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위한 전시 마케팅 노하우
한국의 CEO들 중 국제 전시회에서 처음 기조연설을 한 사람은 2002 CES 쇼 개막 무대에 올랐던 당시 삼성전자 진대제 사장이었다. 그는 한국인뿐 아니라 아시아인중에서도 최초로 개막 기조연설(Keynote speech)을 하게 되어, 당시 언론에서도 큰 뉴스로 다루었던 기억이 있다.
지인 중 한 명이 당시 삼성전자 해외전시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그간의 준비과정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당시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아이팟을 들고 나와 마치 연극배우처럼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이 국내에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래서 삼성이 글로벌 기업답게 '우리도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준비하였지만, 뒤에서는 제일기획과 삼성전자의 직원들이 며칠 밤을 새워가며 영어 PT자료와 무대 연설 준비를 했었다는 야화(?)가 전해졌다고 한다.
전시회를 참가하는 기업들은 무대에서의 PT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특히 기조연설(Keynote Speech) 기회가 있다면 무조건 CEO를 세워야 한다. 'Tradeshow & Event Marekting'의 저자 Stevens는 기조연설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If you think your company executive has a chance at a speaking level higher than a mere session, by all means pursue it. It requires some effort, the payoff can be substantial : 회사의 경영진에게 중요한 연설기회가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아야 한다. 노력한 만큼 성과가 있을 것이다."
국제 전시회에서 기조연설을 한다는 것은, 발표자뿐 아니라 회사의 브랜딩이나 마케팅 차원에서도 큰 효과를 발휘한다. 업계의 주요 VIP와 정계, 언론계 인사들이 참석하여 미래의 새로운 트렌드를 파악하는 자리에서 비전과 가치를 전달하는 기조연설은 다른 어떤 수단보다도 강력한 기업 마케팅의 채널이다.
참가업체의 전시마케팅 방법 중 하나로, 기조연설과 바이어의 설득을 위한 프레젠테이션 노하우를 소개한다. 인터넷이나 서점에 가면 프레젠테이션 방법을 다룬 내용과 책들이 많이 있다. 대부분 무대에 서는 방법, 파워포인트나 키노트를 활용한 PT자료 작성법 등 상세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기업들의 CEO나 직원들의 프레젠테이션은 솔직히 말해 프레젠테이션이라기보다, 준비한 자료를 읽어 내려가는 '낭독'이나 학예회의 발표 수준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제회의 무대나 바이어와의 영업을 위한 프레젠테이션 자리에서 하는 PT는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프레젠테이션이어야 한다. 치열한 비즈니스의 현장에서 한가하게 자기 넋두리나 하고 노트북 화면을 그저 읽어 내려가는 발표자를 볼 때마다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여기서는 6가지의 방법으로 요약하여 오직 기조연설과 바이어 설득을 위한 프레젠테이션 방법을 소개한다.
(1) 듣는 사람이 누구인가?
(2) 기승전결식 스토리텔링
(3) 발표자는 화면 앞에 서라
(4) 현장을 파악하라
(5) 연습하고 연습하라
(6) SINGER - SONGWRITER: 발표자가 직접 자료를 만들어라.
회사에서 발표를 하건 대학 강단에서 강의를 하건, 발표자는 PT 자료를 준비하기 전에 제일 먼저 내 발표를 들으러 오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파악해야 한다. 기업의 초청을 받은 서비스 강사라면 내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사원급인지, 부장급인지, 아니면 임원급인지, 또는 여성이 많은지 남성이 많은지 등 최소한의 인구통계학적 조사라도 해야 한다. 교수라면 학생들의 수준을, 그리고 컨벤션 무대라면 이 세션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비즈니스나 직급 정도는 알고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특히 기조연설 무대와 특정한 주제를 갖고 열리는 세미나(콘퍼런스/세션)등은 이야기의 범위 역시 달라져야 한다. 다시 말해 청중의 수준에 따라 발표에 사용하는 단어나 문장, 뉘앙스 등이 달라져야 한다.
기조연설(Keynote Speech)의 주제 범위
- 기조연설은 그 주제(토픽)의 범위가 산업 전반에 걸친 넓은 영역을 커버해야 한다. 예를 들면 급변하는 트렌드의 변화, 미래 흐름, 산업 현황 등을 다루면 좋다.
- 특정 주제로 열리는 세미나를 위한 발제자나 기조연설자는 그 주제와 관련된 정확한 테마를 가지고 세미나의 시작을 알리는 GATE opener의 역할을 해야 한다.
- (ex) : VR 산업의 현재 트렌드, VR 산업의 미래 전망, VR산업의 현재 업계 수준 등
콘퍼런스 세션의 주제 범위
- 특정 주제의 발표자로 나선 연사는 기조연설보다는 훨씬 세밀하고 구체적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해야 한다.
- 어떤 세미나를 가도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연설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미 그 세미나에 참가한 사람들은 현황과 전망 정도는 다 알고 온다는 것을 잊지 마라. 명확한 주제와 토픽으로 콘퍼런스 참가자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 (ex) : VR 기술을 활용한 부동산 플랫폼 서비스, VR을 이용한 게임 콘텐츠 개발 전략, 페이스북에서의 VR 활용방법 등
어떤 프레젠테이션이건 발표자가 하는 이야기는 개연성을 가져야 한다. 처음부터 목적한 바를 전달하기 위해 제품 스펙이나 개발 기술에 대한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은 전혀 청중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 우리가 어떤 드라마나 영화, 또는 소설을 읽을 때를 생각해 보라. 처음부터 폭탄이 터지는 SF는 없다. 처음부터 남녀 주인공이 울고불고 달려드는 영화나 소설은 없다. 어떠 이야기건 처음의 만남, 비극의 시작, 우주 괴물의 탄생 등 '기-승-전-결'의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스토리를 전개한다.
무대에서의 발표자도 마찬가지다. 왜 이 제품을 만들게 되었고, 어떤 기술적 배경을 갖고 있으며 소비자의 니즈, 서비스 개발과정 등을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가 가진 이야기에 동화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스티브 잡스는 절대로 제품을 처음부터 꺼내지 않았다. (기) 폴더폰의 불편함, 버튼식 스마트폰의 비 확장성 등 기존 폰 사용상의 불편함과 인터넷의 미래 등을 이야기하며 (승) 새로운 폰의 기능, 기대,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한 후, (전) 청바지 호주머니 속에서 아이폰을 꺼내 들었다. 'Apple reinvents the phone' (결) 아이폰의 시연, 가격, 출시 계획, 참가자를 위한 아이폰 체험 소개 등으로 마무리한다.
한국의 CEO들이 스티브 잡스로부터 배워야 할 것은 무대를 휘젓고 멋지게 떠있는 슬라이드 화면이 아니라, 청중을 유혹하는 스토리텔링의 원칙이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이지만, 막상 무대에서 청중들을 앞에 놓고 이야기하다 보면, 제대로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땅을 보고 이야기하는 사람, 써온 글을 그냥 읽어가는 사람, 또 어떤 사람은 옷을 매만지거나 머리를 긁적이는 등 갖가지 버릇들을 드러낸다.
발표자는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전달자가 아니다. 청중은 발표자의 표정, 눈빛, 호흡 하나에 주는 메시지를 이해한다. 발표자가 먼저 청중들과 눈을 마주치고, 눈빛을 전달하며 손짓을 통해 이야기하라.
무대의 주인공은 슬라이드 화면이 아니다. 발표자는 무대를 장악해야 한다. 발표자가 포디엄에서 고개를 숙이고 장황하게 자료를 읽어 내려가면, 청중도 고개를 숙이고 졸게 된다.
청중은 발표자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만약 자료를 읽어내려 갈바엔 스피치를 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자료를 나눠주거나 인터넷을 통해 다운로드하면 될 일이다. 청중이 현장에 온 이유는 발표자의 텍스트나 생각을 그의 입을 통해 구체적으로 듣기 위함이다. 생동감 있는 발표자의 이야기는 청중에게 그대로 각인된다.
따라서 발표자는 화면 앞, 무대 정 중앙에 당당하게 서는 법을 익혀야 한다. 포디엄으로 몸을 가리지 말고, 무대 곳곳을 다 활용하며 이야기할 수 있도록 연습하여야 한다. 자신을 드러내 놓고 화면은 발표자의 화두가 던져진 바로 0.5~1초 사이에 뒤따르며 나와주어야 한다.
화면이 아닌 발표자가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발표자는 발표를 할 장소를 미리 파악해 두어야 한다. 자료를 만들기 전에 몇 명이 들어갈 공간이지, 조명은 어떤 색인지, 소음이 큰지 작은지, 그리고 무대와 객석 간 거리 등 현장 체크를 사전에 해두어야 한다.
만약 200명이 들어가는 공간에서 발표를 하게 되었는데 발표자료를 글자크기 14포인트로 만들었다면 뒤쪽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자료를 볼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텍스트를 장황하게 늘어놓아 이것이 PT자료인지 법전인지 구분이 안된다면 현장에서의 집중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키워드 중심의 자료 작성은 기본이다.
현장 조명이나 소음은 발표자의 무대 연출과도 연결된다. 조명의 색이나 톤에 따라 발표자의 의상이나 PT자료의 배경색도 달라져야 한다. 너무 어두운 공간에서는 밝은 색 톤의 배경색으로 자료를 만드는 게 좋다. 반대로 너무 밝은 공간이라면 화면 색을 어둡게 하여 집중도를 높여주어야 한다. 발표자의 의상 역시 화면 색과 기업 이미지 등에 맞추어 연출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소음의 경우 전시장 내부에서 발표를 하면 부스 이벤트 등으로 매우 시끄러운 공간일 경우가 많다. 미리 마이크의 볼륨이나 음향 체크를 통해 뒷자리까지 발표자의 목소리가 들리도록 조정해 주어야 한다.
리허설의 중요성
발표자는 사전에 전체 프레젠테이션의 자료와 무대 동선을 머릿속에 완전히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CEO나 직원들이 프레젠테이션에서 떠는 이유는 딱 하나다. 연습하지 않아서이다.
무대 위에서 연극을 하는 배우나 공연을 하는 연주자는 단 한 번의 무대를 위해 몇 달을 연습한다. 마찬가지로 기업의 프레젠테이션은 바이어를 설득하는 마케팅의 꽃이자 효과적 설득을 위한 한순간의 비즈니스 예술이다.
연습을 하게 되면 어떤 대목에서 포즈를 두고, 어떤 화면에서 제품을 꺼낼지 미리 머릿속에 전체 시나리오를 짤 수 있다.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두 시간의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이틀을 꼬박 밤을 새우며 연습했다. 그러고 나서 전체의 내용을 숙지하고, 무대 위에 서서 움직이는 동작 하나, 클릭하나, 포즈 하나까지 연습하여 올라갔다. 그래서 선보인 것이 아이폰이고, 맥북에어였다. 그는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부터 퇴장까지 전체를 짜인 시나리오 속에서 실행했다.
연습을 하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다음 슬라이드 화면이 이미 머릿속에서 그려진다. 그러면 화면을 보기 위해 고개를 뒤로 돌릴 필요도 없고, 자연스레 청중과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다. 바이어는 당신의 이야기에 신경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집중할 것이다. 연습은 프레젠테이션을 빛나게 한다.
발표자가 직접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의 CEO들은 보통 PT를 하라고 하면 자료를 직원들에게 만들어 오라고 시킨다. 그리고 정작 본인은 무대에 오르기 전 한두 번 읽어보고 발표한다. 이렇게 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첫째, 내용상의 문맥이나 뉘앙스를 모르기 때문에 그냥 읽어내려간다.
둘째,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청중을 잘 보지 않는다.
셋째, 내용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절대로 무대 중앙으로 나서지 않는다.
넷째, 질문을 받지 않고 서둘러 무대에서 내려온다.
설득을 위한 프레젠테이션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발표자가 직접 발표자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작곡가가 직접 자기 노래를 할 때의 자신감을 알고 있다. GD가 직접 노래하는 모습은 다르 아이돌과는 전혀 딴판이다. 그는 자신감이 넘치고, 서성대지 않으며, 서있는 자체로 스웩이 생긴다. 자기가 하는 노랫말과 멜로디 라인을 알고, 그에 따라 몸을 움직이고 관객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자신이 만든 자료를 가지고 무대에 오르면, 무엇보다 자신감이 생기고, 실수를 하더라도 당황하지 않는다. 화면이 꺼지더라도, 본인이 전체 이야기를 파악하고 있어 오직 자신의 몸짓과 연설로 무대를 장악할 수 있다. 작은 실수란 흔히 있는 법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갖고 있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지금까지 효과적인 프레젠테이션의 6단계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발표자가 청중을 파악하여, 이야기하듯 전체 스토리를 만들고, 현장을 파악하여 연습하고 자신만의 이야기로 풀어나갈 때, 청중은 당신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공감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조연설과 바이어를 설득하기 위한 프레젠테이션의 6단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