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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주 David Lee Apr 22. 2019

왜 현대차는 서울 모터쇼에 반쪽짜리 부스를 차렸을까?

전시회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게 더 필요한 이유

현대자동차의 전시 마케팅에 대한 단상


서울 모터쇼를 4년 만에 다시 방문했다. 4년 전에는 모터쇼를 운영하는 대행사의 대표로서 잔뜩 긴장한 채였지만, 올해는 순수한 관람객의 입장으로 나름 여유롭고도 느릿느릿하게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아우디, 폭스바겐, 볼보가 불참한 것은 아쉬웠지만 나름 내부 사정이 있겠거니 하면서 이해했다. 그런데 현대자동차의 부스를 보면서는 의아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그랜저, 팰리세이드, 싼타페 같은 주력 모델은 없고 신형 소나타와 N 브랜드, 넥쏘같은 차세대 모델로만 부스를 꾸며놓았다. 아무리 미래 지향적 콘셉트라고 하더라도 가장 구매력이 큰 소비자 집단을 위한 브랜드가 없다니? 누가 보더라도 예전에 비해서 반쪽짜리 부스라 부를 정도였다. 


그런데 나 말고 다른 관람객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나 보다. 나중에 지인을 통해서 들어보니, 관람객들이 현대차 직원에게 물어본 결과 다른 차종을 보고 싶으면 킨텍스 바로 옆에 고양 현대 모터 스튜디오가 있으니 거기로 가라고 했다 한다. 현대 모터 스튜디오는 자동차에 대해 단순 전시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의 스토리를 보고 듣고 느끼는 브랜드 체험공간이다. 킨텍스 바로 옆에 이런 브랜드 체험 공간이 있는데, 굳이 열흘짜리 모터쇼에 수십억의 비용을 들여 전시부스를 따로 꾸밀 필요가 없는 것이다. 

현대 모터 스튜디오 - 브랜드의 스토리를 상설 전시 체험 공간을 통해 이야기하다. 

브랜드의 상설 복합공간 - 브랜드의 스토리를 체험하다. 


모두가 제품을 온라인으로 사는 시대에, 기업은 왜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가에 대한 대답은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브랜드 복합공간을 통해 알 수 있다. 요즘 핫하다는 앱 '주모'를 열면 브랜드 복합공간을 모아 핫플레이스로 소개한다. 브랜드는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공간에 녹아들어 브랜드를 보고, 듣고, 느끼게 한다. 프라이탁은 30년 된 목욕탕을 개조해 만든 편집숍에서 독특한 전시와 체험거리를 제공한다. 블랙야크는 친환경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3층 루프탑을 아웃도어 캠핑존으로 꾸며 차와 책, 전시로 지적 힐링을 제공한다. 

'주모' 앱의 추천 브랜드 복합공간 - 기업은 제품을 사지말고 체험하라 한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게 전시회가 더 필요한 이유 


이렇게 복합 브랜드 공간이 각광받고 있기는 하지만, 실상 이런 브랜드 체험공간은 대기업이나 자금 사정이 넉넉한 기업들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대기업들은 자기만의 공간을 연중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자금과 역량이 되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다. 하루하루 매출과 영업실적에 압박을 느끼는 중소기업들에게는 이런 상설 공간이 꿈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역설적이지만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로서 전시회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들에게 더 중요하다. 


모두가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시대에, 전시회의 역할은 이제 판매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경험케 하는 오프라인 마케팅의 장으로 변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이런 전시회를 브랜드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경험 마케팅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 단순히 판매를 위한 공간은 이제 필요치 않다. 사람들이 공간을 방문하는 이유는 상설 전시장이나 3-4일짜리 전시회나 모두 똑같다. 브랜드를 보고, 느끼기 위한 것이지 단순히 싸게 사고 싶어서 오는 시대는 이미 저물고 있다. 전시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싶다면 부스를 벗어나 전시회 전체 플랫폼을 통해 브랜드를 느끼게 해야 한다. 적은 비용을 들여 오프라인에서 브랜드의 스토리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전시회인 것이다. 


경험 마케팅으로 초 연결 시대의 승자가 돼라. 


필립 코틀러는 '마켓 4.0'에서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지금을 <초() 연결 시대>라 했고, 바이난트 용건은 '온라인 쇼핑의 종말'에서 <온라이프 시대>라고 칭했다. 말은 달라도 모두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통합되고 연결된 사회를 예측하고 있다. 우리는 시시각각 일어나는 이런 조짐들을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이미 이런 조짐은 현실이 되었고, 규모가 작던 크던 기업과 사람들은 이런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나는 현대자동차의 반쪽짜리 부스를 보면서 이제 기업들이 점점 전시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고 있다는 조짐을 보았다. 중소기업들이 전시회를 단순히 판매의 공간으로 생각한다면 대기업과의 브랜드 마케팅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그래서 브랜드를 체험케 하는 장으로서 전시회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게 더욱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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