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 스포츠, 공연 산업에 부는 변화의 바람들
코로나로 위기를 맞은 산업이 어디 한두 가지일까 마는,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분야는 아마도 마이스와 스포츠, 공연 산업일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사람들이 모여야만 가능하다는 것인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 세계가 만나기 힘들어진 상황에서 이들 만남을 목적으로 하는 비즈니스는 더욱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로 인해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뜻하지 않은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는 마이스와 스포츠, 공연 산업에 대해 살펴보자.
만남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 중에 가장 큰 분야는 마이스 산업이다. 마이스는 컨벤션과 포상관광, 전시회 등을 합친 분야인 만큼 스포츠나 공연산업보다도 훨씬 규모가 크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호에서 마이스와 이벤트, 스포츠 기업들(Crowd-event firms)의 시가총액을 추정했는데, 가장 비중이 큰 분야가 마이스 산업이었다.
마이스 분야가 가장 볼륨이 크기도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가장 피해를 본 분야도 역시 마이스 산업이다. 독일 하노버 전시장을 운영하는 도이치 메세는 올해 예상 매출을 3억 3천만 유로(4,360억 원)로 추정했으나 실제 매출은 1억 유로(1,320억 원)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유럽이나 미국보다 코로나 피해가 덜한 중국 시장 매출 덕분이었다. 도이치 메세뿐 아니라 CES, MWC, IFA 등 세계적으로 많은 전시회들이 오프라인 개최가 취소되거나 규모가 줄면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가상 전시회 등 온라인과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과 시공간을 초월한 무역 플랫폼이란 장점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만의 브랜드 경험을 창출하지는 못하고 있다. 가상공간이 오프라인만큼의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지금처럼 3D나 VR의 화려한 기술 위주 플랫폼은 10여 년 전의 사이버 전시회처럼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
이는 세계 2위의 전시 기업인 Reed Exhibition이나 Informa의 주가 흐름을 보더라도 알 수 있는데, Reed Exhibition의 소유주인 RELX는 2020년 1/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0%나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1월 이후 8% 하락하는 것에 그쳤다. 세계 1위 전시기업인 Informa 역시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이 최종 승인을 통과했다는 보도가 나오자마자 주가가 3배나 급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2021년의 전시회 시장은 예측하기 힘들지만 2022년에는 2019년의 70%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직접 만져보고 체험하는 비즈니스는 온라인이 대체하기 힘들 것이라는 것이 전 세계적인 경제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비즈니스의 마지막은 결국 사람 간의 따뜻한 악수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마이스 산업이 오프라인만의 비즈니스 경쟁력으로 코로나 이후를 대비하고 있는 것에 반해 스포츠 산업은 관중 감소와 매출 하락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스포츠 경기들이 무관중의 지루함을 탈피하고자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았지만 잠시의 흥밋거리만 제공했을 뿐 궁극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축구 구단인 FC 서울은 지난 5월 코로나로 인해 텅 빈 관중석을 채우려고 마네킹까지 동원했으나 여성 신체를 본뜬 성인돌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끝내 사과문까지 게재하는 촌극을 빚었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WWF 레슬링 경기에서는 수많은 레슬링 팬들이 온라인으로 접속한 화면을 백월로 세워 가상의 관중을 초대했지만 역시나 현장에서의 박진감 넘치는 분위기는 만들지 못했다.
이렇게 다양한 스포츠 구단 및 협회들이 무관중 게임의 문제를 극복하려고 온라인 기술을 접목하고 있지만 스포츠 산업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장의 객석 티켓 판매와 부수적인 식음판매 매출이 급감하면서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욕 메츠는 작년보다 약 2억 5천만 달러(2,715억 원)의 매출이 줄어들었고, 한국의 스포츠 구단들 역시 디지털 콘텐츠 제작과 유료화에 대한 투자가 전무해 무관중 시대의 구단 운영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무관중으로 현장의 에너지 넘치는 광경이 사라지다 보니, TV를 통해 스포츠 경기를 보는 시청자 역시 흥미를 잃고 이탈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의 전 과정을 시청하기보다는 유튜브나 포털사이트에서 하이라이트 위주로 찾아보고, 이는 결국 스포츠 구단이나 협회가 TV 방송국과의 중계권 협상 및 광고주 유치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 광고주 유치는 TV 중계권 협상의 핵심인데, 이런 악순환의 구조는 결국 방송국의 경영에도 위기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디즈니가 인수한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은 코로나로 인한 매출 급감으로 올해 500명을 해고하기도 했다. 온라인 미디어의 강세와 주 타깃인 밀레니얼 세대의 시청 패턴이 바뀜에 따라 스포츠 구단 및 미디어들이 코로나 이후에도 지속될 이런 트렌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마이스 산업이 여전히 오프라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스포츠 산업은 반대로 디지털 트렌드의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점에서, 공연 산업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접점을 찾아가는 듯하다. 로코노믹스(Rockonomics)의 저자 앨런 B. 크루거는 스트리밍 시장이 커질수록 가수나 연주자들의 수입은 대부분 월드투어 등의 현장 공연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했다. 스트리밍을 통한 매출이 작곡가나 음원 플랫폼 회사로 대부분 돌아가다 보니 가수나 연주자는 결국 라이브 공연을 통해 수입을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공연이 대부분 취소되는 상황에서 가수들이나 공연기획사들은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폴 매카트니와 콜드플레이, 레이디 가가 등 세계 최고의 공연을 기획하는 라이브 네이션(Live Nation)은 올해 3분기 매출이 작년 대비 95%나 폭락했다.
이렇듯 공연 산업 역시 오프라인이 불황인 가운데, 온라인 콘서트가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비욘드 라이브'란 온라인 콘서트로 월드투어 3-4번은 해야 얻을 수 있는 매출을 온라인을 통해 얻었고, 빅히트는 BTS의 온라인 콘서트 '방방콘'으로 티켓 매출만 200억 원을 달성했다. 약 191개국의 100만 명 이상이 접속한 것으로 회당 티켓 가격은 오프라인보다 싸지만 무제한의 접속이 가능한 온라인으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한 것이다. 미국 힙합가수인 Travis Scott은 포트나이트 게임 가상공간에서 VR로 공연하여 2천8백만 명의 아바타가 함께 공연을 즐기는 그림도 만들어 냈다. 이제 공연산업에서의 월드투어는 현실과 가상공간을 넘나들며 팬들을 흡수하는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
마이스와 스포츠, 공연 산업은 각각의 비즈니스지만 본질적으로는 같은 영역에 있다. 만나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산업이다. 이제는 그 만남이 굳이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를 따질 필요가 없는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어디서 만나느냐가 아니라 왜 만나야 하는지가 될 것이다. 온라인이 모든 것을 대체하는 시대에 오프라인의 마이스는 굳이 그곳에 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5G의 속도로 가상공간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는 세상 속에 스포츠와 공연은 깊이 있는 몰입감과 에너지를 주지 못하면 소멸할 수밖에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그 만남이 본질적인 브랜드 체험의 경험과 새로운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느냐가 될 것이다.
이제 다른 차원의 만남을 준비하자. 지금 이 순간 이 시대를 정의하기 어렵지만, 2030년에 되돌아볼 2020년의 끝자락은 혼돈의 시기를 거쳐 새로운 10년의 방향이 대두되는 시점으로 반추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