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 혁신에 실패하는 8가지 이유

왜 변화하려는 시도는 늘 좌절되는가?

by 이형주 David Lee

조직에서 일을 하다 보면 으레 현재 시장 상황에 대한 불안이나 내부 조직문화에 대한 불만으로 '이래서는 안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작은 기업은 작은 기업대로 불만이 쌓이고 그러다 보면 처음에는 저항도 생기지만 나중에 가서는 자기도 모르게 관성에 젖어 변화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지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의식 있는 조직은 어떻게든 변화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다. 변화의 시도는 의욕적으로 출발하며 조직의 구성원들이 무언가 새로운 의견을 내놓기도 하지만 종국에 가서 그 변화는 한낱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였거나, 성공하더라도 3년 임기의 CEO가 바뀌기라도 하면 그저 과거의 성과로 사라지게 된다. 그것이 기업이건, 협단체이건, 또는 지자체나 국가이건 말이다.


그래서 조직의 혁신이 용두사미로 끝나거나 실패하지 않기 위해 컨설팅을 받기도 하고 워크숍을 가서 밤새 토론을 하기도 하지만 변화가 지속되기는 정말로 어렵다. 하지만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나는 필요는 발견의 어머니라고 바꿔 부르고 싶다. 왜냐하면 조직의 위기를 절감하는 와중에 이 혁신의 속성과 실패하는 요인을 그 누구보다 잘 정리해 놓은 글을 정말로 우연히 '발견'했기 때문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가 2007년에 발간한 'Leading Change'란 기고가 바로 그것이다. HBR은 이 글을 2007년 HBR의 Best로 꼽았다. 발표된 지 10년도 넘었지만 그 어떤 글보다 명확하게 변화의 속성을 잘 정리해 놓았기에 요약해 본다.


혁신이 실패하는 8가지 이유


1. 조직 내에 위기라는 생각이 없다.

대게 변화의 시작은 조직 내 몇몇 사람들의 움직임에 의해서 시작된다. 무언가 조직의 외부적이거나 내부적인 환경에 변화가 오고, 그것이 생존에 위협을 던지는 신호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먼저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 변화의 시작은 이렇게 몇몇 소수에 의해서 일어나고, 그것이 C-레벨의 임원일 경우는 CEO의 승인하에 조직 변화를 시도한다. 그러나 조직 전반에 걸친 위기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되는 변화는 대게 공감을 얻기 어렵고, '왜 변화를 해야 하지?' 또는 '지금 뭐가 문제라는 거지?라는 의구심만 들게 할 뿐이다. 경험적으로 조직원의 75% 이상이 변화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혁신의 시작을 알릴 수 있다.


2. 혁신을 주도하는 연합 집단이 없다.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기 위한 연합 집단이 없을 경우 혁신은 실패한다. 작은 기업의 경우는 2-3명의 집단이 필요하지만 대기업의 경우는 20명에서 50명까지 필요하다. 이 연합체는 학습역량과 내부 프로세스, 고객과 재무적 요소 등 전략을 구성하는 다양한 방면에서 혁신의 정책을 파악할 수 있다. 혁신을 위한 강력한 집단이 없다면, 초반에는 내부에서 조용히 바라보다가 구체적 변화의 조짐이 보일 때 저항하는 세력들이 나타나게 되며, 이 저항세력들이 결국에 혁신의 과정을 중단시키게 된다.


3. 혁신을 왜 이루려고 하는지에 대한 비전이 없다.

비전은 구호가 아니다. 비전은 조직이 움직여야 할 방향을 지시하는 깃발과도 같다. 깃발이 없는 무리가 우왕좌왕하는 것처럼, 조직도 명확한 방향이 없다면 혁신의 이유와 지향점이 사라지게 된다. 비전을 설계할 때는 이루고 싶은 목표가 많은 만큼 다양한 방향을 제시하지만, 궁극적으로 최종 비전은 하나의 아이디어와 문장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혁신을 이루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설명할 수 없다면 아직은 변화의 과정이 미완성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4. 새로운 비전에 대한 이해와 설명이 없다.

비전이 설정되었다면 이 비전에 담긴 뜻과 내용을 충분히 조직원들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CEO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직원들에게 전달하고 홈페이지나 언론, SNS, 영상 메시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GE의 전설적 CEO였던 잭 웰치는 "직원들에게 10번 이상 이야기하지 않으면 한 번도 말하지 않은 것과 같다."라고 했다. 조직원들의 사고와 행동에 새로운 비전이 스며들 수 있도록 기회가 생길 때마다 강조해야 한다.


5. 혁신에 반대하는 세력을 제거하지 못한다.

어느 조직이건 변화를 싫어하고 변화를 저항하는 집단이 있기 마련이다. 변화를 싫어하는 것으로 끝나면 좋겠지만 한발 더 나아가 혁신이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방해를 하기까지 한다. CEO를 비롯한 임원진은 낯설지만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하여 검토하고 실행할 수 있는 용기를 불러일으켜 방해 세력이 힘을 쓰지 못하도록 차단시켜줘야 한다.


6. 혁신을 증명하는 단기 성과물이 없다.

대게 혁신의 방향이 설정되어 발표가 되더라도 이것을 증명하는 성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조직은 쉽게 단념하거나, 오히려 반대 세력의 비판에 좌절하게 된다. 최소한 1-2년 내에는 이 혁신의 결과로 탄생한 제품이나 기술, 서비스 등을 보여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때 조직은 혁신의 결과를 수동적으로 기다릴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작은 형태이더라도 직접 개발하거나 디자인한 결과물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결과물은 비단 혁신을 증명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끊임없이 혁신을 수정하고 검토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7. 너무 일찍 성공을 자축한다.

몇 달 또는 몇 년간의 노력 끝에 혁신의 결과물까지 완성하면 대게 조직은 혁신을 완성했다고 대내외에 알리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러나 최소 3년 이상 조직에 혁신이 내재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일찍 승리를 자축하면 쉽게 그 결과는 쉽게 부서지고 만다. 더구나 아이러니하게도 혁신을 반대하는 세력들도 이렇게 승리를 빨리 축하하려는 분위기를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진심에서 나온 목소리가 아니라 오히려 빨리 승리를 축하하여 혁신의 과정을 종료시키고 싶은 마음일 경우가 더 크다. 급하게 혁신의 과정을 마무리하면, 반대 세력들은 다시 원래의 혁신 이전 상태로 모든 것을 되돌리려 할 수도 있다.


8. 조직의 문화로 정착시키지 못한다.

혁신이 조직에 흡수되지 못하면 한순간의 이벤트성 행사로 끝나게 될 것이다. 대게 혁신의 성과는 CEO의 임기 종료와 함께 끝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데, 후임 CEO는 지난 CEO의 성과를 돋보이게 하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혁신이 내재화되려면, 혁신의 과정과 결과를 조직의 규정이나 규범, 문화로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의 8가지 실패 이유 앞에 다양한 주어를 대입하면 훨씬 실감 나게 혁신의 필요성과 대상을 파악할 수 있다. '우리 회사가', '우리 학교가', 또는 '우리나라가' 등 다양한 주체를 주어 자리에 대입해 보라. 만약 가장 어울리는 주어가 나온다면, 그것이 변화가 제일 먼저 필요한 대상일 것이다.


* 원문 : Leading Change: Why Transformation Efforts Fail, by John P. Kotter, Harvard Business Review, January 2007
매거진의 이전글춤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