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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주 David Lee Apr 05. 2021

무역 전시회도 큐레이터가 필요하다.

온라인 전시회 지원사업의 허와 실

작년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해외 전시회가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정부의 전시회 지원 사업도 기존의 오프라인 전시회 참가 지원에서 온라인 전시회 지원으로 사업 방향이 바뀌고 있다. 온라인 전시회 플랫폼 구축을 위한 비용 지원을 해주거나, 중소기업의 온라인 전시회 참가에 필요한 콘텐츠를 제작 지원해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온라인 전시회 지원사업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과연 온라인 전시 플랫폼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인지 심각한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온라인 전시회는 오프라인 전시회를 그대로 화면상에 옮기는 것이 아니기에, 온라인 상에서 개최되는 전시회의 문제점을 극복할 만한 내용이 정책적으로 제시되거나 또는 민간 기업에게 요구하여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바이어 상담회나 VR 전시 콘텐츠 구축이 다인 양 개발되고, 또 기업들의 전시회 참가 목적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여전히 바이어와의 상담액, 수출거래건수, 계약 체결액 조사 같은 방식으로 전시회를 평가하고 있다. 이러단 단기 성과 위주의 개발과 평가는 결국 10여 년 전 사이버 전시회 개발 붐이 일었다가 일시에 사그라들었던 쓰라린 실패의 기억만 떠올리게 할 뿐이다.  


온라인 전시회는 무엇을 기획해야 하는가? 


오프라인 서점이나 매장을 방문하는 것은 때때로 좋은 책이나 제품을 발견할 때의 기쁨을 가져다준다. 이러한 우연한 발견의 기쁨_Serendipity는 온라인상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방문객은 오직 플랫폼 사업자가 추천한 제품을 우선적으로 만나볼 수밖에 없으며, 내가 찾는 제품이나 기업은 검색을 하지 않는 이상 쉽게 첫 화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온라인 전시회라고 다를 것이 없다. 온라인 전시회의 첫 화면은 보통 전시회를 후원한 대기업과 주최 측인 정부/지자체, 또는 기조 연설자의 콘퍼런스 소개로 채워진다. 그렇다면 전시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은 어디에 있을까? 대부분 2페이지부터 30-40페이지까지 주최자 나름의 방식으로 나열된다. 전시회의 80-9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이 온라인상에서 묻혀버린다면 오프라인에서 우연히라도 발견되는 이 기업들은 온라인 상에서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온라인 전시회는 참가기업들을 드러낼 수 있는 강력한 마케팅 프로그램의 개발이 우선되어야 한다. 주최자가 선택한 기업이 아니라 Award를 통해 가장 혁신적인 기업들이 첫 화면에 노출되고, 기업이 스스로 세션을 기획하여 기업 규모가 아니라 제품과 기술 콘텐츠를 통해 선택될 수 있어야 한다. 수십수백 개의 기업을 ABC순으로, 또는 단순 품목 위주로 보여줄 것이 아니라 방문객의 관심 패턴을 분석하여 개인별로 방문기업과 바이어, 세션 등을 추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지난 1월 개최된 디지털 CES는 AI를 통해 온라인 방문자의 관심사를 파악하여 마치 넷플릭스처럼 참가업체와 콘퍼런스 세션을 추천해주었다. 방대한 데이터의 홍수 속에 나에게 맞는 정보를 큐레이션 해주는 것은 비단 영화나 책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제 무역 전시회도 개인별로 맞춤형 큐레이션이 필요한 시대에 와 있는 것이다. 


온라인 전시회는 무엇을 평가해야 하는가? 


전시회 참가기업의 참가 목적이 다 다르듯 전시 주최자의 전시회 개최 목적도 다 다르다. 참가기업의 계약이 중요하다면 계약 성과가 평가되어야 하고, 산업 홍보가 중요하다면 개최 전후의 인지도 평가가 중요하다. 또는 교육이나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하다면 연사 만족도나 체류시간 등을 평가해야 한다. 온라인 전시회의 평가 역시 그 특성에 맞는 평가 기준이 정립되어야 한다. 해외의 온라인 전시 평가 기준을 살펴보면 우리와는 사뭇 다른 평가 기준을 정립하여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온라인 전시회의 평가 기준 (출처: 필자 정리)

안타깝게도 관련 기관의 온라인 전시회 평가 기준은 오프라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참가기업의 바이어 상담 건수나 상담액, 계약 추진액 등을 온라인 전시회의 평가 기준으로 설정하고, 이를 사업 종료 후 15일 이내에 제출하라고 하는 식이다. 참가기업은 전시회에 반드시 바이어와의 상담이나 계약만을 목적으로 참가하지도 않거니와 15일 만에 계약이 성사되지도 않는다. 신제품 개발에 따른 고객 반응, 고객과의 교류와 체험 마케팅, 유통망이나 협력사 등의 잠재고객 발굴 등 기업들은 저마다의 목적이 있음에도 일방적으로 상담액이나 계약액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더구나 온라인 전시회 개최 시 필요한 평가는 향후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기준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Conversion rate이나 타깃 고객의 체류시간, 검색 키워드 등 전시 성과 평가를 위한 기준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국가가 전시회를 바라보는 관점은 1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았음을 이 지표들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것이다. 


무역 전시회도 큐레이터가 필요하다. 


필립 코틀러는 '리테일 4.0'에서 미래의 쇼핑은 판매가 아니라 디지털과 결합한 고객과의 경험 마케팅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 전시회 역시도 이제는 단순히 부스를 나열하고 방문객을 기다리는 수준에서 벗어나 방문객이 원하는 제품과 기업을 추천해주는 큐레이션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온라인 전시회가 가지고 있는 단점을 극복하고 진정으로 중소기업이 주인공이 되는 온라인 전시회를 개발하려 한다면, 이제는 어떻게 중소기업을 드러내고 노출시킬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리고 2만, 3만 명의 방문객이 아니라 한 명 한 명에게 적합한 기업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형태로 발전해야만 미래의 디지털 시대에 전시회가 여전히 그 존재 이유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큐레이터는 아트쇼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제 무역 전시회도 큐레이터가 필요한 시대에 와 있다. 


* 이 글은 에이빙 뉴스 [이형주의 전시마케팅] 칼럼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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