 행사를 유치하며 도시 경제가 활력을 갖추게 되었다.


2) 시카고 – From Manufacturing base to International MICE capital (산업 기반 도시에서 국제 마이스 도시로)

라스베이거스가 레저 도시로서의 특징을 내세우며 마이스 도시로 성장한 반면, 시카고는 철저하게 제조업 중심의 산업 기반에서 마이스 도시로 성장한 경우이다. 시카고는 1893년 미국 최초로 만국 박람회가 열렸던 도시로서 산업화를 통해 도시가 성장하고, 산업발전과 무역촉진을 위한 전시장(McCormick Place)을 건립함으로써 글로벌 마이스 도시로 성장하게 된다.


성남의 마이스 도시 모델 : 샌프란시스코를 벤치마킹하라.


성남시의 경제 문화적 환경을 이해하고 있는 독자라면 위에서 제시한 2가지 마이스 성장모델 중 성남은 당연히 산업도시에 기반을 둔 시카고 모델이 적합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성남은 지식 서비스 산업 중심의 도시이기 때문에 관광레저형이 아니라 핵심 산업 기반 위에서 마이스 모델을 구축하여야 한다. 그러나 제조업 중심의 시카고 모델은 서비스업 중심의 성남과는 거리가 있을 뿐 아니라 시대적으로도 너무 과거의 모델이기 때문에 시카고를 그대로 벤치마킹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오히려 성남시가 벤치마킹해야 할 도시는 지금의 샌프란시스코이다.


▴ 샌프란시스코 –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IT/미디어 중심 마이스 도시로 성장하다.

샌프란시스코는 실리콘밸리를 품은 글로벌 IT 기업들의 메카이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시대를 리드하는 기업들과 관련 종사자들이 머무르는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도시 중 하나이다. 당연히 이 도시에서는 IT와 미디어, 스타트업 등 기업 컨벤션과 전시회에 대한 수요가 끊이지를 않는데, 이러한 행사들이 주로 열리는 곳이 샌프란시스코의 모스콘 컨벤션 센터(Moscone Convention Center)이다. 애플의 맥월드, 오라클 오픈 월드 등 IT, 미디어, 스타트업 등 행사의 주 베뉴로서 모스콘 컨벤션센터는 전 세계의 관련 개발자, 기업가 등을 샌프란시스코로 빨아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즉 IT와 관련 산업의 창의적 생태계 기반 위에서 국제적인 마이스 도시로 성장한 것이다.

그림1.png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컨벤션센터, 실리콘밸리와 30분 거리에 있어 IT 기업 행사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성남은 판교 테크노밸리를 품은 한국의 샌프란시스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남 역시 IT/게임, 문화콘텐츠, 미디어 기업들이 주를 이루고 있고, 이러한 산업분야의 마이스 행사들이 지속적으로 개최될 것이다. 결국 성남은 이러한 산업 기반의 마이스 도시로 성장해야 하며, 따라서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지식 서비스 산업형 마이스 모델을 벤치마킹한다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마이스 도시를 구축할 수 있다.

그림2.png 성남시의 핵심 마이스 콘텐츠 분야


체류시간을 늘리는 도시 마케팅에 집중하라.


마지막으로, 마이스 도시를 만든다는 것은 도시가 마이스 행사를 많이 개최하고, 많은 사람들을 도시로 불러들이는 것에서 끝나서는 절대로 안 된다. 도시는 마이스를 통해 방문한 사람들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도시 마케팅에 집중해야 한다. 아무리 마이스 참가자들이 1년에 몇 백만 명씩 다녀가도 소비와 지출은 전부 다른 도시에서 한다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고양시는 킨텍스를 통해 연간 1천만 명의 마이스 참가자들이 방문하지만, 정작 킨텍스에 온 사람들은 지출의 대부분을 서울에서 한다. 도시는 마이스 참가자들이 우리 도시에 오랫동안 머무르면서 지출을 해야만 마이스 도시로서의 본질적인 경제 파급효과를 달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성남시는 마이스 도시를 만든다고 단순히 컨벤션센터 하나를 건립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성남시의 지속 가능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확대하여 성남에 온 방문객들이 되도록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요소들을 제공해야 한다. 도시에서의 체류시간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지출은 늘어난다. 체류시간을 늘리는 것은 마이스의 역할이 아니다. 마이스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최전방의 공격수와 같다. 그 사람들이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도시의 구성원들이 노력해야 한다. 콘텐츠는 개발도 중요하지만 콘텐츠 간의 연결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마이스와 성남시의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체류시간이 늘어나면 성남시는 분명 마이스 도시 간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다.


*본 글은 성남산업진흥원에서 발간하는 <성남비즈플라자> 8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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