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역신문 인터뷰 전문 게재
“부스에서만 바이어를 만나란 법은 없다.”
“전시회에서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주최사와 친해지는 것이다.”
이형주 링크팩토리 전시본부장이 전시회에 참가하는 기업들에게 가장 많이 조언하는 두 가지다. 이 본부장은 한국무역협회, KOTRA, 한국전시산업진흥회, SIMTOS, ADEX 전시회 등에서 수백여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전시마케팅 교육을 하고 있다.
- 본인과 회사 소개를 해 달라.
킨텍스 1기로 입사해 10년간 전시장 운영과 전시회 유치, 기획업무를 담당했다. 2013년 퇴사 후 ‘VMC(베뉴 마케팅 컨설팅)’라는 회사를 창업했으며 동시에 홍보대행사인 ‘링크팩토리’의 전시본부장을 역임하고 있다. 홍보대행사지만 최근 전시분야의 사업을 키우고자 해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회사에 합류하게 됐다. 링크팩토리는 전시회 참가기업들이 어떤 제품을 가지고 나오는지 홍보해주고, 그것을 바이어들이 보고 자발적으로 전시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기 위해 전시사업과 홍보사업을 같이 하고 있다. 지난해 디지털헬스케어페어를 처음 유치했다. 2019년에는 점점 더 전시사업을 벌여 나갈 생각이다. 기업들이 전시회 전체 판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 전시 전문가로서 현재 우리나라의 전시산업의 문제점이 있다면.
문제라기보다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 전시회에는 이제 고질적으로 바이어들이 잘 안 온다. 그래서 보통 호텔숙박비, 항공료를 지원해주고 데리고 온다. 다시 얘기하면 주최 측에서 바이어를 사 온다. 바이어들이 왔을 때 전시회뿐만 아니라 기업 인프라나 산업 클러스터 등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면 바이어들이 자기 돈을 내고서라도 충분히 올 수 있는 환경이 될 텐데 그런 부분이 잘 안 되고 있다.
- 그런 면에서 기억에 남는 업체가 있나.
예전 킨텍스에서 근무했을 때 ‘경기국제보트쇼’라는 전시회를 운영했다. 그때 전시회에 참가했던 CK마린이라는 딜러사가 기억에 남는다. 이 업체는 직접 자신들의 바이어를 초청해 부스에서 그 바이어들만을 위한 이벤트를 열었다. 예를 들면, 주최자에게 협조 요청을 해서 쇼 오픈 30분 전에 미리 자신들의 부스에서 브런치 타임을 가졌다. 그와 동시에 집중된 분위기에서 요트에 대한 프로모션이나 세일즈 활동을 했다. 또 바이어들을 전시장이 아니라 실제 요트들이 떠있는 곳에 직접 데리고 가서 배를 태워보고 성능 테스트를 하기도 했다. 즉, 3~4일 동안 전시장 내에서 뿐만 아니라 전시장 밖에서도 기업과 연계해 기획한 프로그램에 따라 계속 바이어들을 데리고 다녔다. 그래서 실제로 그 업체는 전시회 기간 동안 계약을 따냈다. 그 업체의 담당자는 주최사와 접촉도 많이 하더라. 쇼를 잘 활용한 좋은 예다.
- 전시회 주최사와 ‘접촉을 많이 한다’는 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사람들이 트렌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서울에 몰리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전시회도 전시회의 모든 정보는 주최사가 다 가지고 있다. 주최자와 친한 업체들은 그 정보를 미리 얻을 수 있다. 참가 업체가 직접 물어볼 수도 있고, 때로는 주최자가 먼저 소개를 하거나 연락을 주기도 한다. 주최자도 그 많은 참가기업을 모두 외우고 있을 수 없기 때문에 그중 안면이 있거나 요청이 오는 업체들한테 먼저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 어떤 경우에는 부스 자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신청했다가 빠진 업체들이 있을 수 있고, 그렇게 좋은 자리가 생기게 되면 대부분의 주최자는 기억에 남는 업체한테 먼저 연락한다.
- 좋은 전시회를 선택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부스 신청을 하기 전에 미리 그냥 관람객으로 가보는 것이다. 전시회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이 전시회에 참가했을 때 우리 기업에게 도움이 될지, 안 될지 감을 잡을 수 있다. 두 번째로는 같은 업계에 있는 동료 기업, 전년도 참가기업에게 전시회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다. 이 경우 참가업체 입장에서의 솔직한 평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으로는 수학적으로 계산하는 방법이 있다. 전체 전시회 개최 면적의 60% 정도가 실제 부스 면적이라면 그 전시회는 좋은 전시회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최자가 개최면적이 1만㎡라고 발표를 했을 때, 60%인 6000㎡가 실제 부스가 앉은 면적이라면 그 전시회는 좋은 전시회다. 한 부스는 보통 9㎡인데, 6000㎡를 9㎡로 나누면 500~600 부스 정도가 나온다. 이 전시회는 기업들의 부스가 아주 빽빽하게 자리 잡은 전시회다. 굉장히 많은 제품이나 기술이 나오기 때문에 바이어도 당연히 올 수밖에 없고, 그래서 경쟁도 치열하다. 이러한 수치는 전년도 결과보고서를 참고하면 된다.
- 참가기업들은 전시회 참가 목적을 어디에 두는 것이 좋을까.
네 가지 정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스타트업, 창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기업들은 인지도를 높이는 것을 제일 우선으로 두고 전시회에 참가해야 한다. 이럴 경우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부스가 위치하는 것이 유리하다. 두 번째로는 이 전시회에서 계약이나 협약 등을 맺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참가하는 것이다. 이런 업체는 관련된 문서를 꼭 지참하고 참가해야 하며, 부스에는 상담할 수 있는 테이블과 자리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세 번째로는 지금 당장 계약을 목표로 참가한 것은 아니지만, 잠재고객을 발굴하러 가는 경우다. 이럴 때는 부스 내에 신제품을 시연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 네 번째는 현재 우리의 기존 고객을 관리하기 위해 나가는 경우가 있다. 주로 시장 1등 기업이 이런 목적을 가지고 참가한다. 이런 경우에는 네트워킹에 중점을 둬 기존 관계를 더욱 탄탄하게 하기 위한 마케팅이 필요하다.
- 전시회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려면 바이어를 어떻게 응대해야 좋은가.
꼭 바이어를 부스에서 만날 필요는 없다. 정말 중요한 바이어의 경우, 부스에서만 만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전시회가 열리는 도시의 다른 곳에서 프라이빗한 미팅을 가지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전시장은 시끄럽고 사람이 많아 진지한 상담이 어려우며 해외의 높은 위치에 있는 바이어일수록 프라이빗한 미팅을 중요시 여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전시장 내에서도 부스에서 시연하는 것이 중요할지, 아니면 전시장의 다른 층에 있는 회의실에서 스피치를 하거나 콘퍼런스를 여는 것이 좋을지를 생각해 우리 기업의 목적에 맞는 바이어 응대 방법이 필요하다.
- 전시회에 다녀온 후에 해야 할 일들이 있다면.
일단 현장에서 바이어를 A급·B급·C급으로 구분해 두는 것이 좋다. A급 바이어는 ‘당장 계약하겠다, 샘플을 달라’는 바이어로 규정한다. 이런 바이어들의 경우 거래 직전에 와있는 바이어이므로 전시회에서 돌아오자마자 사장에게 보고를 해야 한다. 그 후에는 그 회사의 CEO 혹은 임원진이 직접 컨택하는 것이 좋다. B급 바이어는 ‘끝나고 회사에 가보고 싶다, 사장을 만나고 싶다’는 바이어들로 정해놓으면 좋다. 이 사람들은 당장 계약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추후에 믿음이 가면 계약을 하겠단 것이기 때문에 본부장, 이사 등 사장 밑에 있는 직급의 관리자에게 넘겨주어야 한다. 공장 투어라든가 비즈니스 미팅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될 수 있으면 전시회에서 돌아오자마자 미팅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C급 바이어는 계약을 하자는 건 아니지만 관계를 유지하면 앞으로 비즈니스 연결 기회가 많을 것으로 판단되는 바이어이다. 이 경우 전시회에 다녀와서 전시 담당자가 땡큐 레터를 보낸다든가, 현장에서 해당 바이어와 미팅한 사진을 메일로 보내며 앞으로 좋은 관계를 구축해 나가자는 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 전시회 참가 여부를 두고 고민하는 기업들도 있다.
전시회에 꼭 나갈 필요는 없다. 전시회 참가는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뺏기는 일이다. 전시회가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판단이 들지 않는 경우에는 온라인으로 광고를 한 번 더 하는 경우가 나을 수도 있다. 그리고 꼭 바이어가 참관객일 필요도 없다. 참가업체끼리의 MOU라든가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거래하고 싶었던 업체가 어떤 전시회에 참가한다면 그 전시회에는 참가하는 것이 현명하다. 실질적인 혜택이 있다면 전시회에 참가하고, 혜택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될 경우에는 안 나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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