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는 어떻게 복합리조트의 핵심 베뉴가 되었을까?

Concerts Sell Experience

by 이형주 David Lee
이렇게 위대한 작품(베로나 극장)을 오래도록 보존해 온 점에 있어서 베로나 사람들은 찬양받아 마땅하다.
-괴테, <이탈리아 기행> 중에서-

아레나(극장)란 무엇인가?


1786년 괴테가 독일을 벗어나 이탈리아를 여행한 지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본 고대 유적이 베로나의 원형극장이었다. 괴테는 왜 고대의 극장들이 원형의 분화구 모습을 띠게 되었는지 궁금해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말했다.

"평지에서 무언가 신기한 일이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면 뒤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앞사람보다 높은 위치에 서려고 애쓴다. 그러다 보면 금세 하나의 분화구 같은 모양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건축가가 인공적으로 극장을 만들 때 분화구 같은 것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되도록 단순히 장식해서 극장을 가득 메운 민중 자신이 그 장식이 되게 한다. 극장을 가득 메운 군중이 자신들의 모습을 보았을 때 경탄하게 되는 것이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물에 즐거워하듯, 뜻하지 않은 책에서 사물의 본질을 발견하게 되는 것 역시 일상의 즐거움 중 하나이다. 괴테가 쓴 '이탈리아 기행'에서는 왜 지금의 공연장(아레나)들이 원형의 모습을 띠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대중들은 극장 문화에 즐거워하는지를 명쾌하게 해석했다. 그리고 그 형태는 오늘날의 공연장에까지 고스란히 이어져 수많은 사람들을 열광케 하는 몰입감을 선사하고 있다.

베로나 아레나 (Verona Arena, Italy)


복합리조트의 핵심, 아레나


최근 관광이나 마이스 산업 성장의 필수적인 시설로 복합 리조트를 꼽는다. 말 그대로 복합적인 시설들이 하나의 단지 안에 모여있다는 것인데, 여러 시설 중에서도 아레나를 핵심 베뉴로 언급한다. 왜 아레나가 복합리조트의 중요한 요소일까?

아레나, 즉 공연장은 말 그대로 다양한 형태의 공연이 펼쳐지는 공간이다. 클래식 연주회나 오페라, 대중가수들의 콘서트까지 다양한 형태의 공연, 그중에서도 음악 공연이 주로 열리는 공간이 아레나이다. 그래서 본질적으로는 음악공연이 복합리조트의 운영에 왜 중요한 부분인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음악산업의 변화 : 스트리밍이 모든 걸 바꿔놓았다.


디지털은 우리 삶을 여러 측면에서 바꾸어 놓았다. 음악을 듣는 형태 역시도 마찬가지다. 이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과거처럼 CD를 산다거나 다운로드하는 소유의 형태가 아니라,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수돗물을 틀거나 전기 스위치를 켜는 것처럼 너무나도 흔한 일상의 구독 상품으로 바꾸어 놓았다. 뿐만 아니라, 음악 구독자의 취향을 분석하여 개인별로 음악을 큐레이션하고 추천해주는 단계까지 도달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제 가수들이 음원을 내놓는다 해도 음원 판매로 큰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 음악산업을 경제학 관점에서 분석한 'Rockonomics'의 저자 앨런 크루거는 뮤지션의 수입원은 80% 이상이 라이브 투어에서 나온다고 분석했다. 음원 판매나 라이선스 판매 수입은 20% 미만으로 이는 전 세계 뮤지션들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가수들이 음원을 내고 방송활동을 하는 것은 결국 라이브 공연의 티켓 판매율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현재 뮤지션들의 수입은 80% 이상이 라이브 투어를 통해 발생한다.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아레나를 소유하다.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에서는 Live Nation, AEG와 같은 글로벌 공연 기획사들이 스포츠 경기장을 공연장으로 바꾸거나, 아예 공연장을 지어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포츠 경기를 여는 것보다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이 베뉴 운영자 입장에서 배 이상의 수입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앨런 크루거의 말을 빌리자면 스포츠 경기나 콘서트 모두 일상을 벗어나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비슷하지만, 스포츠 경기가 '관람'하는 것인데 반해, 콘서트는 뮤지션과 서로 '교감하고 소통'한다는 차이가 클 것이다. BTS의 월드 투어를 보라. 팬들은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가수와 하나가 되어 그들의 삶과 음악을 같이 공감하고 교류한다. 즉 가수들의 공연수익 의존도와 팬들의 참여문화가 공연시장을 지속적으로 키우고 있는 것이다.

AEG와 LIVE NATION은 전세계 컨벤션센터 및 공연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아레나가 복합 리조트의 핵심인 이유


최근 국내에도 복합리조트의 붐이 한창 일어나고 컨벤션센터와 카지노, 호텔 등이 필수적인 시설로 손꼽히지만, 실제 복합리조트의 존재감은 아레나의 존재 유무에 좌우될 것이다. 현대 관광의 핵심은 그 나라의 대중문화를 보여주고 체험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있는지 없는지에 달려있다. 유튜브와 SNS로 시대의 대중문화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가면 대중들은 실제 존재하는 그 문화 주체를 보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제는 나 혼자 즐기는 것이 아니라 공감하는 사람들과 한 장소에 모여 같이 교감할 때 비로소 대중들은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인한다. 괴테가 이탈리아 여행기에서 말했듯이 말이다.


Concerts Sell Experience


그래서 한국의 복합리조트들은 한국 대중문화의 핵심인 K-POP, 또는 한류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베뉴를 품고 있어야 한다. 어차피 국내가 아니라 아시아의 마이스 참가자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기 위한 목적이라면 무엇보다도 아레나가 복합리조트의 앵커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하여 복합리조트와 그 도시는 마이스 참가자들과 한류를 즐기러 온 관광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하여 오래 머무르며 즐기고 소비할 수 있는 준비를 하면 된다.


왜 경험이 중요한가? 경험은 행동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어떤 행동? 다시 우리 도시와 문화를 즐기러 이곳에 오게끔 만드는 재방문의 행동 말이다. 결국 의도된 공간은 의도된 행동을 유발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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